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李대통령 신년사…‘北 못된 버릇 잡겠다’ 의지 강조

이명박 대통령은 올해 대북정책 구상과 관련, ‘원칙과 유연함’을 강조하며 북한의 태도변화를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2일 신년 국정연설에서 “남북관계는 의연하면서도 유연하게 풀어나갈 것”이라면서 “북한이 이제 더 이상 ‘남남(南南)갈등’을 부추기는 구태를 벗고 협력의 자세로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는 언제라도 북한과 대화하고 동반자로서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만 말했다. 즉 지난해 ‘이명박 역도’ 등 비난공세와 ‘12·1조치’ 등의 ‘협박’ 일변도의 북한의 대남정책의 입장변화가 선행되고 북한이 대화에 나선다면 남한은 언제라도 협력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절대시하는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대한 진전된 입장 표명이나 새로운 대북 제의를 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10년간의 대북정책의 실패를 밟지 않고 새로운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는 나름의 의지를 피력한 셈이다.

지난해 12월31일 통일부 업무보고 때 이 대통령은 “장기적 관점에서 대북문제를 풀어갈 것”이라며 “남북관계를 어설프게 시작해 돌이키기 힘들게 만드는 것 보다는 어렵지만 제대로 시작해 튼튼한 남북관계를 쌓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과 일맥상통하다.

상호 윈-윈하는 전략에 따라 1년간의 남북관계가 북한의 대남 공세전략에 따라 경색국면이지만 북한의 ‘협박’에 굴복할 경우 ‘일방적 퍼주기’라 비난 받았던 지난 햇볕정책의 전철을 되밟아 한시적·현상적 남북관계 진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도 엿보인다.

김광인 북한전략센터 센터장은 “이명박 정부 집권 1년이 지나면서 남북관계에서 북한의 잘못된 ‘버릇’을 바로 잡아야겠다는 의지가 확고해진 것”이라며 “큰 틀에선 ‘원칙’을 지키면서 각론에서 ‘유연’한 대북정책을 취하겠다는 의지”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는 한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해 우리가 먼저 구체적인 회담을 제의하거나 대북 지원 카드를 빼들 가능성은 2009년에도 높지 않아 보인다.

북한도 전날 신년 공동사설에서 남한 정부를 ‘파쇼독재’ ‘사대매국 보수정권’으로 지칭하고, 경색된 남북관계의 책임을 이명박 정부에 씌우면서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이행을 계속 촉구해 한동안 남북간 ‘줄다리기’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오는 20일 미국 오바마 행정부 출범 후의 미북대화 진전 상황, 북핵 6자회담 상황 등 한해 동안 일어날 한반도 정세와 관련된 변수가 남북의 현재 입장에 변화를 가져와야 남북관계가 ‘전환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 대북전문가들의 대체적 전망이다.

통일부도 신년 업무보고에서 미 신정부의 대북정책, 북핵문제의 진전 여부, 북한의 정세, 우리 국민들의 대북정책에 대한 지지 정도 등에 따라 유동적으로 새로운 남북관계 전화의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센터장은 “북핵문제의 진전이나 올해 예상되는 북한의 전략난 등에 따라 남북관계의 진전을 기대할 수 있다”며 “북한은 경제·전력난을 해소하기 위해선 남한의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하반기 금강산 문제 등에 대한 해결을 강조하며 대화를 제의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