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북한군부 불만? 좀 제대로 알고 말하자

북측이 24일 남북한 철도 경의선•동의선 철도 시험운행을 일방적으로 취소하자 대다수 국내 언론과 전문가들은 북한 군부의 반발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평가했다.

일부에서는 북한 군부가 남북간 지나친 유착에 불만을 갖고 체제수호 의지를 과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정일 위원장이 군부의 이러한 의지를 무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김 위원장이 내각의 요구를 받아들여 철도연결 의지를 보였다가 군부에 의해 좌초됐다면서 리더십의 위기까지 거론했다. 김 위원장이 당과 내각, 군부 사이에서 정책 결정이 오락가락 하고 있다는 것.

표면적으로는 이번 열차 시험운행 취소통보가 북한 군부에 책임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남한 당국자들과 언론, 일부 전문가들도 이같은 북측의 태도를 순진하게 해석했다. 그러나 북한 내부의 권력 속성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있다면 이러한 북한 군부의 행동이 김정일의 연출임을 쉽게 간파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8일 끝난 4차 남북장성급 회담에 나온 대표단은 대부분 조선인민군 정찰국(남한 정보사령부 해당) 소속이다. 북측 김영철 단장도 정찰국 소속이다. 여기에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작전국 소속이 일부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

정찰국의 기본 임무는 각 군단 별로 정찰부를 두고 남한 군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찰국 산하에 5개 연락소를 두고 무장간첩 침투 등 대남 사업도 전개한다. 그리고 남한뿐 아니라 일본의 미군기지와 러시아에 대한 도청도 진행한다.

장성급 회담에 나온 북측 대표단은 회담 결과를 총정치국에 보고하게 돼있다. 그러나 총정치국이 회담에 관여하지는 못한다. 결국 김정일의 지시에 따라 정찰국이 주도하는 것이다. 김정일은 대남사업 총책임자이자 인민군최고사령관이다.

따라서 북한 군부가 서해 NLL 문제, 체제수호 의지, 남북밀착 및 대외개방에 대한 불안 때문에 김정일에게 불만을 드러내 시범 운행을 무산시켰다고 보는 것 자체가 무리한 관점이다. 김정일의 의도에 놀아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김정일의 지시에 따라 군사회담은 진전되기도 하고 무산되기도 한다. 군부가 이 과정에 불만을 드러냈다면, 김정일의 지시에 군부가 저항한다는 말이 된다. 이는 가능하지 않다.

물론 열차운행을 두고 군 일각이나 당, 보위기관에서 의견을 제시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참고사항’일 뿐이다. 따라서 김정일의 리더십이 오락가락하는 것 아니냐는 진단은 한마디로 ‘오버’다.

혹시 김 위원장이 처음에 열차시범운행을 긍정적으로 검토했다가, 뒤늦게 마음을 바꾸었을 여지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열차시범운행이 갖는 상징성을 최대한 활용해 DJ 방북, 남북정상회담, 서해 NLL 문제 등에서 남한의 더많은 양보와 경제적 이득을 챙기자는 욕심이 뒤늦게 생겼다는 의미일 수 있다.

김 위원장의 의지와 다르게 군부의 불만으로 이번 시험운행이 무산됐다고 주장하고 싶다면, 군부에서 누가, 왜, 어떤 경로를 통해 불만을 표출하고 김정일의 결정을 뒤집었는지를 증명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김정일은 군에서 총정치국장, 총참모장, 작전국장, 인민무력부장 4인을 직접 관리하면서도, 이들이 단합하지 못하도록 각종 정보조사를 통해 분리 통치하고 있다.

김정일의 통치 스타일은 회의가 아닌 보고서(제의서)를 통해 현안을 보고 받고 지시사항을 내려 보낸다. 필요하다면 담당자를 집무실로 직접 불러서 보고받는다. 고위급 장성일수록 2중 3중으로 감시한다. 조직적 움직임 자체가 차단돼있다.

25일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는 “열차 시험운행 취소통보는 결국 남한에게 더 많은 양보를 요구하는 김정일의 계산에서 나온 것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