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 10년]진퇴 반복한 남북관계

밀레니엄의 첫 10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바라본 남북관계는 화해.협력의 새로운 관계를 지향하느냐, 아니면 갈등 국면을 이어가느냐의 기로에 선 양상이다.


이는 지난 10년간의 에너지가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였다. 2000년대를 맞이한 남북관계의 시작은 화려했다.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분단 이후 첫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양측은 6.15 공동선언을 통해 통일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자고 했고, 남북의 통일 방안 사이에 공통점을 찾아나가기로 했다.


정상회담 이후 남과 북은 인적.물적 교류를 본격화했다. 헤어졌던 이산가족들이 만났고, 남북간에 육로가 뚫렸다. 한국전쟁 당시 북한의 주요 남침로였던 개성 지역에 남북한 인력이 함께 일하는 공단이 들어섰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보수 성향의 미국의 부시 정부가 출범한 뒤 남북관계는 과도기를 이어가다 2002년 가을 제2차 북핵위기가 발발하면서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올랐다.


특히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는 한동안 삐걱댔다. 2003년 8월 시작된 북핵 6자회담에서도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그러다 2005년 9월 북핵 6자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의 설계도로 평가받는 9.19 공동성명이 채택되자 남북은 2000년 제1차 정상회담의 틀에서 한단계 더 나아가는 일을 추진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에 반발한 북한의 도발이 발목을 잡았다. 북한은 9.19 성명 채택 직후 나온 미국의 금융제재가 자신들의 숨통을 조이자 2006년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으로 북핵위기를 새로운 국면으로 몰고갔던 것이다.


지지부진하던 남북관계는 2007년 들어 다소 숨통이 트였다. 2006년 말 집권 공화당의 중간선거 패배 후 부시 행정부가 북미 양자대화를 재개하는 등 북핵 문제에 돌파구가 마련된 것이 결정적인 동인을 제공했다.


정부는 2007년 2월 6자회담에서 비핵화 초기단계 이행방안이 담긴 2.13합의가 도출된 후 대북 쌀.비료지원을 재개했고,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 자금 송금 문제가 마무리된 이후 노무현 정부 임기 종료를 4개월 남긴 2007년 10월 2차 정상회담이 이뤄졌다.


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철도.도로 연결, 서해평화지대 설정, 한반도 종전선언 등 정치.안보.경제 분야의 현안을 총망라한 10.4합의를 만들었지만 결국 이행의 첫삽도 제대로 뜨지 못한 상태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2008년 2월 `비핵.개방 3000’을 내건 이명박 정부가 상호주의 원칙을 고수하며 과거와 다른 패러다임을 추구하면서 북한이 강력히 반발했고, 그 결과 남북관계는 급격히 냉각됐다.


북한은 이 대통령이 6.15, 10.4선언에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북핵 문제를 남북관계 진전의 전제로 삼자 격렬하게 맞섰다. 특히 육로통행 제한 등을 담은 `12.1조치’를 취했다.


2009년 초 북한은 `전면전 대결상태 진입’을 선언했다. 또 지난해의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사건과 같은 맥락에서 올 3월 발생한 개성공단 근로자 억류사건은 남북간 갈등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더해 북한이 올해 미국 오바마 행정부 출범 후 장거리 로켓 발사, 핵실험, 6자회담 탈퇴 선언 등으로 핵위기를 고조시키면서 덩달아 남북관계도 더욱 냉각됐다.


그러던 남북관계는 북한이 지난 8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초청 이후 대미.대남 유화기조로 돌아서면서 변화의 기회를 맞았다.


북한은 12.1조치를 풀고, 억류 근로자를 석방한데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계기에 특사조의사절단을 보내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하게 했다.


이런 흐름을 타고 남과 북은 9월말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첫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금강산에서 개최했다.


그러나 정부는 북한이 본질적 문제인 핵문제에서 진전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상황에서 가급적 북한의 오판을 유도하는 조치를 자제함에 따라 남북관계는 속도를 낼 수 없었다.


전문가들은 하지만 지난 10월 이후 물밑에서 이어진 남북간 접촉을 주목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간 정상회담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접촉이 일단 뚜렷한 진전을 보지 못했지만 여전히 가능성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새해를 맞는 남북관계도 어디로 튈지 장담하기 어려운 북핵 상황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질서를 향한 어렵고도 미묘한 `새판짜기’를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