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텍 취재파일] 이민 1.5세가 변명이 될 수 있나

▲ 24일 버지니아공대 희생자 추도식 ⓒ연합

지난 16일 발생한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사건이 진정국면에 접어들었다. 버지니아공대 학생들도 사건이 발생하기 전으로 돌아가기 위해 애쓰고 있고, 대학 당국 및 정부 차원에서도 이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대책이 마련되고 있다.

큰 혼란을 맞았던 버지니아 한인사회도 점차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버지니아공대 학생들은 에난데일 한인타운을 돌며 한인들에게 한국말로 격려의 메시지를 전하는 등 감동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번 사건을 취재하면서 기자는 사건을 있는 그대로 보려는 노력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것은 조승희와 기자와의 범상치 않은 인연 때문이다. 물론 그와 나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다. 조승희는 기자와 같은 나이에 이곳 버지니아로 왔다. 우연히라도 마주쳤을지도 모르겠다.

그가 어린 나이에 버지니아에 도착했을 때 느꼈을 막막함과 공허함은 기자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조승희는 전형적인 이민 1.5세다. 그는 하루 종일 일에 매달리며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부모 아래서 자랐다.

그는 이민 온지 얼마 안돼 학급 친구로부터 영어를 못한다고 놀림을 받았다. 물론 기자도 그랬다. 조승희가 느꼈을 외로움과 미국 사회에 대한 반감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기자는 결코 조승희를 동정할 수 없다. 이민 1.5세들이 갖는 아픔은 조승희라고 해서 결코 특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바쁜 부모와 변변한 대화시간도 갖지 못하고, 학교에서는 영어를 못해 놀림받는 아이들이 모두 살인범이 되는 것은 아니다.

조승희에게도 다른 1.5세들과 같이 정상적인 학교생활,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기회가 적잖이 주어져왔다. 그는 학교의 한국계 학생들에게서, 한인교회에서 사람들의 품으로 들어오라는 권유를 종종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조승희는 이 모든 기회를 거부했다.

그는 스스로 자신을 가두고 자신만의 벽을 높여갔다. 그의 외로움에는 환경적 요인도 있었지만 자기 자신이 만들어낸 부분이 더 컸다. 주변의 손길을 뿌리치고 자신만의 울타리를 만들고 세상에 대한 분노를 키운 것이다.

그의 분노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수많은 이민자들에게 좌절과 혼란을 안겨줬고, 미국사회에는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조승희를 향해 어떤 미국인은 ‘너에게 더 일찍 친구가 되어주지 못한 것이 미안하다’고 말했다. 미국내 성숙된 의식을 돌아보며, 이제는 조승희 사건을 통해 개인의 문제를 벗어나 세계 속에 더불어 사는 우리 모두의 모습을 되돌아볼 때가 아닌지 생각해보게 한다.

버지니아의 아픔을 딛고, 오늘의 이 사건이 성숙된 세계시민의식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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