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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부시 행정부가 5일 동남아에 머물던 탈북자 6명에게 난민지위(refuges status)를 부여하고 미국에 입국시킨 것과 관련, 전문가들은 북한 엘리트 층을 동요시키는 등 상당한 심리적 압박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동안 주요 정보를 지닌 고위급에 한해서 망명을 허용했던 미 당국이 일반 탈북자에 대해 난민 지위를 인정한 것은 국내외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미국이 본격적인 북 인권 손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다.
이번 탈북자 미 입국을 지원해 온 두리하나선교회 천기원 목사는 7일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에 추가로 입국 할 탈북자가 있다”고 밝혔고, 안토니우 구테헤스 유엔 난민고등판무관도 이번에 입국한 탈북자들을 ‘1차 그룹’이라고 말하는 등 탈북자들의 미국행은 이후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이 탈북자 몇 명을 받아들이는 것을 북한에 대한 직접적 압박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는 견해도 있다. 다만 장기적 관점에서 북한에 대한 심리적 압력을 줄 수 있으며, 특히 북한 사회 내부의 동요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 북한 압박하는 상징적 효과
성균관대 김태효 교수는 “미국이 북한의 탈북자 몇 명을 받아들인다고 해서 무엇을 압박 할 수 있을지 여전히 불투명하다”며 “(미국은) 인권이란 국제적 규범을 통해서 심리적 명분에 의해 북한을 포위하는 상징적 효과를 노리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대 법대 제성호 교수도 “미국이 탈북자 몇 사람 불러들이는 그 자체로 북한을 압박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미국이 탈북자들을 받아들이고 인권단체들을 지원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 북한 사회의 동요를 촉진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 교수는 “사회적 동요에 긴장한 북한 정권이 탈북자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무리한 수단을 사용함으로써 막다른 길로 몰리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고려대 북한학과 유호열 교수는 “미국이 북한인권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탈북자 수용을 통해 보여주려고 하는 것 같다”며 “이는 북한을 벗어나고자 하는 엘리트들에게 고무적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 교수는 “이번 수용은 법, 정치적 의미도 있지만 미국이 (스스로의) 입장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며 “상징적 의미로써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韓ㆍ中 정부 부담으로 작용할 것
일각에서는 교착화 되어가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대북 금융제재와 더불어 인권이란 카드를 빼든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최근 BDA 계좌 동결을 통해 일정정도 효과를 본 미국이 인권문제를 공론화시켜 북한을 압박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유 교수는 “미국의 대북정책은 일방적으로 핵문제 해결만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목적이 동반된 것”이라며 “인권 문제도 다각적인 목적 속에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이번 조치로 인해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한미간의 갈등을 더 깊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탈북자 난민 수용이 당장 한미간의 갈등으로 불거지진 않겠지만,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양국의 온도 차가 더 벌어 질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다.
지난 2004년 북한인권법 제정부터 최근 탈북소녀 가족과의 면담에 이르기까지 부시 행정부의 북한인권정책은 본격화되고 있는데 비해, 한국 정부는 유엔 인권결의안 투표에도 기권하는 등 조용한 외교 정책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성호 교수는 “한국정부에 직접적 압박으로 작용하진 않겠지만, 북한인권문제를 두고 양 국간 갈등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6자회담 장에서까지 한미공조와 동맹관계가 훼손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 北, 6자회담 지연전술로 활용
또한 미국의 탈북자 수용이 중국 정부에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달 미중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이 탈북 여성 강제 북송 사건을 공개 거론하며 중국의 탈북자 정책에 대한 공개적 선회를 요구하기도 했었다.
유 교수는 “미중 정상회담 때도 거론 됐듯이 미국은 중국 정부가 탈북자 인권에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미국이 탈북자들을 수용하는 것에 상응하는 조치를 (중국도) 취해야 한다는 요구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이번 조치를 북한은 6자회담 지연작전의 구실로 이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김태효 교수는 “북한은 지금까지 BDA 동결 조치를 이유로 6자회담 지연시켜왔는데, 여기에 미국이 인권을 무기로 (북한)붕괴 전략을 취하고 이유를 포함시켜 6자회담을 보이콧 하려고 할 것”이라며 “(북한은) 미국의 이번 조치를 지연과 거부, 시간 끌기 작전의 구실로 사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