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더 붉어진 한미동맹 비상등…北核은 웃는다

북한 핵실험 파장이 한미관계를 벼랑으로 몰아가고 있다.

정부와 여당에서 북한 핵실험은 미국 책임이라는 발언이 잇따르자 미 관리들이 예정된 한국 방문을 취소하는 등 한미관계에 비상등이 붉게 켜지고 있다.

11일 김대중 전 대통령을 시작으로 한명숙 총리, 이종석 장관, 천정배, 이목희 의원 등이 직접 미국 책임론을 들먹였다.

김근태 의장은 12일 내친 김에 개성공단 방문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대북제재 동참 요구를 거부하는 ‘1인 시위’를 하겠다는 의미다.

미국 관리들은 한국 집권세력이 미국을 이 정도까지 불신하고 있었는지에 새삼 놀랐을 것이다.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북한 핵실험으로 미국이 비난받는 것은 유감이고 억울하다”고 했다.

15일 방한이 예정됐던 조지프 미 국무부 군축 및 국제안보 담당 차관과 대니얼 글레이저 미 재무부 테러자금 및 금융범죄 담당 부차관보가 최근 방한을 취소했다. 대북제재 실무조정그룹을 대표하는 두 인사의 방한 취소는 한미간 적잖은 마찰이 있음을 시사한다.

부시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북핵 특별기자회견에서 “금융거래를 봉쇄해 북한이 핵을 만들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유엔 대북결의안에 회원국들의 금융제재 동참을 포함시켰다. 그만큼 북한의 돈줄을 막는 데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강력한 유엔결의’를 하기로 합의했다고 했다.

반면, 노무현 대통령은 이러한 국제적인 대북제재 국면에도 ‘대화’와 ‘제재’가 병행돼야 한다는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핵실험 직후에는 햇볕정책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였다가 DJ와 여당이 반발하자 3일만에 포용기조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스스로 북한 핵실험에 대한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음을 고백한 셈이다.

북한 핵실험으로 안보위협이 바로 눈 앞에 닥쳤는데도 DJ를 비롯한 정치적 지지기반을 잃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니다. 국가안위보다 정권안보가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북한은 제재하고 압박한다고 해서 회담에 나올 나라가 아니다”고 강변했다. 정부는 신중히 검토하겠다던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도 유엔결의안과 별도로 지속한다는 내부 입장을 정했다는 소식이다.

전문가들은 “핵실험 이후에도 한국의 대북정책이 별반 달라지지 않을 경우 북한은 자신들의 어떠한 도발에도 한국 정부는 지원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더욱 확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이번 핵실험으로 핵 보유국 지위 이외에도 한국과 미국을 갈라놓는 전략에 큰 효과를 거두게 됐다. 상황을 악화시킬수록 한미동맹이 악화된다면 북한이 추가조치를 마다할 리가 없다.

북한은 유엔결의안의 압박 속에서 남한을 통해 숨통을 터보려고 노력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한국과 중국 때문에 유엔 회원국들이 제재결의안을 잘 이행하는지 감시하는 위원회 설치를 제안했고, 결국 합의안 12조에서 안보리 이사국으로 구성된 제재위원회 설치를 결의(decide)했다.

부시 대통령은 회견에서 “동맹국의 방위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한국이 유엔 제재결의안 통과 이후에도 포용기조를 유지할 경우, 유엔결의와 더 강화된 미국의 PSI에 따른 선박검색 등 남북한이 국제사회에 동시에 압박을 받는 상황도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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