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2005]중·러와 밀월, 美·日과 대립

북한은 올해 핵문제를 놓고 미국, 일본과 팽팽하게 대치하면서도 중국 및 러시아와 관계를 돈독히 하는 데 게으르지 않았다.

우호적인 안보환경 조성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과 대립이 쉽게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우방인 중.러와 친선을 강화하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다.

북한은 올해 고위급 인사 상호방문을 통해 6자회담의 두 ’아군’을 바싹 끌어안는 동시에 경제협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특히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겸 공산당 총서기가 10월28일 중국의 제4대 최고지도자로서 처음, 2001년 9월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의 방북 이후 4년만에 평양을 방문했다.

후 주석은 사흘 간 북한에 머무르며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고 북.중 경제기술협조에 관한 협정 조인식에 나란히 참석하는 등 ’친선 하이라이트’를 연출했다.

양국은 올 초부터 6자회담과 관련해 협의를 계속했다. 핵무기 보유와 6자회담 무기 불참을 선언한 ’2.10성명’ 직후인 2월21일 왕자루이(王家瑞)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평양을 방문,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후 주석의 구두친서를 전달했다.

또 지난 7월 제4차 6자회담 개최 직전 후 주석의 특사인 탕자쉬안(唐家璇) 국무위원이 김 위원장을 만나는 등 중국이 회담 중재 이상의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밖에 북한 박봉주 내각 총리가 3월 방중, 후 주석을 예방하고 깅석주 외무성 부상이 4월 중국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부 상무부부장 초청으로 베이징을 방문했다.

러시아와 교류도 이에 못지 않게 활발히 이뤄졌다.
김 위원장은 ’2.10성명’ 발표 후 첫 공식활동으로 평양을 방문한 러시아 국립아카데미 베로즈카 무용단 공연을 관람한 후 3월8일에는 러시아 대사관을 전격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전한 전승 기념메달을 받으며 우호를 과시했다.

이후 5월 국가두마 대표단, 8월 극동연방지구 대통령 전권대표, 11월 외무부 대표단의 방북이 이어졌다. 북측에서도 6월 인민보안성 대표단, 8월 림경만 무역상, 12월 대외문화연락위원회 대표단이 러시아를 방문했다.

이에 비해 연초 톰 랜토스 하원의원 일행(1.8-11)과 커트 웰든 의원을 포함한 미국 하원의원 대표단(1.11-14)의 방북으로 기대됐던 북.미관계 개선은 2.10성명으로 물거품이 됐다.

6자회담이 재개되기까지 회담지연 책임론, 최고지도자 인신공격, 테러지원국 지정과 이에 대한 비난 등이 오갔을 뿐이다.
회담이 재개된 이후에도 회담장 내외에서 한반도 비핵지대화, 평화체제 수립, 대북 금융제재, 인권문제 제기 등의 문제로 좀처럼 해빙기를 맞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납북자 유골감정 결과를 놓고 팽팽하게 맞섰던 일본과는 대립을 넘어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로까지 치달았다.

북한 외무성은 1월17일 일본에 적대정책 포기와 과거청산을 위한 조치를 촉구한 데 이어 같은 달 ’일본군위안부 및 강제연행피해자 보상대책위원회’ 대변인 담화(20일), 납북 일본인 유골감정 관련 조선중앙통신사 비망록(24일) 등이 나오면서 일찌감치 대립각을 세웠다.

이후에도 일본의 역사교과서 검정 통과, 유엔 상임이사국 진출 시도, 미.일 군사동맹 강화와 자위대 해외진출 확대 등 악재가 계속 쏟아져 나왔다.

올해 북.중 경제협력 활성화도 북한의 대외관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북한이 ’21세기 조.중 친선의 상징’이라고 부르는 대안친선유리공장이 착공 1년 3개월만인 노동당 창건 60주년(10.10)에 맞춰 준공됐으며 북.중 공동출자 형식의 평양자전거합영공장도 같은 달 생산에 돌입했다.

또한 북한이 훈춘시에 향후 50년 간 라진항 부두 단독 경영권 및 부지 이용권을 제공했다는 보도와 함께 광산 개발, 백화점 건립, 교류시장 공동운영, 경제기술 협조에 관한 협정 체결 등 북.중 경협 소식이 속속 들어왔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1-10월 북한의 대중(對中) 수입은 9억934만달러를 돌파, 지난해 같은 기간 5억9천259만달러에 비해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고 수출은 4억2천232만달러를 기록했다.

러시아와도 사할린, 상트-페테르부르그 등 지역과 협력방안을 적극 모색했다. 러시아는 또 무산철광 개발과 대북 경수로 제공 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북한은 중.러 외교와 함께 제3세계 국가와 관계 활성화도 잊지 않았다. 주요 교류국은 몽골, 인도네시아, 시리아, 베트남, 체코 등이었다.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부위원장 일행은 3월 아프리카를 순방한 데 이어 9월 쿠바와 베네수엘라를 방문했고, 림경만 무역상을 단장으로 한 경제대표단은 10월31일부터 지난달 22일까지 쿠바, 베네수엘라, 브라질 등 중남미 국가를 순방했다.

국제적 고립을 피하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 외에 세계 각국과 협력을 모색하는 등 외교 보폭을 넓히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한은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러 양국과 관계를 강화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대외관계의 열쇠인 미.일과 관계정상화에서는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이어 “북한은 올해 6자회담을 통해 추상적인 수준의 다자안전보장을 받았지만 내년에는 핵문제와 관련해 보다 주동적이고 전향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