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北 핵실험 위협 협상카드로 본격 등장?

▲ 미국의 민간군사연구소 ‘글로벌 시큐리티’가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한 북한 길주 시내 중심가의 위성사진 ⓒ글로벌시큐리티

북한 핵실험 위협이 점차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북한 외무성은 26일 담화를 통해 “미국의 금융제재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담화는 함경북도 길주에서 핵실험 관련 징후가 노출됐다는 언론 보도에 이어 미국과 중국이 이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가운데 전격 발표됐다.

따라서 북한 당국이 사실상 핵실험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경고하면서 미국과 중국의 태도변화를 촉구한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날 외무성 대변인은 담화에서 모든 조치를 강구할 수 밖에 없는 이유로 미국의 금융제재가 자신들의 사상과 제도를 압박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북측의 이러한 반발에도 미국이 대북 금융제재를 해제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오히려 추가적인 조치를 통해 제재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미국의 추가 대북조치가 계속되는 조건에서 김정일이 핵실험 카드를 꺼내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북측에 대한 긍정적 기대로 일관했던 한국 정부도 “핵실험 가능성이 있으며, 현실적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북한 외무성은 미사일 발사 다음날 “누가 미사일 발사에 시비를 건다면 부득불 다른 형태의 보다 강경한 물리적 행동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한 바 있다. 미사일 발사보다 강력한 물리적 행동은 현 단계에서 핵실험이 유일하다. 마지막 단계는 핵물질 해외 유출이 될 수 있다.

핵실험은 매우 강력하면서 주변국에 치명적인 위협을 던져주게 된다. 그러나 핵실험은 그 자체로 미국이 설정한 레드라인(red-line)을 넘어갈 가능성이 높은 데다 중국이 김정일에게 등을 돌리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다. 따라서 북측이 실행에 옮길 수 없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이 카드를 본격적으로 활용할 조짐을 여러 곳에서 드러내고 있다.

북한 입장을 외부로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해온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도 이날 “부시 정권이 군사분야를 포함하여 더 한층 강경하게 나선다면 조선(북한)의 핵실험도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노골적으로 경고했다.

김정일은 지난달 평양에서 열린 재외공관장 회의에서 ‘중국과 러시아도 신뢰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발언은 현재의 북한이 처한 외교적 고립 상태를 대변하면서도 앞으로 두 나라의 영향력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과시한 것이다. 이러한 김정일의 위기감이 미사일 발사에 이은 추가적인 조치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외무성 담화는 김정일의 8월 말 중국 방문설 직후에 나온 것이어서 대 중국용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핵실험에 대해 극도의 거부감이 있는 중국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전략 차원이라는 것이다. 중국에서 북한으로 가는 원유량까지 감소하자, 다급한 김정일이 중국의 경제지원을 얻기 위해 핵실험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결국 무더기 발사로 이어진 것이 불과 한달 전이다. 핵실험은 북한의 운명을 가름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미사일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중국까지 나서 북한의 계좌를 폐쇄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정일이 미사일 발사 실패에 따른 추가조치를 준비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또한, 미국의 제재가 계속되는 와중에서 진행되는 6자회담을 통해서는 체제의 생존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김정일이 핵 보유국으로 방향을 급선회, 핵실험 카드를 던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