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텍 취재파일]역경을 이겨내는 호키들..그러나

▲ 조승희가 사용한 글록19 권총

지난 16일 발생한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사건이 수습국면에 접어들었다. 버지니아공대 학생들도 사건이 발생하기 전으로 돌아가기 위해 애쓰고 있고, 대학 당국도 자체적으로 사건 원인을 파악 재발방지를 위한 자구책 마련에 들어갔다.

기자가 버지니아공대 총격사건을 직접 취재하면서 미국인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반응은 우선은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였다. 그 다음은 ‘우리는 이 비극을 이겨내겠다’는 다짐이었다. 추모 분위기는 애절하면서도 광적으로 흐르지 않았다.

총격사건 악몽을 딛고 새로운 희망을 찾겠다는 긍정적인 태도는 존경스러움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이러한 존경은 절반에 그칠 수 밖에 없었다. 왜냐면 이번 사건의 구조적 원인을 파악해 우리 아이들이 다시는 이러한 총기 난사사건을 겪지 않도록 하겠다는 대책이 준비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버지니아공대에서 30여명의 무고한 생명이 스러져간 것은 1차적으로 범인 조승희의 책임이다. 그런데 조승희와 같은 정신질환 경력이 있는 사회부적응자는 세계 어느 나라에나 있다. 문제는 학교에서 총기 사건으로 수십 명씩 학살당하는 비극이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나라는 미국이 유일하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이번 사건의 근본적 원인 중 하나는 정신병력을 가진 분노에 찬 젊은이가 손쉽게 살상무기를 구입할 수 있는 미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있다는 결론이 나올 수 있다.

이번 학살극 희생자들의 넋을 진정으로 위로하고 슬픔을 이겨내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무엇보다 다시는 이런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 조치를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총격사건을 초래한 구조적 원인을 언급하기를 꺼리고 있다.

정치인들은 민주당과 공화당을 가리지 않고 총기규제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인 해리 리드 의원은 “지금은 (총기규제를 논할 때가 아니라) 희생자들을 추모할 때”라고 말했다. 공화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존 맥케인 상원의원은 “(총기소지를 인정한) 수정헌법 제2조를 고칠 뜻이 전혀 없다”고 못박았다. 느슨한 총기규제에 대한 각국 언론의 질타에 비해 이 문제에 대한 미국 언론의 보도는 구색 맞추기에 급급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미국인들은 총기의 부작용을 잘 알고 있지만 그 필요성에 대해서도 인정하는 분위기가 있다. 이미 수억 정이 유통되는 총기를 규제하는 것이 오히려 총기사고를 늘린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조승희 같은 정신병력자들까지 슈퍼마켓에서 물건 사듯 무분별하게 총을 구입하고, 학원 내에서 총기를 소지할 수 있는 점은 모두가 느끼는 문제점이다.

당장 총기규제를 입법화 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부작용이 클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어처구니 없는 사건을 막기 위해 제한적인 총기 규제 논의라도 진전시켜야 할 때이다.

200년도 더 전에 만들어진 헌법조항을 위해 앞으로도 수백, 수천 명의 무고한 희생을 감수하겠다는 유력 대선후보, 희생자들 가운데 총을 소지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면 피해자 수가 줄었을 것이라며 오히려 총기소지 확대를 부르짖는 총기협회 관계자. 혹시나 이번 사건이 총기규제를 강화하는 결과를 나을까 노심초사하며 로비에 박차를 가하려는 총기제조사와 피해자이면서도 침묵하는 미국 국민들의 모습에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비극을 이겨내겠다”고, “오늘은 우리 모두 호키(버지니아공대 마스코트)”라고 외치는 미국인들을 바라보면서도 착잡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무고한 희생자를 막기 위해 총기에 대한 미국인들의 엄격함이 요구되는 때다. 미국에서는 매일 28명이 총격으로 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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