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신고] 대북제재 완화 한국경제에 미풍

26일 북한의 핵 불능화 신고에 따라 한국경제에도 미풍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컨트리 리스크가 낮아지면서 외국인 투자가 확대되고 남북경협이 활성화되는 한편 중단됐던 남북 간의 자원개발 사업도 재개되는 등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다만 미국의 적성국 교역법 적용 및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가 현 상황에서 국가 신용등급이나 외국인 투자의 방향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 국가신용등급에 도움

북한이 핵 불능화 신고를 함에 따라 미국의 적성국 교역법 적용과 테러지원국 지정에서 해제될 가능성이 커졌다.

북한은 이번 조치로 교역.금융거래.국제금융기구의 지원.경협확대 등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적으로 북.미 관계정상화가 이루어질 때까지 대북 경제제재는 점증적으로 해제되겠지만 초기 단계에서도 이 정도의 성과는 나올 것으로 보는 시각이다.

한국경제에도 훈풍이 예상된다. 기획재정부 송인창 국제금융과장은 “현재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은 외환위기 전과 비교해 S&P는 두 단계, 무디스와 피치는 각각 한 단계 아래 머물고 있다”면서 “북핵 리스크가 줄어들고 있지만 이들 신용평가사들은 여전히 우리 경제의 약점(weak-point)으로 북핵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 만큼 이번 조치가 국가신용등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송 과장은 “다만 이번 조치만으로 신용등급 또는 전망의 상향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번 조치가 국가 신용등급 상향으로 직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용등급 조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결정적인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북한 문제가 한국의 신용등급에서 차지하는 영향이 줄어든 것 같다”며 “이번 움직임으로 인해 신용등급이 바뀔 가능성은 매우 작다”고 지적했다.

◇ 외국인 투자에 장기적 호재

이번 조치가 국가 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은 만큼 외국인 투자에도 당장 큰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외국인들이 한반도에서 전쟁 가능성을 이미 매우 낮게 보고 있어 지정학적 리스크가 낮아졌다는 점을 투자 확대로 연결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HMC투자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사례를 보면 서해교전이 일어났을 때도 외국인 투자에 큰 변동이 없었다”며 “역으로 뒤집어 보면 이번 조치 역시 외국인 투자의 방향성을 바꿔 놓을 만한 대형 호재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외국인들에게 지정학적인 리스크가 큰 관심사가 아닌 만큼 자금 수급에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민영 연구위원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줄어든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호재가 될 수 있다”며 “다만 현재 외국인 투자는 국제적인 신용경색 및 한국의 경기 둔화 등 경제 내적인 변수에 의해 크게 작용되고 있어 단기적으로 눈에 띄는 변화를 만들어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외국인 투자의 흐름을 바꿔놓을 만한 이벤트는 아닌 것 같다”며 “다만 이번 조치가 미국 대통령의 북한 방문 등 대형 호재로 이어질 가능성은 예의주시할만하다”고 말했다.

◇ 남북 경협 활성화 기대

테러지원국 해제로 대북 전략물자 반출이 어느 정도 숨통을 트일 것으로 예상되는 등 남북간 경제협력도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번지고 있다.

그러나 남북대화가 단절돼 있어 지금 당장 경협에 대한 영향을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다.

테러지원국이 해제되면 현재 미국이 대북 수출통제를 하고 있는 반테러 통제품목(ATC)이나 1종 전략물자가 북한에 갈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한국의 대북 물자반출도 지금보다는 훨씬 쉬워질 전망이다.

북한의 산업인프라 구축은 장기적 과제로 꼽힌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북한이 산업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재원이 소요되고 이를 위해서는 북한이 국제금융기구에 가입할 필요가 있지만 국제금융기구 가입은 비핵화와 개혁개방에 달려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 권준호 남북경제정책과장은 “이번 테러지원국 해제로 남북관계의 진전을 기대하는 시각이 많지만 현재 남북 당국 간 대화가 단절돼 있는 상황이어서 뭐라 섣불리 예측하기가 힘들다”면서 “특히 새로운 투자나 이전의 합의내용을 협의하는 채널은 막혀 있다”고 전했다.

권 과장은 그러나 “일부 언론에서 ‘통미봉남’이라고 지적하는 것처럼 북한이 남한과의 대화에 잘 응하지 않고 있지만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사업이나 공사 등은 지장없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번을 계기로 남북관계도 전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남북 자원개발협력 재개 예상

남북관계 악화로 중단됐던 북한 금속광 개발도 다시 추진력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광업진흥공사 관계자는 “북한 자원개발은 남북 모두에 이익이기 때문에 북핵 문제가 해결되면 가장 먼저 진행할 수 있는 사업”이라며 “하반기부터 북측과 협의가 진행된다면 국내 컨소시엄 구성 등을 통해 내년부터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7~8월 1차 현지조사에서 경제성이 확인된 함경남도 단천 지역 아연광산과 마그네사이트광산의 개발 사업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업은 당초 올해 3월까지 사업 타당성 검토를 끝내는 것으로 예정됐지만 남북경협에 전면적으로 브레이크가 걸리면서 일정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북한은 철과 아연, 중석, 마그네사이트, 흑연, 석회석 등 경제적으로 유용한 광물 40여종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며 특히 마그네사이트 매장량은 세계 1~2위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지난해 말 처음으로 반입됐던 황해남도 정촌 흑연광산의 흑연광이 올해 들어 남북경협 중단으로 들어오지 않았으나 이번 신고로 추가 반입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광업진흥공사는 북측 광명성총회사와 2003년부터 2018년까지 15년 동안 정촌 흑연광산에 1천20만달러를 투자하는 합작계약을 체결하고 지난해 11월 200t을 처음으로 국내에 반입했다. 이 광산에서는 연간 3천t의 흑연을 채굴해 매년 1천800여t을 국내에 들여올 예정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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