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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 70일 대장정에 오른 한나라호(號)에 이명박-박근혜 두 주자가 승선했다.
이들은 11일 당 경선 후보등록을 마침으로써 8월 19일 경선까지 퇴로 없는 본격 레이스를 펼치게 됐다.
한나라당 지도부도 양측의 후보등록을 반겼다. 치열한 검증공방으로 자칫 분열의 우려까지 있었지만 양측이 등록을 마무리해 최소한의 방어막은 형성한 셈이다.
나경원 대변인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두 주자의 분열가능성은 이제 없어지게 됐다”며 안심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유력 주자들은 한나라당 내의 경선을 12월 본선으로 착각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죽기 아니면 살기식’ 경쟁은 본선에서 해도 늦지 않다”면서 “치열한 경쟁은 피할 수 없다 하더라도 ‘제살 깎아먹기식’의 과도한 경쟁으로 상대진영에 어부지리를 안겨주는 우를 범하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같은 당부에도 불구하고 양측의 다툼은 지도부의 예상을 훨씬 웃도는 치열한 공방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양 주자는 후보 등록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경선 승복을 약속하면서도 최근 검증 공방으로 인한 불편한 심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 전 시장은 “경선과정은 상생경선, 정책경선, 클린경선이 돼야 한다”면서 “당의 공식 검증기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혹 부풀리기’로 상처를 주자는 전략은 분명 반칙으로, 용납될 수 없다”며 박 전 대표를 겨냥했다.
박 전 대표도 이 전 시장 측의 네거티브 검증 논란에 대해 “실체가 없는 것을 가지고 얘기하면 네거티브지만, 실체가 있는 것에 대해서 국민은 알 권리가 있다. 공방 정국으로 몰고 가려는 것은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양 캠프 역시 등록 직후 “등록 이후 다른 길은 없다”(이명박 측) “등록을 한 이상 사생결단”(박근혜 측)이라며 결코 한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두 후보의 최대 승부처인 듯 앞으로 ‘검증 공방’은 갈수록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제2, 제3의 폭로전도 예상된다.
‘검증의 늪’에서 헤어날 수 있을까?
여론조사를 통해 지지율 격차가 다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자 이에 고무된 박 전 대표 측의 검증 공세는 더욱 가열차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범여권까지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돼 파괴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전 대표 측은 금융사기 사건으로 논란을 일으킨 투자운용회사 BBK 김경준 사장의 누나인 ‘에리카 김’ 사건을 최대 승부처로 보고 있고, ‘다스’(현대차부품회사) 실소유자 관련 의혹, 과거 선거법 위반, 병역면제 과정, 재산형성 과정도 집중 추궁할 태세다.
열린우리당도 이날 “이 전 시장이 재미교포인 김경준씨와 함께 BBK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주가조작 사건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면서 국정조사와 특검을 요구했다.
이에 맞서는 이 전 시장 측도 ‘앉아서 당하지는 않겠다’는 듯 박 전 대표 측의 검증공세에 전면전을 선언했다. 그간의 네거티브에 대한 ‘박 전 대표 책임론’과 ‘박근혜 X파일’까지 준비하면서 박 전 대표의 검증에도 적극 나설 태세다.
‘박근혜 X파일’의 주 내용은 박정희 정권 시절의 ‘정수장학회 강탈’ 의혹과 전두환 전 대통령이 취임 이후 한동안 박 전 대표를 도왔다는 의혹, 1970년대 구국봉사단 등에서 활동했던 고(故) 최태민 목사와 박 전 대표와의 사적인 관계, 최 목사의 권력형 비리 의혹 등이다.
이명박-박근혜 양측의 다툼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경선 룰 세부조항 협의에 있어서도 여전히 불씨가 남아있다.
투표권을 갖는 ‘책임 당원’의 자격(박-6개월 이상 당비 납부, 이-3개월 이상), 여론조사 설문 형식(1문이냐 2문이냐, 선호도냐 지지도냐), 선거인단의 연령별 구성비 문제 등은 양측 모두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중대 사안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서로 ‘당심’의 우위를 주장하면서도 확실한 우위를 선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유리한 ‘룰’을 만들기 위해 치열한 다툼을 벌일 것이라는 것.
가능성은 낮지만 만약 양측이 치열하게 맞설 문제들이 얽혀 있어 두 주자가 끝까지 동행할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는 견해도 있다.
경선 룰 세부규칙에 합의를 이루지 못하거나 검증을 둘러싼 반목과 갈등으로 어느 한쪽이 경선불참을 전격 선언할 경우 법정다툼으로 이어져 전혀 새로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양주자가 경선 ‘한나라 호’에 승선해 서로 “끝까지 합류하겠다”고 다짐하고는 있지만 ‘70일 간의 대장정’은 결코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70일 이후 대선 ‘한나라 호’의 선장은 가려지겠지만 약점이 이미 다 노출돼 본선에서 힘겨운 싸움도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