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평화질서] ① 남북관계.6자회담으로 평화체제 견인

`2007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관계와 6자회담의 선순환 구조가 더욱 확연해지고 있다.

특히 북한의 최고지도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6자회담의 상황을 세밀하게 파악하고 있음이 확인되면서 남북관계와 함께 `수레바퀴의 두바퀴’로 평가받는 6자회담의 의미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과 6자회담의 연관성은 노무현 대통령의 귀국보고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노 대통령은 4일 밤 진행된 귀국보고에서 “회담 도중 김 위원장은 6자회담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상을 회담장에 들어오도록 해 10.3 공동성명(합의문) 합의경과를 직접 설명토록 했다”며 “매우 구체적이고 소상한 보고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면서 6자회담 합의문 채택과정에서 북한측이 ‘양보’를 했다는 우리 외교부의 판단을 전하기도 했다.

제6차 6자회담 2단계 회의 마지막 날인 지난달 30일 북한은 ‘테러지원국 연내 해제’를 합의문에 명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으나 막판에 갑자기 입장을 바꿔 시한을 박지 않은 합의안을 수용했다는 후문이다.

노 대통령의 설명과 외교부의 판단은 6자회담에서 보인 북측의 막판 ‘양보’가 김 위원장의 지시에 의한 것임을 짐작케한다.

김 위원장이 미국과 ‘과감한 거래’를 하기 위해 양보를 한 것인지, 아니면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시간에 쫓겨서 그랬는 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어쨌든 비핵화 2단계 로드맵이 담긴 것으로 평가되는 합의문서 채택에 북한의 태도 전환이 결정적 역할을 한 점은 분명해 보인다.

정부 소식통은 “과정이야 어찌됐든 6자회담 합의문서가 나온 뒤에 남북정상회담이 열렸기에 전반적인 상황이 우호적으로 전개된 측면이 크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6자회담은 이제 남북관계를 좌우하는 핵심변수가 된 셈”이라고 말했다.

6자회담의 이행계획을 자세히 살펴보면 남북관계의 주요 이벤트가 언제 진행될 지를 가늠할 수 있다.

우선 비핵화 2단계 조치의 핵심인 핵시설 불능화가 연말까지 마무리된다고 전제하면, 이번 남북정상선언에서 언급된 평화체제 논의도 연말을 전후해서 활발해질 수 있음을 짐작케한다.

이에 앞서 11월초 정도에 남북한의 외교장관이 참석하는 6자 외교장관회담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는 9.19 공동성명에 의거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문제의 논의를 개시하는 계기로 활용될 전망이다.

이후 9.19성명에서 언급한 ‘별도의 포럼’이 이번 정상선언에서 말한 ‘3자 혹은 4자’ 형태로 될 지 여부도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지난해 11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처음 언급한 종전선언의 현실화 여부도 6자회담의 진전과 직결돼있다.

노 대통령이 귀국보고에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선언 방안을 김 위원장에게 설명했으며 김 위원장도 정전체제에서 평화체제로의 전환에 기본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고 했지만 종전선언이 빛을 보기 위해서는 미국이 전제조건으로 설정한 비핵화가 미국이 만족할 수준까지 이뤄져야 한다.

이와 관련,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7일 유럽 순방차 출국하면서 정상선언에 담긴 3자 또는 4자 정상회담의 시기와 관련, “비핵화 진전에 따라 (당사국 정상들이) 종전협상 개시선언을 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보면 남북관계의 질서를 좌우하는 모든 일들이 6자회담 공간에서 수용돼야만 가능하다는 점이 더욱 분명해진다.

정부 당국자들이 “남북관계와 6자회담은 선순환 구조”라고 강조하는 이유를 실감할 수 있는 국면이다.

김정일 위원장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보인 언행이나 부시 대통령이 최근 북한을 향해 던지는 메시지를 종합해보면 북.미 양측은 대략 내년말까지 정식 외교관계를 수립하는 파격적인 수준의 협상을 할 의지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미국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강경파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 등 협상파에 힘을 실어주는 부시 대통령의 경우 중동 사태에서 잃어버린 점수를 북핵 협상에서 만회하려할 경우 보다 과감한 협상 제스처를 취할 수 있다.

여기에 한국측의 촉매 역할까지 가세할 경우 김 위원장도 핵폐기의 결단을 과시하며 북.미 관계 정상화에 과감하게 뛰어들 수 있다.

이런 과정은 고스란히 6자회담의 3단계인 핵폐기 작업과 연결된다. 그리고 6자회담이 이런 낙관적인 단계로 진입하는 것은 바로 남북관계의 발전도 그 정도의 수준까지 나아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반대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핵시설 불능화와 핵 프로그램 신고 등 비핵화 2단계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북한과 미국이 `대결’을 극복하지 못할 경우 자칫 6자회담이 다시 교착국면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남북관계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끼쳐 한반도 정세가 다시 얼어붙을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게 북핵 외교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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