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北, 핵포기로 금융제재 1만배 대가받아라

▲ 지난해 9월 19일 6자회담 공동성명후 환담하고 있는 한-미-북 관계자들

오는 19일이면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에서 9.19 공동성명을 채택한 지 1년이 된다.

지난해 9월 공동성명 합의 분위기대로라면 지금쯤 최소한 북한의 영변 원자로가 동결된 상태에서 구체적인 폐기방안에 대한 협상단계로 넘어가 있어야 옳다.

그러나 9·19 공동성명 진행은커녕 도리어 후퇴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다 핵실험 준비설이 나오고 있으니 6자회담 무용론까지 대두되고 있는 형편이다.

4차 6자회담 1단계 회의 때 우다웨이 중국측 수석대표가 “댜오위타이에서 대어(大漁)를 낚자”는 말이 당시에는 현실이 됐지만, 잡은 대어의 살을 키우기는커녕 뼈만 앙상하게 남긴 결과를 맞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북 양국의 이해관계가 근본적으로 상충되는 문제를 다자간의 협상을 통해 풀어가려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지난해 9월 19일 국내 일부 언론들은 북핵문제가 6자회담을 통해 극적으로 타결됐다는 소식을 베이징에서 서울로 급히 타전했다. 그러나 9·19공동성명은 결코 타결이 아니었다. 다만, 북핵해결의 원칙과 방향이 마련됐다는 측면에서 향후 구체적인 핵폐기 프로세스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기를 기대했다.

9·19공동성명은 북한의 핵폐기를 명시해 6자회담의 목표를 분명히 세웠다. 또 미국의 군사적 해결방법을 배제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미-북 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협정 추진 등을 포괄적인 선언내용으로 담았다.

그러나 공동성명이 발표되자마자 북한은 공동성명 해석을 두고 다른 참가국들과 전혀 상반된 목소리를 내 갈등을 야기하기 시작했다. 이후 11월 개최된 5차 6자회담에서 북한은 경수로 건설과 미국의 금융조치 해제를 주장했다. 미-북간 합의로 의장성명이 채택됐지만, 회담 속개 날짜도 잡지 못했다.

북 “2400만 달러 주면 6자회담 나가겠다”

해를 넘기자 미-북 사이에는 대북 금융조치 문제로 불꽃이 튀었다. 미국이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 아시아(BDA)를 북한의 범죄행위와 연관시켜 ‘돈세탁 우선우려’ 대상으로 지목하자 북한은 금융조치 해제 없이는 6자회담에 나갈 수 없다고 맞섰다. 미국은 자국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국내법적 조치라며 6자회담과는 별개이기 때문에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미국의 금융조치에 북한은 예민하게 반응했다. 김계관 6자회담 북측수석대표는 올해 4월 “BDA의 동결자금을 내 손에 갖다 놓으면 되며 그 자금을 손에 쥐는 순간 회담장에 나갈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미국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북한의 위폐제조와 돈세탁, 마약거래 등을 집중 단속하기 위한 조치를 확산시켰다.

이후 북한기업과의 거래 자체를 중단하려는 움직임이 북한의 우호국이자 초대 교역국인 중국의 은행뿐 아니라 베트남, 싱가포르, 홍콩 등 아시아계와 영국 등 유럽계 은행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정상적인 무역거래마저 타격을 받게 된 북한은 미국의 조치에 굴복하지 않겠다며 대미항전을 부르짖었고, 그 결과 7월 5일 무더기로 미사일을 발사하기에 이르렀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고립을 더욱 강화시켰고 유엔결의안을 통한 합법적 대북제재를 본궤도에 올려놓았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6자회담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이라는 주변국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고, 미국 내에 평화적 북핵 해결에 대한 회의론을 증폭시켰다. 한때 ‘김정힐(Hill)’이냐는 비아냥까지 들었던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도 최근 결의안 이행을 강조하고 나섰다.

미국은 북한이 6자회담을 통한 북핵 해결 의지가 없다고 판단, 오는 10월부터 초강경 대북조치를 시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높은 단계의 해상감시와 전 세계 금융망에서 사실상 북한계좌를 퇴출시키는 것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핵 포기로 그 이상의 대가 받는 방법뿐

BDA에 이은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는 미-북간 타협이 어렵다. 북한이 위폐 등 국제범죄행위에서 완전히 손을 떼거나, 금융제재와 별개로 6자회담을 통해 북핵 폐기에 나서 그 이상의 대가를 받는 방법밖에 없다.

힐 차관보도 “핵동결 절차만 시작돼도 매주 2천4백만 달러 이상을 벌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북한이 핵포기 프로세스에 들어가면 중유(미)를 비롯하여 전기(한, 중), 식량(한, 중) 등의 반대급부가 금융조치 손해분보다 적어도 1만배 이상을 벌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은 북한 입장에서 미국에 멱살을 잡힌 채 핵 폐기와 정상국가화 수순을 밟는 것으로 비춰지기 때문에 김정일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들어 보인다. 함북 길주의 핵실험 정황 노출도 심상치 않다. 6자회담 무용론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여전히 북한은 선택권을 가지고 있다. 금융제재를 받아들이고 6자회담에 나오든지, 아니면 무조건 버티기나 추가적인 도발을 감행하는 것이다. 전자는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고 후자는 6자회담 무용론과 일맥 상통한다. 이것이 9.19 공동성명 1년 후의 현주소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중국이 북한을 설득하고 있지만 이미 북한은 중국의 역할에 실망한 상태”라면서 “미국의 추가 금융조치에 따른 북한의 도발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미국과 중국이 입장이 다른 것 같지만 반대로 보면 역할 분담을 통해 북한을 다루고 있다”면서 “북한이 지금과 같은 조건에서 6자회담에 나오기는 쉽지 않겠지만, 선택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
김송아 기자 ksa@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