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신고] `산넘어 산’..검증 제대로 될까

“북한이 핵 신고를 했지만 검증을 거쳐 신고 내용이 정확하다는게 확인될 때까지는 엄밀한 의미에서 신고가 끝난 것이 아닙니다.”

북핵문제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26일 북한이 플루토늄 생산량 등을 적시한 핵신고서를 의장국인 중국에 제출한 의미가 적지 않다면서도 검증을 거쳐야 신고가 완결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10.3합의’에서 합의된 시한을 6개월 가까이 넘기는 진통끝에 핵 신고가 이뤄졌지만 외교 당국자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성과를 `자축’하기보다는 검증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 분위기도 일부 감지된다.

신고 내용에 대한 검증 문제가 6자회담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내달 초로 예상되는 차기 6자회담에서도 당면 과제는 3단계 핵폐기에 대한 논의보다도 검증의 주체에서부터 방법, 비용부담 등에 대한 합의라는게 외교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 北, 검증에 협력할까 = 미국은 신고서 제출 전부터 `검증 문제에 북한이 협력하지 않으면 테러지원국 해제도 없던 일이 될 수 있다’는 식으로 북한을 압박해 왔다.

검증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는다면 그렇지 않아도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과 시리아와의 핵협력 의혹 등을 어물쩍 넘어가려 한다고 부시 행정부를 비난해 온 미국 내 강경파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없기 때문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지난 18일 “(테러지원국 해제) 조치가 발효되기 앞서 45일 동안 우리는 핵 신고의 정확성과 완전성을 검증하는 데 있어 북한의 협력수준을 계속 평가, 협력이 불충분하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의 발언은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북한의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방침을 미 의회에 통보하면 45일 이후 효력을 갖게 되는데 그 기간 검증에 대한 북한의 협조가 미흡하다고 평가되면 테러지원국 삭제 방침이 백지화될 수도 있음을 경고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북한은 그동안 “검증 문제에도 적극 협력하겠다”고 미국 측에 밝혀왔지만 실제 회담장에서도 실천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는게 대체적인 평가다.

북한이 그동안 테러지원국 해제를 위해 1만8천여 페이지의 핵시설 가동기록을 미국에 넘겨주는 등 적극적이었지만 앞으로 검증은 `문서제출’이 아닌 `속살’을 보여줘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외교 소식통은 “앞으로 검증을 위해서는 현장접근과 샘플채취, 북한 과학자와의 면담 등이 보장돼야 한다”면서 “일부 시설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군부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검증 협상은 상당히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 北 협력해도 난제 산적 = 검증이 북한의 협조아래 원활히 이뤄진다 해도 수 개월에서 수 년까지 걸릴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검증에 1년 정도의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는 정확한 검증기간을 말했다기 보다는 그만큼 검증에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한 것으로 분석된다.

검증의 최대 쟁점은 1차 북핵위기의 원인이었던 1990년대 초반 플루토늄 추출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1990년대 초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측에 실험용으로 90g을 추출했다고 신고했지만 미국의 정보기관과 IAEA는 1989년부터 1991년까지 북한이 재처리한 양을 10kg 안팎으로 추정하면서 `특별사찰’을 요구하고 북한이 이에 거부하면서 1차 북핵위기가 터졌었다.

북한이 이번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진 플루토늄 생산량(36∼37㎏)이 미국의 추정치(35∼60㎏)와 큰 차이가 나는 것도 당시의 불일치에 기인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검증에 적극 협조한다면 북한의 신고가 성실한 지는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기술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플루토늄은 그래도 `실체’가 있으니 검증이 가능할 수 있지만 UEP와 시리아와의 핵협력 의혹은 검증 가능 여부에 대한 회의론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북한이 두 가지 사안에 대해 `간접시인’ 방식으로 일부 인정하긴 했지만 여전히 그 실체는 부인하고 있어 검증에 협조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또한 UEP에 필수적인 원심분리기 등은 은폐가 쉬워 사실상 북한 전역을 땅속까지 모두 뒤지지 않는 한 파악하기 어렵고 시리아와의 핵협력 의혹도 북한의 협조로 건설된 것으로 추정되는 원자로가 이미 폭격으로 사라진 상태여서 북한의 `고백’ 없이는 검증이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많다.

따라서 UEP와 핵협력 의혹은 `과거’를 뒤지기 보다는 `미래’에 재발 방지를 위해 모니터링 체계를 갖추는데 집중하는게 현실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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