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분야별 합의 들여다 보니…3통 진전 의미

‘2007남북정상선언’ 이행을 위한 제1차 남북총리회담이 16일 남북경협 활성화 방안 등의 포괄적 내용을 담은 8조 49개항의 합의문을 채택했다.

이번 합의문은 10월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사항들을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사업 방향과 추진 절차가 담겨있다.

이번 합의로 남북경협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번 합의를 북한의 개방 결단으로 보거나 항구적인 남북경협을 보장하는 것으로 보기에는 이르다. 북핵 폐기와 개혁개방 결단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합의 중에 개성공단내 인터넷과 휴대전화 사용의 내년 실시와 문산-봉동 간 화물열차 다음달 개통은 의미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개성공단 활성화와 3통 문제 = 이번 합의의 가장 큰 성과로 볼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개성공단뿐만 아니라 향후 추진될 남북경협의 활성화를 위해 가장 시급하게 해결되어야할 문제로 지적되어온 ‘3통 문제’에 대한 개선안 마련이다.

남북은 우선 통행 문제와 관련, 기존 평일 8시30분~17시40분(동절기는 9시~17시)까지 하루 21회, 편도 기준 하루 23회만 통행이 가능하던 것을 오전 7시부터 22시까지 하루 15시간 범위 내에서 편리하게 출입할 수 있게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그러나 횟수와 관련해선 구체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2008년부터 인터넷 유.무선전화 서비스를 시작하기 위해 1만회선 능력의 통신센터를 금년 내에 착공하기로 했다. 현재는 유선통신 653회선만을 공급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설계도면 등을 팩스나 인편으로 주고받는 등 많은 불편을 겪었다.

통관 절차 개선과 관련, 통관사업의 신속성과 과학성을 보장하기 위한 물자하차장 건설 등을 추진키로 했다. 남북은 3통 문제와 관련한 합의사항 이행을 위해 12월초에 개성공단건설 실무접촉을 개성에서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회담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3통 문제’에 대한 의견 접근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좀 더 논의과정을 지켜봐야 하지만 북측이 강하에 원하고 있는 ‘조선협력단지’ 개발 등을 위해선 이 문제 해결이 필수 불가결한 조치였다는 게 회담장 안팎의 평가다.

개성공단 사업은 1단계 사업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2단계(산업단지 496만㎡, 관광 165만㎡, 상업·생활 165만㎡) 사업의 추진 로드맵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남북은 2단계 개발에 필요한 측량과 지질조사를 12월중에 진행하고 2008년 안에 2단계 건설에 착수할 계획이다.

하지만 개성공단 발전을 위해선 기존의 노동집약적 업종에서 벗어나 기술집약적.고부가가치적 업종의 유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삭제가 선결돼야 한다. 또한 북측 노동자들의 생산성 문제와 북측 인력의 고용과 해고, 임금 계약 등에 있어서 자유로운 기업 활동 보장이 시급하다.

◆조선협력단지 개발과 도로.철도 개보수 = 남북은 내년 상반기 안에 안변지역에 선박 블록공장 건설을 착수하고, 남포는 가까운 시일 안에 영남배수리공장의 설비 현대화.기술협력과 선박블록공장 건설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 12월 중 안변·남포지역에 대한 제2차 현지조사를 실시하고, ‘3통 문제’ 등 대북투자를 위한 법·제도적 장치 마련에 합의했다. 또한 본격적인 사업추진을 위해 경제협력공동위원회 산하에 ‘조선해운협력분과위원회’를 구성, 12월 중 제1차 회의를 부산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중국에 진출한 블록공장 평균인건비 480달러(월)의 30% 수준과 해상 운송비는 중국진출 블록공장의 불록 운송비의 80% 수준으로 가정할 때, 조선협력단지가 조성될 경우 우리 조선업계에 톤당 약 18만원의 원가절감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남북은 12월11일부터 문산-봉동간 철도화물 수송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대량수송이 가능한 철도를 이용한 개성공단 물자 수송은 개성공단 2단계 착수에 대비한 중요한 물류인프라로 기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남북간 물자 중 약 96%가 해운을 통해 수송, 높은 물류비의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

이를 위해 남북 양측은 이달 20일부터 이틀간 실무접촉을 갖고 열차운행을 위한 절차 및 제도 확충에 들어간다. 이와 함께 이달 말 열리는 국방장관회담 등을 통해 군사적 보장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조성 = ‘2007남북정상선언’에서 합의한 바 있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를 위해 이번 합의문에서는 관련 사업을 총괄하는 별도의 추진위원회와 분야별 분과위원회 구성.운영에 합의했다. 추진위 1차 회의는 12월중 개성에서 개최된다.

서해평화지대 설치를 위해 남북 양측은 ▲해주경제특구건설 ▲해주항 활용 ▲한강하구 공동이용 ▲민간선박의 해주 직항로 통과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 조성 등 5개항의 세부사업에 합의했다.

해주경제특구의 경우 다음 달 현지조사를 실시해 내년에 설계를 완료해 공사에 착공할 예정이다. 해주항 활용도 다음 달 현지조사와 내년에 사업계획 확정 및 기존항만 개축에 착수한다. 한강하구 공동이용을 위해선 빠른 시일 내 현지조사를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민간선박의 해주직항로 통과를 위해선 내달 조선해운협력분과위에서 협의할 계획이다.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 조성을 위해선 이달 말 열리는 국방장관회담에서 구역 범위를 협의하고 내달 서해평화지대추진위 및 공동어로분과위에서 구역 운영방안을 협의한다. 공동어로는 내년 상반기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해주항 활용과 해주 경제특구 건설을 위해서는 연평도~우도 사이의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통과해야 하고 한강하구에서 골재를 채취하고 개성공단의 해상수송로 확보하려면 비무장지대(DMZ) 내에서 작업이 필수적이어서 군사적 보장조치가 필수적이다.

◆이산가족 및 납북자·국군포로 문제 = 이번 총리회담에 임하기전 우리 측은 이산가족 문제와 국군포로 및 납북자 문제 등의 인도주의 분야 해결 의지가 분명했다. 하지만 이날 남북이 합의한 내용에는 남북경협과 화해협력 분야와 비교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산가족 영상편지 시범 교환과 다음 달 준공 예정인 금강산면회사무소 준공에 따른 남북 각각 국장급을 소장으로 하는 면회소 운영에 합의하는 것에 그쳤다. 다만 이번 달 28~30일까지 금강산에서 제9차 적십자회담을 개최해 이산가족 상봉확대 방안과 국군포로 및 납북자 문제 등을 협의한다는 데 합의했다.

이재정 장관은 이에 대해 “남북간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적십자회담에서 협의를 계속하기로 했다”며 “적십자회담에만 맡기는 게 아니고 정부로서도 의지를 가지고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이번 회담에선 국군포로 및 납북자 문제와 관련해선 별다른 논의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문화분야 교류 및 자원개발 협력 = 남북은 장관급을 위원장으로 하는 ‘남북사회문화협력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분야별 협력 사업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현재 추진 중인 ‘겨레말큰사전’ 공동편찬사업의 효율적 지원을 강화하고 북한 교육기자재와 학교시설 현대화 지원과 공동문화행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또한 경의선 열차를 이용해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참가하는 남북응원단과 관련해 실무접촉을 통해 철도운행 방법과 응원단 규모 등에 대해 협의하기로 합의했다.

자원개발은 현재 추진 중인 단처지역 광산의 제3차 현지조사를 이달 말에 진행하고 농업협력은 2005년에 열렸던 제1차 남북농업협력위원회 합의사업을 중심으로 추진하되, 종자생산 및 가공시설, 유전자원 저장고 건설 등을 금년중 착수키로 했다.

백두산 관광의 경우 당국차원에서 백두산 및 개성관광사업의 진행에 적극 협력하고, 12월초에 서울-백두산 직항로 개설을 위한 실무접촉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백두산 관광은 연간 10만여 명의 중국 경유 백두산 관광객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남북은 ‘6·15공동선언’을 기념하기 위해 ‘6월15일을 화해와 평화번영, 통일의 시대를 열어나가는 민족공동의 기념일’로 정하기 위한 내부 조치를 취하기로 해 정부가 이를 추진할 경우 남한내 보수-진보 세력간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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