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盧대통령 광복절 對北 발언 의미와 전망

노무현 대통령의 8・15 경축사 중 남북관계 관련 발언의 핵심은 북한 미사일 발사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대북 유화정책’ 기조가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점이다.

노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남북 관계에서 인권도 중요하고 국민의 자존심도 중요하다”면서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최우선을 두고 상황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관리해 나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움직임이 가시화 되는 조건에서도 대북지원을 통한 화해・협력 노선엔 변함이 없음을 확인한 것이다. 장기적으로 수해지원 이후 남북간 관계 개선 조치가 뒤따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노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북한의 인권문제를 거론한 부분은 주목되지만, 여전히 한반도 평화의 하위개념으로 분류해 인권의 보편성에 부합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북한 인권문제가 전 세계적 관심사로 떠오르는 조건에서도 참여정부의 ‘北인권 무대응 정책’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노 대통령은 ‘(한반도를)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관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미국의 대북 강경조치에 대한 견제 의미를 담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결의안 통과 이후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김정일을 지목하며 전 세계적인 ‘도둑정치’ 근절 운동을 선언한 바 있다. 독재정부와 독재자가 ‘국민의 돈’을 훔쳐 불법 활동이나 WMD(대량살상무기)에 사용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부시 행정부가 본격적으로 대북압박을 강화하는 조건에서는 한반도 긴장이 고조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최대한 완화시키는 데 힘을 쏟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북한의 잘못된 행위에 대한 분명한 경고를 보내야 한다는 국제사회 인식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어 보인다.

노 대통령의 발언을 볼 때 미국이 대북 압박 수위를 한 층 높일 경우 노 대통령이 대북 독자행보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또한 주목되는 부분은 북한의 납치범죄에 대해 ‘용서’를 들고 나왔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날 북한이 저지른 전쟁과 납치 등으로 고통 받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북한에 대해 관용과 화해의 손을 내미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우리와 우리 후손들의 평화롭고 번영된 삶을 위해 넒은 마음과 긴 시야로 지난날을 용서하고 화해・협력의 길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납치 관련 발언은 납북자 단체로부터 거센 항의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납치 문제는 과거의 문제가 아닌 현재 진행형인데다 북한이 납치사실을 시인하지 않은 조건에서 용서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남북간 화해 협력을 위해서도 북한의 납치 사과와 송환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납북자 김영남 씨 모자 상봉에서 드러난 것처럼 북한의 납치범죄 발뺌이 계속되는 조건에서 일방적인 용서와 관용을 요구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화해 협력의 명분으로 북한 눈치보기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의 대북정책과 관련 국내외의 비판을 사온 북한인권과 납치문제에 대한 소극적 대응을 정당화 시키는 데 상당부분을 할애했다. 결국 북한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로 이어진 참여정부의 대북 유화정책에 대한 향후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다양한 형태의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발언은 북-미 간 양자대화를 포함해 미국의 보다 적극적인 대화 노력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