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신고] 전문가 평가와 전망

북한의 핵신고와 그에 따른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 그에 이어 예정된 북한 영변 핵시설의 냉각탑 폭파 등에 대해 전문가들은 핵폐기 2단계 조치의 마무리와 3단계 진입 국면이라는 일치된 의견을 내놓았다.

다음은 일련의 핵조치의 의미와 앞으로 전망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 = 북한 핵문제의 2단계 조치가 마무리되고 3단계가 시작될 수 있는 계기다. 이제는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를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군사적 신뢰구축 문제를 한국이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가 굉장히 중요하다.

3단계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부시 임기내에 시작되는 게 어렵다. 경수로 등 쟁점들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시점이 됐지만 진통을 겪을 것 같다. 이런 쟁점의 성격상 임기말에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크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한국 입장에서는 6자회담의 진전에 맞춰 북핵을 포함해 대북 정책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핵심은 3단계를 어떻게 갖고 갈 것인가다. 북핵 폐기의 상응조치 중 평화체제 문제에서 특히 한국의 입장과 역할이 중요한데 이명박 정부가 평화체제에 대한 전략이 부재하다는 점이 우려된다.

평화체제는 당사자로서 전략이 있어야 한다. 북한 핵의 폐기과정을 진행시킬 수 있기 위해 이 문제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에너지와 경제지원 부분은 3단계에서 경수로 등과 관련해 한국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신안보연구실장 = 북한의 핵신고에 따라 북한이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되고 적성국교역법 적용이 중단되면 북미, 북일간 수교협상이 본격화 될 것이다. 90년대 초반 추진됐던 북미, 북일간 교차승인 구도가 이뤄질 것이다.

7월에 6자 외무장관 회담이 열리면 동북아 안보포럼을 발족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 안에는 한반도 평화체제 포럼도 포함돼 있는 것이다.

미국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 새로운 외교안보팀이 만들어지고 한반도 정책에 대한 조정도 있을 것이다. 빨라야 4월에나 북미 협의의 본격 가동이 가능하다.

남북관계가 정상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북미, 북일관계가 진전될 경우 동북아 다자안보 논의에서 우리의 발언권을 행사할 수 없다. 동북아 다자안보 논의의 개시에 앞서 대통령의 특별담화나 대북 특사 등을 통해 남북관계에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상태에서는 북핵 3단계 협상에 들어간다고 해도 우리는 부담만 지는 것이지 우리의 역할이 제기될 수 없다.

중국의 시진핑이 방북해 식량원조 약속을 했다는 얘기는 있다. 북한은 식량문제와 북일관계에 진전이 있기 때문에 남쪽에 대해선 기싸움을 하는 것 같다. 지금 상태에서 북한 입장에서는 굴복하게 되면 남쪽에 끌려갈 수 밖에 없으므로 중국과 미국 카드를 갖고 남쪽을 압박하는 것이다.

▲서재진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는 ‘깡패’ 딱지를 떼어주는 엄청난 의미가 있다. 정상국가로 대접받는 것이다. 일반 민간인이 되는 것이다.

냉각탑 폭파 역시 핵을 포기한다는 이벤트로 볼 수 있지만 진심이니깐 믿어달라는 약속을 하는 것이고, 김정일도 결단을 내렸다고 본다. 부시 대통령의 임기만료 전에 2단계 종료까지는 갈 것이다.

그러나 먼 갈길의 시작이다. 북한이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많은데, 중요한 포인트는 북한이 미국에 의존하기로 결정한지 오래 됐다는 것이다. 미국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국교정상화를 허용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미사일, 생화학무기, 인권 문제가 남아있다. 미국은 아직 미사일 문제를 북한에 제기하지 않았지만 핵협상을 마무리하고 미사일 문제를 제기해서 마무리하고, 생화학무기를 제기해 해결한다는 생각을 미 국무부는 갖고 있다.

미국은 이들 문제를 핵폐기 3단계에 접어들면 분명히 거론한다. 그래서 차기 미 행정부 4년간 `3단계+무기’ 협상이 될 것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 = 냉각탑의 폭파를 통해선 북한의 정상국가 이미지를 전 세계에 심는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냉각탑 폭파는 비핵화 과정을 되돌리지 않겠다는 메시지로도 볼 수 있다.

또 대북 강경론은 김정일이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해 왔지만, 북미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경수로 제공 등 조건만 맞으면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김정일의 의지를 과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북한으로선 미국의 차기 행정부에 우호적 메시지를 보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북한에 중소기업이 많이 들어갔지만 대기업은 드문데, 테러지원국 지정 및 적성국교역법과 관련있다. 테러지원국 해제 등의 조치가 취해져도 북한의 경협 환경이 크게 개선되지는 않겠지만 개선 전망이 서게 돼 외국과 남한을 포함한 대기업들이 대북 진출을 모색하게 될 것이다.

냉각탑 폭파 등으로 북한은 북미관계가 개선되는데 남한 당국은 가만히 있을 것이냐는 심리적 압박을 남한에 가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6자회담 일정이 잡히면 한반도 평화체제 포럼 논의도 본격화될 것이다. 북한으로선 경수로 문제도 재개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놓는 등 미국에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3단계 입구에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 단계까지 진전시켜 놓을 것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냉각탑 폭파라는 이벤트를 보면 검증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그렇게 보면 북미관계는 급물살을 타게 될 것이다.

이르면 8월말 상주대표부 문제와 미국내 북한자산 동결 등을 포함해 2000년 조미 코뮈니케를 넘어서는 진전된 내용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북미관계는 미국내 강경파의 영향을 받겠지만 대세는 잡힌 것으로 봐야 한다. 매케인을 통해 강경한 입장이 나오겠지만,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는 없을 것이며 북미관계가 상당한 속도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테러지원국 해제는 북한이 국제사회로 정상편입하는 교두보가 마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테러지원국 해제와 적성국교역법 적용의 종료만으로는 혜택이 눈에 띄지 않겠지만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 인식의 전환점이 마련됐다는 것이 중요하다.

테러지원국 해제 절차에 들어간 뒤 45일의 기간 중 북한은 국제사회 편입 의지를 보여주도록 핵문제처리를 깔끔하게 해야 한다. 명쾌한 처리 과정에서 미국과 일본의 대기업들이 북한에 가고 하면 남한 사회에도 압력이 들어올 것이다. 남한 대기업들도 바로 진출하지는 않겠지만 태스크포스를 만드는 작업에 착수할 것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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