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행 탈북자들]③북가주 이북인회장에 듣는다

“탈북자 문제가 참 민감한 사안입니다만 미국으로의 탈북 자 망명은 점점 더 늘어날 것 같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북가주 이북인 연합회장인 지경수(75.池璟洙) 목사는 23일 “미국 현지 교회 차원에서 탈북자 초청 강연을 비롯한 지원 행사가 열리고 있고 북한 어린이 돕기 운동 등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 목사는 탈북자의 미국 망명 생활에 대해 “의식주는 많이 나아졌겠고 앞으로 망명자가 더욱 늘어날 것 같다”며 “하지만 탈북자들이 미국에서 막일이라도 하고 싶어도 쉽지 않다. 직장 잡기도 어렵고 구호단체가 생활을 돕고 있지만 여기 생활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원 활동의 한계를 토로했다.

북한을 그간 8차례 방문한 경험이 있는 그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선 “그런 얘기는 공식적으로 하면 안된다”며 손사래를 친 뒤 “북한과의 관계도 그렇고 앞으로 관련 맺을 일도 많은데 너무 민감한 문제는 다루지 말자”고 당부했다.

금강산 관광의 중심지인 고성군 온정리가 고향인 지 목사는 해방 직후 가족과 함께 월남, 서울사범학교에 재학중 6.25 전쟁을 맞았고 정훈대대 문관 7급으로 입대해 전쟁 임무를 수행했다.

월남 당시 누나가 기혼 상태로 북한에 남게 됐고 누나를 만나기 위한 방문 형식으로 8차례 방북 경험을 가진 지 목사는 현재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 이북인 연합회 사무실에서 일제의 총독 암살미수 조작 사건인 `105인 사건’의 진상을 다룬 책 `민족의 수난’ 발간.홍보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지 목사는 “북한에서 태어나 13년, 월남한 뒤 한국에서 28년, 미국으로 이민와 33년의 세월을 보냈다”며 “과거의 우리 역사를 후세에게 제대로 알리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봉사하는 활동을 계속 하고 싶다”고 말했다.
— 탈북자 지원 활동 현황과 전망은.

▲ 미국내 이북인 연합회 조직은 연방정부에 등록된 비영리단체로 북한 어린이 돕기 운동 등을 활발히 진행해 왔다. 탈북 망명자들은 교회 차원에서 초청 강연 행사나 증언 등을 통해 역사적 실상을 널리 알리는 등 지원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탈북자들이 의식주나 생활면에서 많이 나아졌다고 봐야 한다. 고생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웬만한 고문은 견뎌도 배고픈 건 못 참는다’는 말이 있다. 배고파 보지 못한 사람은 그 서러움과 고생을 이해할 수 없다. 아무래도 망명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 같다.

— 탈북자들 나름대로 망명 생활에 어려움이 있을 텐데.

▲ 의식주야 많이 나아졌다고 해야겠지만 생활하는데 나름 어려움이 있지 않겠느냐. 직장 잡기도 쉽지 않아 적응하는 데 고충이 있을 것이다. 막일을 하고 싶어도 멕시코인들도 많은데 쉽지 않다. 한식당에서도 일하기 쉽지 않다고 한다. 구호단체의 도움을 받고 있기도 있지만.

—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이 없을 수 없는데.

▲ 그런 얘기는 하지 말자. 인권도 물론 중요하지만. 공식적으론 거론하기 어렵다. 북한과의 교류가 계속돼야 하는데 쉽게 얘기할 문제가 아니지 않으냐. 이북인들은 특히 가족을 만나자면 북한을 상대해야 할 일이 많은데 어려운 얘기다.

나는 북한을 8차례 다녀왔다. 해방 직후 가족과 함께 월남했는데 누님이 결혼한 상태여서 함께 내려오지 못했다. 누님을 만나러 북한을 방문한 것이다.

— 미국으로의 망명이긴 하지만 한국 정부에 요청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일인데 한국 정부로서도 나서긴 힘들겠지.

북한 가면 북측 동행자가 항상 따라다니는데 한번은 북측 인사에게 `6.25 전쟁을 북침’이라는 주장은 더 이상 좀 하지 말자고 했다. 아는 사람 다 아는 일인데. 사실 북한이나 남한이나 그간 서로 진상과 진실을 알리는 데 소홀한 측면이 있었다. 모두가 진실을 올바르게 알리는데 힘썼으면 좋겠다.

또 한 번은 북측 김일성대학 교수 등과 얘기를 나누다 `통일’에 대한 문제가 나왔는데 무작정 통일하자고 하면 통일 이후의 문제를 해결할 방도가 없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극심한 빈부 격차 같은 문제는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북측 인사는 `장군님이 다 알아서 하시겠지요. 그 문제는 그만하시죠’라며 얘기를 끝내려 하는 경우도 있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