[새 평화질서] ③ 적대관계 청산, 항구적 평화 정착되나

막힘과 단절, 대결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던 남북 군사분야도 `2007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진일보한 신뢰구축의 발판을 마련, 장기적으로 화해, 협력의 물꼬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지난 4일 합의한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에서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과 한반도 긴장완화 및 평화 보장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하는 한편, 대화와 협상을 통한 분쟁해결, 전쟁반대 및 불가침의무의 확고한 준수 등에 합의했다.

이 같은 내용은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 상에 대부분 언급됐던 내용이지만 2000년에 이어 남북 정상이 7년만에 만나 한반도 평화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특히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연평해전과 서해교전의 상처를 안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로 불리는 서해를 평화와 협력이 공존하는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구’로 조성하기로 합의한 것은 주목되는 성과다.

서해상 대결의 현장에 남북 공동어로 구역을 설정하는 한편, 해주공단 개발과 북한 민간선박의 해주항 직항, 한강하구 공동이용 등을 매개로 서해를 해주-개성(공단)-인천항을 잇는 평화벨트로 만들자는 구상으로, 그동안 남북 군사당국은 장성급회담 등을 통해 서해상에서의 실질적인 신뢰와 평화 구축을 위해 논의를 지속해왔지만 이렇다할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그동안 군사적 관점에서만 보던 서해의 화약고를 남북 경협의 관점에서 해결하자는 발상의 전환을 시도한 것이다.

이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지난 4일 합의한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 가운데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구를 가장 핵심적이고 진정한 합의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구 조성이 남북 간 군사적 긴장완화에 중요한 발판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남북 경협 차원에서도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 긴장완화와 경협확대의 선순환 구조를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남북 민간선박이 함께 어로활동을 할 수 있는 공동어로 구역이 설정되면 북방한계선(NLL)을 중심으로 첨예하게 대치하던 남북 해군 간에 일종의 완충지대가 생겨 긴장완화에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북측 입장에서도 해주공단 건설과 해주항 직항, 이를 바탕으로 해주항과 개성, 인천을 잇는 경제벨트가 조성될 경우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과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남북 간 경제협력의 장애물로 작용해온 경의선.동해선 통행과 임진강 수해방지, 한강하구 골재채취 등 남북 경제협력 사업의 촉진을 위한 군사보장 문제도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

김장수 국방장관도 5일 기자회견에서 “공동어로 구역이 잘 운영되면 그 자체가 평화협력지대가 되는 것”이라며 “갈등구조가 없어지면 대결구도도 없어지고,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긴장완화와 군사적 충돌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공동어로 구역 운영과 관련, “공동어로 구역 내에는 군함이나 전투함정이 들어오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며 “순시 행정지도 선박이나 비무장 경찰 조직의 선박 등에 의해 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어로 구역이 설정돼 운영돼도 당장은 기존 해군전력의 재배치 등 작전개념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은 이에 대해 “해군 배치 같은 문제는 상대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남북 간 별도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재배치까지는 남북 간 상당한 신뢰구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공동어로 구역을 포함한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구와 관련해 북측이 NLL은 비법적(非法的)인 선이라며 재설정을 계속 요구하며 무력화를 시도할 경우, 서해상 평화 구상은 상당한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

서해상의 평화실현은 중.장기적으로 냉전의 대표적 상징물인 비무장지대(DMZ)의 긴장완화와 평화적 이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GP(前哨) 철수 등 DMZ의 평화적 이용 방안을 제안했지만 김 위원장은 “아직은 속도가 너무 빠르다, 때가 아니다”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와 국방부는 또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구축을 위해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 상에 나와 있는 8개 항의 군사적 신뢰조치의 이행을 북측에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8개 항은 ▲해상불가침 경계선 문제 ▲무력불사용 ▲분쟁의 평화적 해결 및 우발적 무력충돌 방지 ▲군사직통전화 설치.운영 ▲대규모 부대이동.군사연습 통보 및 통제 ▲군 인사교류 및 정보교환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 ▲대량살상무기와 공격능력 제거를 비롯한 단계적 군축 실현.검증 등이다.

정부는 국방장관회담 등을 통해 이들 8개 항 가운데 직통전화 설치, 대규모 부대이동과 군사훈련 상호 통보 및 참관, 군 인사교류 및 정보교환 등 보다 실현 가능성이 높은 사안부터 합의를 시도할 계획이다.

낮은 단계의 신뢰구축 조치를 통해 상당한 신뢰가 쌓이면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은 물론, 재래식 무기 및 대량살상무기 등의 군비통제(arms control)로 이어질 수 있다.

남북 간의 이 같은 평화구축 과정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및 남북 경제협력 활성화를 통한 남북 경제공동체 형성에 상당한 탄력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일련의 과정에서 북핵 폐기가 중요한 변수다. 남북 간 합의와 이행을 통해 군사적 신뢰구축과 긴장완화를 일정 궤도까지는 달성할 수 있지만 한반도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는 한 한반도 평화는 `모래 위의 성’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 당국자는 “남북 정상 간 합의로 군사분야에서도 대화의 물꼬를 트고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며 “공동어로 등을 통해 신뢰가 구축되면 장기적으로는 군비통제로 이어져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을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중요한 것은 북측의 의지”라며 “김 위원장이 진정한 평화의지가 있으면 그동안 소극적 태도를 보여왔던 북한 군부도 따라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0년 9월 제주도에서 열린 1차 회담에 이어 7년 만에 오는 11월 평양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한 제2차 국방장관회담이 북한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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