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경의선 시범운행, DJ 열차방북 조짐 보인다

▲ 남북간 철도 시범운행을 앞둔 경의선 철도 ⓒ연합뉴스

남북한이 12일 경의선(서울~신의주 연결 철도) 철도 시범운행을 55년만에 재개하기로 합의하면서 김대중 전대통령의 6월 열차 방북 성사 여부가 최대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남과 북은 지난 11~12일 사이 개성에서 철도연결 실무접촉 회의를 갖고 오는 25일 문산역에서 출발, 군사분계선을 통과해 개성에 도착하는 경의선 열차 시범운행을 갖기로 합의했다.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에서 경의선 복원사업이 논의돼 그 해 9월 기공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복원작업에 들어갔다. 2년 후 도라산역이 개통됐고, 다음해 6월 군사분계선에서 경의선 철도연결식이 열렸다.

철도연결 실무접촉에 참가한 통일부 관계자는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북측에서도 공사가 역사건축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 남북간 안전성 시험을 위한 시범운행이 필요하게 된 것”이라며 “철도 연결에 필요한 시범운행일 뿐 DJ 방북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과 통일부 관계자들이 이번 시범운행과 DJ 방북이 별개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북측은 2003년 6월 남북간 철도 연결식을 갖고도 군부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선 해결 등 이런 저런 이유로 시험운행 실시를 계속 미뤄왔다. DJ 방북을 한 달여 앞두고 구체적 일정과 방법까지 합의하는 북한의 태도변화가 DJ 방북 띄우기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의선 열차 운행은 비무장지대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16일부터 판문점에서 열리는 남북장성급회담에서 군사적 안전보장 문제가 논의될 예정이다. 같은 시기 금강산에서는 DJ 방북 실무접촉이 예정돼있다. 이 자리에서 DJ 열차 방북 여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DJ 방북 시 북한이 표면적으로는 항공기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북한이 김정일의 결단을 강조하면서 DJ 열차 방북이라는 깜짝 이벤트를 연출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물론 그만큼의 대가도 요구할 것이다.

대북 경제제재 문제로 북•미간 갈등이 첨예해지는 상황에서도, 남북은 신(新) 밀월관계를 다져가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DJ 경의선 열차 방북은 이러한 조짐의 상징이 될 수 있다는 것. 남측은 집권세력의 정치적 활용을 위해, 북측은 대남협력을 상징할 이벤트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

미국은 대북 금융제재를 강화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조건 없는 대북 지원을 약속하고, 무조건적 남북정상회담을 제의하는 등 독자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북측도 DJ 방북 실무접촉, 경의선 철도 시범운행, 제 12차 남북장성급 군사회담을 열어 남북간 협력무드에 가속도를 밟고 있다.

무엇보다 북한은 한국에서 보수정권의 집권을 저지하는 데 사활적 이해를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과 박근혜 대표에 대한 노골적인 비난을 계속하고 보수 세력 집권 저지를 공공연하게 선동하고 있다.

북한은 DJ 열차 방북을 통해 남한 정부를 더욱 끌어당기고, 남한 여론을 6.15 선언 당시로 회복시키기 위해 DJ 방북을 활용하려는 의도를 점차 노골화 시킬 것이다. 경의선 열차 시험운행도 그러한 수순 밟기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