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北 기상천외 ‘흡연자 대입규제’ 왜 나왔나?

지난 31일 북한 최창식 보건성 부상은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금연의 날’ 행사에 참석, “나라에서는 담배통제법을 제정해 금연사업에 필요한 법적토대를 마련했다”며 “미성년자들에게 담배판매를 금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흡연자에 대학입학자격을 박탈하는 등 금연활동을 활기 있게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 부상의 주장대로라면 북한에서 금연운동이 꽤 활기차게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과연 그럴까?

북한이 ‘흡연자 대입자격 박탈’까지 주장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주민들에게는 별로 새롭지 않을 수 있지만 남한 사람들이 보기에는 북한당국이 청소년들의 건강을 위해 매우 강력한 규제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북한당국이 주민들에게 아무리 담배를 끊으라고 명령해도 오히려 흡연율이 더욱 증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 부상이 무슨 근거로 흡연율 15%를 줄이고 2010년엔 30%를 낮출 계획이라 주장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필자는 그런 주장에 혐오감을 느낀다. 전혀 사실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은 직발생(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 현직생(고등한교 졸업 후 3년 동안 직장생활을 한 사람), 제대군인 등 세 부류로 나뉜다. 문제는 고등학교 학생들의 흡연율이 높을 뿐 아니라, 20세 이상 남성 흡연율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높다는 사실이다.

“출신성분 때문에 못가고, 흡연 때문에 못가고?”

통일부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북한동향’ 2004년 5월 자료를 보면, 북한 주민 20세 이상 남성 흡연율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고, 1993년 WHO가 발표한 자료에도 북한주민의 담배소비량이 연간 4kg으로 세계에서 3위를 차지했다고 보고됐다. 또 최근 남한에 입국한 탈북 청소년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아도 고등학생 약 80% 이상이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실이 이러한데 흡연자에게 대학입학 자격을 박탈한다고 하면 대학에 진학할 수험생은 몇 명이 안 될 것이다. 안 그래도 출신성분 때문에 대학 진학을 못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80% 이상의 흡연자들이 존재하는 조건에서 대입 수험생이 몇 명이나 나올까? 아마도 여성 수험생들만 많아 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북한에서 여성들의 흡연율은 사회적 정서문제로 대단히 낮기 때문이다.

또 진짜로 흡연자에 입학자격을 배제한다고 하더라도 수험생들의 흡연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기껏해야 인물심사(면접)시에 물어 볼 수는 있지만 객관적이지는 못하다.

북한의 대학생들 역시 80% 이상은 담배를 피운다. 북한에서 대학생들이 대학 캠퍼스에서 흡연을 못하게 된 것은 1950년 중반 김일성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당시 6.25 전쟁에 참전했던 대학생들이 복학하면서 김일성에게 대학생들에게도 담배를 배급해 줄 것을 건의했다. 김일성은 이런 건의를 일언지하 거절하면서 대학 캠퍼스에서의 흡연은 금지됐다.

이 때문에 남한 고등학생들이 화장실에서 몰래 담배를 피우는 것처럼, 북한 대학생들은 인적이 드문 장소에서 흡연을 하는 것이 일상화되었다. 대체로 수업 중간에 10분 휴식시간이 있는데 이때 대학생들은 흡연 장소를 찾아 몰려다닌다. 이런 이유로 북한의 대학에서는 재미있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학생과장(주로 김일성, 김정일 노작 강좌교수들이 겸직)들이 흡연자들을 찾아 캠퍼스 구석구석을 뒤져 흡연자를 색출하는 것이다.

“북한 대학생 캠퍼스 안에서 흡연 금지”

만약 대학생들이 흡연을 하다 걸리면 아무리 우수한 성적의 학생이라 해도 김일성, 김정일 노작 시험에서 낙제를 면치 못한다. 필요에 따라서는 그 학생이 소속된 학급에 처벌근무(북한에서 대학생들은 김일성, 김정일 혁명역사 연구실 등 부속건물들에 대한 경비를 학급별로 대학생들이 선다)를 서거나 화장실 청소를 시킨다.

따라서 담배를 피우는 학생이나 이를 감시하는 교수나 모두에게 고민거리다. 이런 상황에서도 금연을 결심하는 학생들은 매우 드물다.

바로 이것이 북한 학생들의 현실인데, 흡연을 이유로 대입자격을 박탈한다는 발상은 북한주민들은 물론 세계인민들을 속이는 허풍 발언에 지나지 않는다.

이번 최 부상의 금연발언은 ‘우리도 외국처럼 금연에 동참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미국이 주장하는 것처럼 ‘범죄국가’가 아니라는 쇼를 하는 것으로 보면 틀리지 않다.

이주일 기자(평남출신 2000년 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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