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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2일 6자회담에 복귀하는 북한에 대해 당근과 채찍이 모두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안보리 결의에 따른 제재를 ‘중요한 채찍’으로, 핵 폐기를 통해 얻게 될 경제원조와 관계정상화를 ‘당근’으로 표현했다.
이는 미국이 6자회담을 북한 핵 폐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북한의 핵 폐기 여부를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핵 폐기 프로세스에 도입하지 않을 경우 국제사회의 보다 강력한 제재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다.
◆BDA 조치 미국 양보 가능성 낮아= 라이스 장관은 이날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 북한계좌 동결에 대한 미국의 양보 가능성에 대해서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 외무성이 BDA에 대한 논의 및 해결을 6자회담의 전제라고 말했지만, 오히려 라이스 장관은 ‘제재의 중요성’으로 화답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2일 국민대 강연에서 “6자회담 미∙북 실무회담을 통해 북한의 불법행위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불법행위 근절이 전제돼야 금융조치 해제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북한의 형식적인 해명으로는 제재 완화가 어렵다는 의미다.
미국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는 북한과 6자회담 재개에 합의한 직후 “북한이 불법행위를 중단하는 등의 협조가 있을 경우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고위 당국자는 올해 초 “북한 위폐가 한 장도 발견되지 않을 때까지 금융조치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 BDA에 묶인 계좌 중 합법계좌는 풀릴 수 있다는 전망도 있으나, 미 재무부는 1일 “합법과 불법을 정확히 구별하기 어렵고, 이것은 하나의 거대한 범죄”라는 의견을 내놓았기 때문에 이 역시 낙관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북한은 先금융제재 해제 문제를 계속 들고나오며 9.19 공동성명 이행에 관한 논의는 공전시킬 가능성이 높다.
◆北, 핵 보유국 대우 요구 가능성= 북한은 최근 핵실험 성공 군중대회를 대규모로 개최하고 있다. 이는 대내외적으로 핵보유국을 공식화 하려는 의도다.
핵실험까지 진행한 북한이 6자회담에 나와서 핵 폐기 절차에 돌입하는 합의를 이룰 가능성은 희박하다. 오히려 핵 보유국 대우를 요구하고 나올 가능성이 훨씬 높다. 지난 10년간 김정일이 핵 보유국 지위를 위해 총집중해온 것만 봐도 핵포기는 불가능한 상태에 와있음을 알 수 있다.
북한은 핵 물질 및 기술의 제 3국 이전금지를 구두로 약속해주고 핵보유국 인정을 받는다는 전술로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대북제재 국제공조 분열 시도=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한 표면적인 이유는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에 동결된 북한계좌를 풀어달라는 것이지만, 회담 복귀만으로 국제사회의 제재속도를 늦추고 회담 참가국 간의 갈등을 야기하려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북한의 국제공조 흔들기의 우선 순위는 한국과 중국이다. 이들을 미국과 갈라놓는 것이 북한 입장에서는 시급한 일이다. 한국정부는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발표하자마자 대북지원을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북한의 회담 복귀가 가져오는 가시적인 성과이다.
김정일 입장에서는 6자회담을 거부하고 국제적인 제재를 감당하는 것보다 회담장에서 핵 보유국 대우나 금융조치를 제시하는 것이 이롭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일단 회담장에 나올 경우 협상이 결렬돼도 당분간 대화국면을 통한 제재 완화, 관련국 공조를 분열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갖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회는 조만간 김정일에게 더 큰 위기로 반전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북한이 핵 포기를 행동으로 보이지 않을 경우 협상에 연연하지 않을 태세다. 따라서 북한의 6자회담 복귀가 미국의 추가 대북제재 카드를 조기에 불러오는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