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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트 레비 미 재무부 금융범죄 담당 차관은 28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돈세탁 창구로 알려진 방코델타 아시아의 북한계좌 동결에 이어 베트남과 싱가포르 중국과 훙콩, 몽골 등이 추가로 금융거래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국내은행을 비롯해 아시아 국가들의 북한계좌 취급 중단 여파는 이미 전세계로 도미노 현상처럼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계좌가 폐쇄된 북한은 이 계좌를 독일로 옮기려고 했지만 이마저도 거부당했다.
특히 베트남이나 중국 같은 북한에 비교적 우호적인 국가들의 계좌 동결은 북한에게 상당한 충격을 던져준 것으로 해석된다. 김정일이 서둘러 중국을 방문하려는 이유도 금융제재의 파장을 최소화 시키고 경제원조를 얻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레비 차관은 “북한을 재정적으로 거의 완전히 고립시키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은행들이 북한과의 거래에서 합법과 불법의 경계가 분명치 않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연루 자체를 꺼리고 있다”고 말해 북한의 모든 금융거래가 차단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강하게 시사했다.
미국의 금융제재가 효과가 더욱 확산될 경우 북한은 국제 금융거래에서 완전히 이탈한 채 러시아나 이란과 같은 국가나 차명계좌 등에 의지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합법적인 송금 및 무역거래도 어렵게 되고, 보안이 요구되는 외교활동이나 정보활동, 김정일의 비자금 관리도 쉽지 않게 될 공산이 크다.
레비 차관의 발언 중 주목되는 부분은 “북한이 무기와 미사일 수출과 함께 위조 달러화 제작과 마약 밀수 등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난했다는 점이다. 즉, 북한과 거래되는 자금 일체에 대해 우선 대량살상무기(WMD) 관련성을 의심한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추가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을 중단하고 6자회담에 나올 경우 금융조치가 중단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레비 차관의 발언에서 알 수 있듯이 대북 금융조치의 목적은 북한의 WMD 관련 의혹과 위폐제조 등의 범죄혐의를 완전히 해소하는 것이 목적이다. 북측이 일시적으로 유화조치를 취한다고 해서 끝날 문제는 아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미국대사는 올해 초 한 간담회에서 “북한의 위폐가 한 장도 발견되지 않는 순간까지 금융조치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도 “북한 정권의 행태의 변화”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한 국책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의 무더기 미사일 발사가 가져온 대내외적 부정적 효과가 매우 커진 조건에서 미국은 금융제재를 북한의 내부 변화 촉진을 위한 외부 환경조성용으로 사용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핵실험 위협이 있다고 해서 미국이 쉽게 물러서기 보다는 오히려 북 변화를 재촉하기 위해 제재 속도를 더욱 가속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