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美-北 뉴욕접촉, ‘새 게임법칙’ 출발점 되나?

▲ 지난해 11월 제5차 북핵6자회담 첨석차 베이징 공항에 도착한 리근 北 외무성 미국국장(사진 왼쪽) ⓒ연합뉴스

미국과 북한은 3월 7일부터 뉴욕에서 공식 접촉을 갖고 대북 금융제재조치와 위폐문제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그동안 양국은 일방적인 장외(場外) 선전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혀왔다. 국제사회에서 지지여론을 확보하기 위한 유세(遊說)의 성격도 있었다. 언젠가는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해야 하는데, 이번 접촉은 본 협상을 위한 ‘탐색전’의 성격이 있다. 혹은 협상이 아닌 완전한 결별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이번 접촉에서 북한은 미국이 자신들의 범죄행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궁금해 할 것이다. 과연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할 것인지를 파악하고자 할 것이다. 한편 미국은 지난 몇 개월 동안의 대북 금융제재조치에 북한이 어느 정도 고통을 느끼고 있는지 알고 싶을 것이다. 정말로 힘들어 하는지 엄살인지, 앞으로는 개선할 의지가 있는지 여부를 펴볼 것이다.

이런 접촉의 결과로 2006년 미북관계의 앞날이 좀더 분명히 그려질 전망이다.

북한의 입장 : 막무가내 버티기는 힘들 것

북한은 3월1일 외무성 대변인이 관영 <조선중앙통신>과 인터뷰를 하는 형태의 보도를 통해 자신들도 위폐문제의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주장인즉 미국이 금융제재를 했고, 그래서 국제 금융기관을 이용한 송금 등을 할 수 없어 할 수 없이 현금결재를 해야 했고, 그 가운데 위폐가 끼어있어서 피해를 봤다는 것이다.

한편 백남순 외무상은 지난달 27일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대북제재가 지속되는 한 6자회담은 불가능하다”며 대북 금융제재와 6자회담을 연계할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북한이 작금의 금융제재 상황을 장기간 감내하기는 힘들 것이다.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조치를 북한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는 분명히 확인할 수는 없지만 상당한 타격을 입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이 일단 북한의 주요 거래처였던 ‘방코 델타 아시아(BDA)’를 돈세탁 우선 우려 대상으로 지정한 정도의 조치만 취했을 뿐인데 세계 여러 나라의 금융기관이 북한과의 거래를 재고하는 도미노식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금융제재조치가 효과적이라는 평가가 많다고 전한다.

북한이 뉴욕접촉을 앞두고 “우리도 위폐 피해자다” “금융제재 상황에서 6자회담 불가” 등의 강경한 입장을 보였지만 지난 2월9일에는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국제적인 반(反)자금세척활동에 적극 합류해 나겠다”고 한결 누그러진 입장을 취한 적도 있다.

미국의 입장 : 강온파 의견 엇갈려

미국의 입장은 강온파가 다르다. 일단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위폐 문제로 북한을 처벌하려는 것이 아니라 중단시키려는 것”이라는 발언을 여러 차례 되풀이해 왔다. 북한은 버시바우 대사를 강경파라고 연일 비난하고 있지만 이런 측면에서는 대북문제에 있어 온건파, 혹은 합리적 현실파라고 분류하는 게 옳다.

강경파들은 “국제법에 따른 사법처리”를 주장한다. 북한에만 예외를 허용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미 의회조사국(CRS) 라파엘 펄 연구원은 22일 한미연구소 주최 세미나에서 “(미국 정부 관리들이) 어느 시점에선가 북한 지도부(leadership)를 범죄활동 혐의로 기소하는 옵션을 준비하고 있거나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추측해볼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미국이 강온 어느 쪽에 기우느냐는 북한에 달려있다. 분명한 것은 미 행정부내 강온파 모두가 북한 위폐제조와 각종 국제범죄 행위에 관련해 ‘증거가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며 ‘어떻게든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는 것이다. 북한이 각종 의혹을 적극적으로 해명하면서 온건파의 입지가 넓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지금까지의 행동으로 봐서는 낙관하기 어렵다.

北 고백 – 美 용서, 가능할까?

위폐나 마약, 돈세탁 문제는 핵문제와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둘 필요가 있다. 핵문제는 국제정세와 각국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정치적인 지지국가가 출현할 수 있지만, 이런 국제범죄 문제는 정치적 계산이 개입될 여지가 없다. 북한의 우방국가들도 북한을 편들기 어려울 것이고, 북한의 범죄가 분명하게 드러나면 핵문제보다 훨씬 고립을 자초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북한도 진퇴양난의 기로에 서있다. 고백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는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에 빠져있는 것이다.

낙관적으로 보자면 위폐, 마약, 돈세탁 문제 등이 미북관계에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미북관계를 개선하자면 언젠가는 넘어야 할 산이다. 북한이 궁극적으로 미국과 수교를 원한다면 미국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이런 문제들을 피해갈 수 없다.

일단 북한은 범죄행위에 대해 과거와 분명히 선을 긋고 과감히 그것들과 절연해야 한다. 범죄행위에는 예외가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도망갈 구멍을 열어주고 쫓아야’ 할 필요가 있다. 퇴로가 완전히 막히면 대화의 문을 아예 닫을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처벌보다는 중단이 목표’라는 점을 분명히 하여 북한이 어느 정도 빠져나갈 수 있는 통로를 열어줄 필요도 있는 것이다.

어쨌든 모두가 쉽지 않은 과정이며, 그런 점에서 이번 뉴욕접촉은 미-북 간에 새로운 ‘게임의 법칙’이 열리는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곽대중 기자 big@dailynk.com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