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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7월 북한 미사일 발사 이후 19차 남북장관급회담을 끝으로 7개월간 중단됐던 장관급회담이 평양에서 열리고 있다.
회담 이틀째인 28일 1차 전체회의에서 남북 대표의 기조연설을 통해 양쪽은 경제협력분야 및 인도주의적 분야에서의 협력을 통한 남북관계 정상화라는 총론에는 일단 일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큰 틀에서의 일치된 입장을 확인했을 뿐 세부적인 합의점을 찾기 위한 실무접촉에 들어가면 상당한 이견이 노출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우선 북측 단장인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는 기조연설에서 “장관급회담 종료 즉시 그동안 중단됐던 모든 인도주의 협력사업을 전면적으로 재개하자”고 적극적인 입장을 보인 반면 남측은 ‘2·13 베이징합의’ 이행을 먼저 촉구했다.
즉, 북핵 6자회담을 통해 어렵게 2‧13합의문을 도출해냈고, 현재 북한이 핵폐기를 위한 초기단계 이행조치 기간에 있는 만큼, 북한의 초기조치 이행을 지켜본 뒤 단계적으로 페이스를 조절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방법론상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6자회담 합의 이행을 요구하는 남측의 의견에 대해 북측은 ‘우리민족끼리’의 정신을 강조하며 “외세를 배격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맞섰다. 이번 회담에 임하고 있는 양쪽 대표단의 상반된 인식을 드러내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 이날 전체회의 직후 오찬장에서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현재까지 분위기는 좋다. 하지만 회담 결과는 마지막에 공동보도문이 나오는 것을 보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 장관은 이날 기조발언에서 ‘한반도 정세변화의 흐름에 맞춰 남북관계의 정상화’를 강조하면서 이산가족 및 화상 상봉 즉각 재개, 4월 중 이산가족 면회소 건설 즉각 재개, 납북자‧국군포로 문제 등의 실질적 해결 등을 촉구했다.
특히, 납북자·국군포로 문제와 관련해 그동안 소극적 입장을 취해온 우리정부가 이번에 문제제기를 한 것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물론 이후 회담 일정에서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추가적인 논의할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 장관은 또, 올 상반기 열차 시험운행 실시, 연내 철도 개통, 경공업 지하자원 개발 협력의 진척 등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미 남북은 열차 시험운행에 합의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그 이상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해 단순히 시험운행 차원을 넘어 경의선·동해선 열차가 완전 개통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한편 북측 대표인 권 단장이 기조연설에서 “그동안 중단됐던 모든 인도주의 협력사업을 이번 장관급회담 종료 즉시 전면적으로 재개하고 남북 적십자회담도 열자”고 제안한 것은 미사일 발사로 인해 중단된 모든 인도주의적 사업을 모두 원상복구하자는 뜻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해 7월 이후 중단된 쌀 50만t과 비료 35만t 지원재개를 간접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북측은 적십자 회담 개최를 통한 이산가족 상봉을 매개로 쌀과 비료 지원을 받겠다는 것.
그러나 대북 쌀 지원 재개는 2·13 합의와 연계시켜 페이스를 조절해 가겠다는 게 우리 정부의 입장으로 알려져 조속한 쌀 지원을 바라는 북측의 입장과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남과 북이 서로의 입장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번 회담에서 서로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고 세부적인 논의를 13차 경추위에 일임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될 경우 경추위 개최시기를 놓고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열려는 북측과 북측의 초기조치 이후로 미루려는 남측의 줄다리기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로서는 북한 핵실험 이후 대북 지원에 대한 ‘퍼주기’ 논란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대북지원을 재개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때문에 6자회담 진전 상황을 봐가며 북측이 이행조치에 따른 최소한의 명분이 생겼을 때 쌀 지원을 재개하겠다는 생각이다.
이와 함께 이 장관은 기조발언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나 이것이 미사일과 핵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남북 협력사업을 미루겠다는 의미는 아니어서 이번 회담에서 장애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