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의원] 6월 한미정상회담, 한반도 운명 갈린다

한반도 핵 위기가 결정적 국면으로 달려가고 있다. 북•미 뉴욕접촉으로 위기 징후는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어느 누구도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기약하지 못하고 있다. 한미공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이지만 동맹은 빈번히 마찰음을 내며 국민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주 워싱턴에서는 양국 정부 관계자, 정치인과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해 한미동맹과 북핵문제를 집중 논의하는 세미나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이번 세미나가 어느 때보다 솔직하고 심도 깊은 대화가 이루어졌다고 평가했다.

과연 한미동맹은 어디에 와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 북핵문제는 과연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인가. 한반도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이번 세미나는 이러한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 중요한 단초를 제공했다는 평가다.

박진 의원은 17대 국회의원 중 대표적인 국제문제 전문가이자 미국통이다. 박의원은 워싱턴 회의에 참가하여 미국의 주요 정치인, 외교안보관련 관료, 언론인, 한반도 전문가들을 두루 만났다.

이어 태평양 사령부 수뇌부와 회동, 한반도 군사안보문제를 집중 토론했고, 일본의 외무성 사무차관과 방위청 관계자들과도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었다. 그는 25일 “미국이 한국정부와 정보공유를 꺼려하여 일본도 정보제공이 망설여진다”는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의 말을 전해주기도 했다.

그가 귀국후 들려주는 이야기는 충격의 연속이다. 이번 워싱턴 회의에 참가하고 귀국한 박진 의원을 25일 오전 찾았다. 박 의원은 워싱턴과 일본이 느끼고 있는 한미동맹과 북핵문제 앞날에 대해 <데일리엔케이>에 집중적으로 털어놓았다. 그가 들려준 한미동맹, 북핵문제,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풀 스토리’를 싣는다.

“미국 고위 당국자가 작계 5029나 전략적 유연성 문제에 대한 한국의 반응은 미국의 뺨을 때린 것이라고 말했다(slap in the face). 미국은 동맹의 신뢰를 무너뜨린 중대한 사건으로 보고 있다. 이것은 얼마든지 조용히 물밑에서 차분히 논의할 수 있는 현안인데, 언론에 유출되고, 공개적으로 마찰을 일으키는 것은 무엇이냐는 것이다. 이 당국자는 이러한 한국정부의 태도는 동맹 해체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번 ‘美, 對한반도 정책 세미나’에 참가하면서 한미관계에 대한 워싱턴의 분위기가 감지된 것이 있는가?

워싱턴 회의에서는 전례 없이 솔직하고 노골적인 대화가 이루어졌다. 양국 한반도 전문가들이 대거 모여서 한미관계와 북핵문제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미국측 참가자들은 매우 높은 강도로 한미관계가 심각한 상황에 봉착해 있다고 이야기 했다. 한미동맹이 기로에 서있다는 데 대부분이 인식을 같이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어느 정도 심각하다고 보고 있는가.

심지어는 한미관계를 다시 개선할(repaire) 수 있는지, 아니면 조용히 물러날(retreat)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기로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한미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면 정권적 관계를 초월해야 한다고 말한다. 동맹은 정권보다 오래간다는 것이 미국측 시각이었다.

-한미관계가 이런 이상징후를 보이는 원인에 대해 워싱턴은 어떻게 보고 있는가.

북한에 대한 인식의 차이라고 본다. 대북관(對北觀)의 차이에서 비롯된 대북정책의 차이가 크다고 보고 있다.

-박 의원은 한미동맹의 변화에 대해 어떻게 설명했나.

우리 사회도 변했고, 미국이 보는 세계도 바뀌었다. 이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은 지난 10년 간 햇볕정책이 추진되면서 북한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었다. 전후 세대들이 왕성하게 사회 지도층으로 진출하는 변화도 겪어왔다. 과거 80년 광주를 거치면서 국민들의 정서도 많이 바뀌었다. 여기에 미국의 세계적인 군사 전략의 재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미동맹 관계를 유지, 발전 시키기 위해 어떤 대책들이 나왔는가.

먼저 한•미 정상이 조속히 만나 의견을 나눠야 될 필요성이 있다는 데 공감했다. 양국정상이 만나서 솔직히 현재의 문제를 인정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문제가 없다고 가장을 했지만 더 이상 감출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제는 새롭게 전환해야 할 상황에 왔다. 6월 10일 한미 정상회담은 한미동맹과 북핵문제의 향방을 결정할 역사적 기로에서 진행되는 회담이다.

북핵문제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대북정책에서 대화와 압박 등 모든 수단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무조건 대화만을 고집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일관되게 이상론과 낙관론을 펼치고 있다. 미국은 대화가 안될 때는 유엔안보리 회부나 기타 압박수단 등 플랜 B(Plan-B)를 준비하고 있다. 양국 정상이 이러한 한•미 간의 입장차이를 시인하고 공조강화를 위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부시 정부의 북핵 대응에도 많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데.

미국도 아직 정책의 우선 순위에서 혼선이 있는 것 같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핵 제거냐, 정권교체냐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 상태다.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한미관계 골만 깊어지고 있다. 미국과 한국이 진지하고 솔직한 정치적 토론을 진행해서 이견(異見)을 해소해야 한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그 기회를 제공한다.

-균형자론에 대한 평가는.

모두들 한미관계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혔다고 평가했다. 그 쪽 관료나 전문가들을 만날 때 마다 그들은 균형자론을 설명해달라고 요구한다. 정부도 정확하게 말하지 않는데 내가 어떻게 설명하는가. 사실 대통령 본인도 잘 모르는 이야기다. 균형자론은 나와서는 안되는 이야기다. 미국은 한국 정부의 해명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균형자는 스스로 경제력이나 군사적 능력을 갖추었을 때 할 수 있는 역할이다. 참여 정부가 말하고 있는 균형자론은 엉뚱하고 무리한 주장이다. 사실 국제사회의 웃음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동맹국에는 불신만 주는 발언이다. 균형자론이 나오면서 미국은 한국과 정보교류 하기가 더욱 힘들어졌다고 말한다. 한국 정부는 균형자론을 당장 폐기하고 실용주의 국익외교를 내놔야 한다.

-이번 세미나에서 북핵문제에 대한 한국측 대응에 대해 어떤 평가가 이루어졌나.

부시 정부 관계자들은 북핵 대응에서 한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입장에 따라 북핵 해결의 온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밸런스(Balance)가 아니라 바로미터(Barometer)라고 말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이야기다. 한국 정부의 역할이 제한돼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국의 역할에 따라 북핵 해결방식은 전혀 다른 형태를 띨 수 있다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부시 정부 당국자가 이런 말을 했다. 한국정부가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중국이 북한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한국의 입장을 뛰어 넘는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힘들다고 워싱턴에 신호를 보내고 있다.

중국 내에도 북핵 관련 강경파와 실용파가 대립하고 있다. 강경파는 북한과 관계를 중시하고 실용파는 북핵 해결과 북한의 변화에 우선을 두고 있다. 후진타오는 실용파의 손을 들어주고 있지만 아직 내부적 이견이 많다고 한다. 중국이 북한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가 단호한 입장을 취해줘야 한다고 중국 수뇌부가 부시 행정부에 직접 전달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작계 5029 추진 중단에 대한 반응은.

작계 5029는 북한에서 예측하지 못한 급변사태가 발생했을 때 한국과 미국이 공동 대처를 하기 위해 마련중인 군사 작전 계획이다. 양국 수뇌부 간에 2003년 12월 공식적으로 작계 추진을 합의하고도 1년이 지나면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일방적으로 중단시켰다. 유사시 한미연합군이 북한에 진입하면 우리의 주권이 제약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다. 북한에 들어가느냐의 여부는 양국 수뇌부의 정치적 판단에 따른다. 군사작전은 어떤 상황에서도 옵션을 선택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놓자는 것이다. 유사시 한미연합 작전은 한반도 평화를 지킬 수 있는 필요조건이다. 이런 것이 지켜지지 않는데 한국 정부가 ‘미국은 우리의 동맹’이라고 말해도 미국이 그 말을 믿지 못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작계 추진 중단이 미친 영향은.

예측 불가능한 남북통일과정에서 미국이 한국에 대한 안보공약과 동맹의 결속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어야 한다. 미국이 의구심을 갖게 되면 제대로 대처할 수가 없다. 만약에 북한문제에 대해 공통전략이 불가능하다면, 미국은 자국의 국익에 따라서 북한에 대처할 수 밖에 없다. 결국 한국에 대한 동맹에 대한 배려와 고려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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