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美, 北테러지원국 해제 연기할 것”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 조치 발효시점이 11일 이후로 늦춰질 것으로 알려져, 향후 북핵폐기 협상에 미칠 파장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교도통신은 미 국무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 “미국은 오는 11일로 행정 절차상의 요건을 충족하는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조치를 당분간 연기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9일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테러지원국 해제 연기는 북한 핵계획 신고 내용의 검증방법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현장 조사에 있어서) 희망하는 모든 시설의 사찰이 허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는 북한의 핵프로그램 신고서 제출에 따른 상응조치로 지난 6월 26일 의회에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 방침을 공식 통보했다. 그러나 법률상 발효시한인 45일(8월 11일)이 다 되도록 북한이 핵신고 검증체제에 동의하지 않고 있어 테러지원국 해제 발표가 연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곤잘로 갈레고스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지난 7일 “우리는 (테러지원국) 명단해제 조치를 취하기 전에 (북한 핵프로그램 신고서에 대한) 강력한 검증체계를 확보해야만 한다”며 “45일은 최소한의 시간이지, 무언가가 실제로 반드시 일어나야 하는 시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해둔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등 북핵 협상에 관여하는 미국 관리들 또한 검증체계에 대한 미북 간의 합의점이 도출되지 않는 한 테러지원국 해제가 당초 예정일인 11일보다 늦춰질 것이라고 언급해왔다.

현재 미국과 북한은 검증체제와 관련해 미국이 제시한 검증계획서를 중심으로 논의를 하고 있지만, 검증 대상이나 검증방법, 그리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역할 등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미국은 오는 11일 중국 선양(沈陽)에서 열리는 일본과 북한간 국교정상화 실무회의 결과를 지켜보면서 테러지원국 해제 발표 시점을 조율할 것으로도 전해졌다.

갈레고스 부대변인은 10일 “미국은 북한과 일본 사이에 관계개선을 위한 노력을 벌일 때 양측의 대화를 적극 지지했다”며 “일북이 납치자 문제에 어떤 해결방안을 들고 나올지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1차 시한이 지나도록 테러지원국 해제가 발효되지 않을 경우, 북한은 2단계에 규정된 ‘행동 대 행동’ 원칙을 미국이 무시했다면서 반발한 가능성이 높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미정상회담에서도 검증에 가시적인 성과가 없으면 테러지원국 해제가 11일에 이뤄지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은 이미 예고된 사항”이라며 “하지만 북한은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를 미국의 강력한 압박정책에 대한 승리라고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에, 검증문제에 있어 앞으로 성의를 보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우리가 이를 합격점이라고 받아들일지 여부와는 별개로 북한은 A학점까지는 아니더라도 B학점 짜리의 검증계획서를 제출하게 될 것”이라며 “만약 이와 같은 진전이 없을 경우 앞으로 상황은 매우 어려워 질 것이기 때문에 미국도 압박 전략을 구사하기 위한 와일드 카드로 인권 문제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부시 행정부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검증체계에 대한 합의 대신) 시간 끌기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도 있다”며 “북한은 테러지원국 해제로 당장의 실익을 얻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의 약속 위반을 계속 추궁하며 당분간 공방을 벌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 연구위원은 “미국 측에서도 검증이 연계되지 않은 신고만으로는 국내의 비판여론을 잠재울 수 없다”며 “검증체계가 만들어져야만 향후 협상을 진척시킬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기는 힘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