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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들의 한국 입국을 주선하는 속칭 ‘브로커 문제’에 대해 민-관 합동토론이 열렸다. 20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는 <북한민주화네트워크>와 <탈북난민보호운동본부>가 공동주최하는 토론회가 열려 ‘브로커 문제’에 대한 찬반 격론이 벌어졌다.
한국 정부가 방치하고 있는 탈북자들을 브로커들이 돕고 있어
▲ <데일리엔케이> 곽대중 논설실장 |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데일리엔케이> 곽대중 논설실장은 “브로커의 존재 자체를 문제시하는 사람들은 탈북자들을 직접 만나보지도 않았거나, 북한인권문제에 아예 관심도 없던 사람들”이라며 “북한 인권 활동가들을 싸잡아 공격하기 위해 일부 부정적 현상을 강조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곽 실장은 “현재 중국에 있는 탈북자들이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급선무”라며 “북한 당국이 탈북자들에 대한 정치적 보복을 멈추지 않는 한, 탈북자들의 대안은 한국행뿐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국 정부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탈북자들은 브로커를 통해서만 한국으로 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갈취, 폭력을 일삼는 극소수 악덕 브로커들은 법적 기준에 근거해 처벌하면 근절 될 일인데, 몇몇 사건을 빌미로 탈북자들의 입국 자체를 시비삼는 것은 비인간적 처사”라고 지적했다.
브로커는 ‘고급사기꾼’, 탈북자는 선별해서 입국시켜야
▲ <법과인권연구소> 김동환 소장 |
브로커활동의 부작용에 대해 발표한 <법과 인권연구소> 김동환 소장은 “탈북 브로커들의 한국입국 알선사업을 전적으로 잘못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그러나 결과적으로 탈북자들이 한국에 와서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방황한다면, 입국 주선 자체도 제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한국행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것이 아닌데도, 입국시키는 데만 혈안이 돼 있는 브로커들은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며 “탈북자들의 입국에 앞서 한국 사회에서 살아갈 자신이 있는가에 대한 검증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브로커들을 선교사나 북한 인권 활동가로 가장한 ‘고급사기꾼’, ‘알선업자’ 등으로 표현하며, 시종일관 부정적 입장을 표했다.
‘기획입국’이 탈북자 문제에 대한 국제여론을 형성
2002년 탈북자들의 스페인 대사관 진입 때부터 시작된 기획입국에 대해서도 상반된 의견이 제기됐다.
김 소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사관, 영사관, 국제학교 등에 잠입해 한국행을 요구하는 ‘기획 입국쇼’를 종종 볼 수 있었다”며 “이런 모습은 배후 조종자가 없으면 상상하지도 못할 일로써, 돈버는 데 혈안이 된 브로커들이 뒤에서 조종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곽 실장은 “스페인 대사관 진입사건이 있기 전에는 탈북자들이 대사관에 찾아가도, 돈 몇 푼 받고 문전박대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 했다”면서 “기획탈북을 통해 탈북자 문제가 국제적으로 공론화되면서, 이들의 인권 개선에 관한 국제적 요구와 한국행 성공률도 높아졌다”고 반박했다.
<통일부> 정착지원과 정동문 과장은 “브로커의 존재가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과도한 사례비 요구나 폭력 행위로 인한 문제가 있다”며 “탈북자들이 초기정착 지원금을 브로커에게 주는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북한인권정보센터> 윤여상 소장은 “초기정착금은 말 그대로 당사자가 초기정착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에 쓰는 돈”이라며 “중국에서 고통 받는 가족을 데려오는 것이 자신의 초기정착에 도움이 된다면, 그 돈을 쓰는 것은 그 사람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민주화운동본부> 강철환 공동대표는 “브로커의 존재나 비용의 문제보다는, 심각한 인권유린의 현장에 놓여있는 탈북자들을 근본적으로 구제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토론회를 방청했던 탈북자들은 “북한에서 살지 못하고 죽게 생겼으니 국경을 넘은 것이고, 국경을 넘어서도 안전하지 못하니 한국행을 선택하는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나서지 않는 이상, 우리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브로커는 꼭 필요한 존재”라는 반응을 보였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