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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안보리 대북결의안에 따른 대북제재와 6자회담 재개를 위해 중국을 방문하고 있는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가 중국을 통한 대북 영향력 행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힐 차관보는 6일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회동을 마치고 “미국과 중국이 북한을 6자회담으로 데리고 나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도 역시 (북한에)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힐 차관보와 우다웨이 부부장은 북한의 핵실험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6자회담도 본회담 보다는 새로운 협의체에 대한 논의가 시도됐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러한 움직임에 반대하고 있다.
양국 6자회담 수석대표의 논의가 6자회담 재개보다는 핵실험에 집중된 것은 북한이 대외적으로 추가적인 강경조치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음을 미-중이 인정한 셈이다. 이는 북한에 대한 중국의 외교적 노력이 상황악화 방지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말해준다.
중국의 외교적 노력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힐 차관보의 발언은 김정일의 방중을 위한 양국의 협상이 순조롭지 않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일 수도 있다. 중국이 북한의 핵실험 방지와 관계회복을 위해 김정일을 초청했다면 현재는 상당히 곤혹스런 입장에 처했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안보연구원 김흥규 교수는 “중국의 역할은 제한적이지만 전통적 외교관계를 복원해 상황의 추가악화를 막으려는 조치를 시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중국은 회유와 압박의 양동 전략을 통해 대북 가용자원들을 활용한 독자적인 압력을 단계적으로 가중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중국 내에서는 북한이 상황악화 조치를 단행할 경우 수수방관하지 않겠다는 의견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앞서 중국 외교부 친강(秦剛) 대변인은 미국이 추진하는 대북제재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미일이 주도하는 추가적인 대북제재에는 동참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미중은 모두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당분간 미국은 경제제재를 통한 대북 압박에 비중을 두고, 중국은 관계회복을 통한 영향력 회복에 나설 전망이다. 이를 갈등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강온양면 전략으로 보완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결국 북한의 다음 행동이 변수라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미사일 발사 이후 주변국의 긴박한 대응에도 불구하고 문을 꼭꼭 걸어 잠근 채 내부 통제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북한이 추가도발을 감행한다면, 이는 북-중 관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