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행 탈북자들] ①’원쑤의 땅’에서 어떻게 사는가

북한 인권관련 단체에 대한 예산지원과 탈북자의 망명 허용을 골자로 한 `북한인권법’이 2004년 9월 미국 의회에서 제정된 지 4년이 지나면서 `철천지 원쑤의 땅’ 미국에서 자유를 만끽하는 탈북자들의 수도 늘고 있다.

더욱이 북한인권법 연장안이 22일 미 상원을 통과한 데 이어 23일중 하원 처리를 앞두고 있어 앞으로 미국 땅을 찾는 탈북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국무부 인구.난민.이주국 집계에 따르면 북한 인권법 발효 후 현재까지 모두 64명의 탈북자가 미국에 입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구.난민.이주국의 공보담당인 톰 피어스는 2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2004년 북한 인권법 발효이후 미국에 입국한 북한 난민자수는 64명”이라고 말했다.

미국 입국 탈북자는 2006년 5월과 7월 각각 6명과 3명의 탈북자가 처음으로 미국 땅을 밟은 것을 시작으로 2006 회계연도 9명, 2007 회계연도 22명, 2008 회계연도 30여명 등 매년 늘고 있다. 물론 이 수치는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 5천900여명(2004∼2007년)에 비해 비교가 안 되고, 2000∼2006년 영국 60명, 독일 135명 등 유럽국가들의 망명 허용 수에 비해서도 적은 규모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탈북자들이 있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와 적극 협력하고 ▲임시직인 북한인권특사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며 ▲탈북자 진로.신원조회.재정착 등에 대한 한국 정부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북한인권법 연장안이 22일 미 상원을 통과해 자본주의 심장부에 정착하는 탈북자 수는 더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미국에 오는 탈북자들이 그동안 중국 베이징이나 태국 방콕에 있는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실에 망명을 신청, 난민 지위를 인정받아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출발국이 다양해 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7월에는 북한인권법 제정후 처음으로 러시아에 있던 탈북자 한모씨(42)의 망명이 허용돼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했고, 8월에는 체코의 수도 프라하 인근 난민보호소에 있던 남성 탈북자 한 명이 미국에 입국했다고 미국 자유 아시아방송이 보도했다.

연합뉴스가 미주 총국 취재망을 통해 탈북자에 대한 인터뷰와 난민단체, 한인조직 및 교회단체 관계자들을 상대로 광범위하게 취재한 결과, 미국에 입국한 탈북자들은 국무부와 `월드 릴리프’ `처어치 월드 서비스’ 등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10개 난민관련 민간단체의 협조아래 각지에 흩어져 살고 있다.

뉴욕, 워싱턴, 시카고, 애틀랜타, 덴버, 리치몬드, 로스앤젤레스, 켄터키 등 탈북자들이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전역에 산재해 정착중이다. 다만 소도시 지역에 정착했던 탈북자들중 로스앤젤레스 등 한인들이 많이 사는 대도시 지역으로 이동한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일단 탈북자가 입국하면 이라크, 소말리아 등 다른 외국에서 온 난민들과 똑같은 대우를 하고 있다. 일단 의료보험 혜택을 제공하고, 초기에 4백25달러의 정착금과 3-4개월치 렌트비중 일부를 지원하며, 식품을 구입할 수 있는 `푸드 스탬프’ 등도 지원한다.

동시에 영어교육 및 직업교육 등을 난민단체의 정착 프로그램에 따라 실시하고 있지만 기본적인 특징은 지원기간이 보통 6개월을 넘지 않으며 경제적으로 자립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탈북자들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지원은 초기단계에서 모두 끝나며 이후의 일자리 구하기 등 정착에 필요한 구체적 사항들은 미주지역 한인교회나 민간단체의 지원에 의존하거나 자력갱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부지기수라는데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주미한국대사관이나 미국 주요 지역의 총영사관들도 탈북자 문제에 관해서는 거의 손을 쓰고 있지 못하고 있는 실정. 북한인권법 제정이후 탈북자들의 국적이 북한으로 분류돼 있어 개입할 근거가 없기때문이라는 게 외교관계자들의 설명.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관은 “외교채널을 통해 탈북자 지원 및 관리에 관해 각별히 신경을 써달라고 미국 정부에 요청을 하고는 있지만 정부가 적극 나서서 개입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국 정착 탈북자들의 경우 초기 정착단계가 지나면 자본주의 사회에 채 적응도 하기 전에 한미 양국 정부 모두로부터 지원이나 개입을 거의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는 개연성이 높은 게 북한인권법 제정 4주년을 맞는 현주소이다.

이에 따라 북한 인권법 제정 4주년을 계기로 미국에 온 탈북자들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과 이를 토대로 한 제도적 개선책 모색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일고 있다.

동시에 미국 정부가 자유를 찾아 사선을 넘고 있는 탈북자들에게 더욱 적극적으로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다.

연방 국토보안부의 망명.난민수용통계 자료에 따르면 작년에 미국이 수용한 국제난민은 4만8천217명이며, 이를 출신국가별로 보면 미얀마가 1만3천896명으로 가장 많고, 소말리아(6천969명), 이란(5천481명), 부룬디(4천545명), 쿠바(2천922명), 러시아(1천773명), 이라크(1천608명)의 순이다.

특히 국무부에서 난민문제를 전담하는 인구.난민.이주국은 홈페이지에서 2008 회계연도에 동아시아에서 받을 난민의 한도를 2만명으로 정하고 이중 말레이시아와 태국 등에 피난 중인 미얀마 난민 1만8천여명의 입국허용을 검토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런 사실에 근거해 볼 때 한마디로 미국에 입국하는 탈북자의 수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며, 앞으로 한국 정부와 미주지역 한인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대규모 탈북자 입국도 가능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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