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행 탈북자들] ④정착 지원책과 개선점

“자유로운 나라에서 다른 국가 출신 난민들과 똑같이 대우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지난 2004년 제정된 북한인권법에 따라 난민지위를 인정받아 지난 3월 미국에 입국한 20대 탈북여성 K씨는 정착과정에서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어머니와 10대 여동생을 데리고 중국과 일본을 거쳐 미국에 온 이 여성은 서부지역의 한 도시에 정착, 저녁부터 새벽까지 식당에서 일하고 낮에는 커뮤니티칼리지에서 영어를 배우고 있다.

이 여성은 “다음 달이면 6개월째로 미국 정부의 지원이 끊긴다”면서 “당장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열심히 살아서 이겨낼 것”이라며 당찬 각오를 밝혔다.

K씨 가족은 미국에 온 후 매달 식료품을 살 수 있는 250달러 짜리 `푸드 스탬프’와 300달러 짜리 현금카드, 그리고 의료보험카드를 지원받고 있다. 그리고 초기에 집세 명목으로 1천 달러를 받았다.

이처럼 미국 정부는 탈북자를 포함한 난민들에게 한국처럼 특별한 정착금이나 영구임대주택 같은 거처를 지원하지 않는다. 대신에 난민이 이른 시일 안에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데 지원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1980년 제정된 난민법에 따라 미국 정부와 비정부기구인 난민지원봉사단체의 협력프로그램을 통해 탈북자 등 난민의 미국 입국 수속에서부터 정착에 이르는 전 과정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미 국무부에는 미국난민이민위원회(USCRI)를 비롯해 10개 난민지원봉사단체가 등록돼 있으며 탈북자들이 정착하는 지역에 따라 지원 내용이 약간씩 차이를 보이고 있다.

2006년 5월 미국에 들어와 뉴욕에 정착한 한 탈북남성은 6개월 간 푸드스탬프와 1주일에 70달러씩 현금카드를 지원받았고, 임시로 거주할 수 있는 아파트도 난민지원단체에서 마련해줬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북한인권법에 의해 미국에 입국한 탈북자수는 64명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비공개된 사람까지 합치면 70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주탈북자선교회 마영애 대표는 “자본주의 교육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곧바로 미국에 입국한 탈북자들 가운데 낯선 언어와 문화 때문에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특히 노인들의 고통이 크다”고 말했다.

탈북자들은 영어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대부분 대도시 한인커뮤니티에서 초기 정착을 하고 있으며 그 중에는 탈북자 신분이 드러나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일부 탈북자들은 미국 정부가 시행하는 6개월 간의 난민정착프로그램에서 일찍 벗어나 초기 정착의 어려움을 자초하는 경우도 있다.

미주 두리하나선교회 소속 조영진 목사는 “난민정착프로그램에 성실하게 참여하면 일정기간 재정지원을 받아 정착에 필요한 기초는 마련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이 기간에 언어와 기술을 모두 배우기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조 목사는 “미국 정부는 여러 해 동안 여러 민족을 난민 처리한 경험이 있어 정착금을 지원하지 않고 자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정부의 난민프로그램이 끝난 후 탈북자 정착 지원은 한인교회를 중심으로 한 한인커뮤니티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탈북자 정착을 돕는 한인들은 지금 미국내 정착 탈북자 수가 적어서 한인교회들이 도울 수 있지만 앞으로 탈북자 수가 늘어날 경우 탈북자지원한인단체가 미 국무부에 난민지원봉사단체로 정식 등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조지아 주 애틀란타에서 탈북자를 지원하는 아시안아메리칸센터의 정성희 매니저는 “미국 내 탈북자를 지원하고 관리하는 총괄적인 기구가 없는 실정”이라면서 “따라서 이를 정부 기구든 민간기구든 총괄적인 조직이 필요하며 주요 지역별로 네트워킹을 강화해 탈북자 지원 및 관리에 관한 정보와 지식 및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미국 내 탈북자들이 일반 난민정착프로그램에 따라 정착이 지원되는 상황에서 탈북자만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북한인권법에 근거한 재원이 필요하다.

탈북자 지원단체인 아시아태평양인권협회 유천종 회장은 “미국 정부는 탈북자들에 대해 다른 나라 난민과 같이 똑같은 대우를 하고 있지만 탈북자들은 민주사회가 아니라 독재사회 그리고 자본주의가 아니라 사회주의 정권 아래서 오랫동안 살아온 만큼 나름대로 배려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미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은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것만으로 만족한다면서도 법률 자문이나 사업자금 대출, 의료혜택 확대 등의 추가 지원을 바라고 있다.

탈북여성 K씨는 “정착프로그램이 끝난 후에 바람이 있다면 법률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담당 변호사가 있었으면 좋겠고 병든 어머니를 좀 더 치료할 수 있도록 의료혜택 범위가 좀 넓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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