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 간 탈북자들] ⑤북한인권법 성과와 과제

북한을 탈출, 제3국에 머물던 탈북자들에게 국제적으로 난민자격이 주어지고 미국 망명이 허용된 데에는 무엇보다도 지난 2004년 제정된 미국 북한인권법의 기여가 컸다.

지난 2004년 10월19일 부시 대통령이 서명함으로써 발효된 북한인권법은 비록 4년 한시법으로 출발했지만 미국사회에 탈북자를 비롯해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기폭제가 됐다.

그 결과 미 의회에서 탈북자 청문회가 열리고 조지 부시 대통령도 탈북자를 면담하는 등 미국 정치권에서 북한 인권문제가 주요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다.

더욱이 북한인권법을 오는 2012년까지 연장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 `2008 북한인권법안 재승인 법안’이 22일 상원을 통과한 데 이어 23일 하원 처리를 앞두고 있어 탈북자들의 미국 망명 및 정착지원이 한층 더 본궤도에 오르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낳고 있다.

◇북한인권법 4년간 무엇을 남겼나 = 북한인권법은 북한인권을 향상하려는 노력을 미국 정부가 직접 나서서 지원하도록 하고 제3국에 머물고 있는 탈북자들을 보호.지원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북한인권법의 가장 큰 성과는 제3국에 머무는 탈북자들을 난민으로 규정, 탈북자들의 미국망명이 성사된 점을 꼽을 수 있다. 지난 2006년 5월 6명의 탈북자들이 미국에 첫 입국한 뒤 지금까지 모두 64명의 탈북자들이 이 법에 의거해 미국행이 성사됐다.

특히 지난 15일엔 미국에 정착한 탈북자 가운데 처음으로 미국 영주권을 발부받은 사람도 탄생했으며 이에 따라 앞으로 탈북자들의 영주권 취득이 잇따를 전망이다.

다만 제3국에 머물고 있는 탈북자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미국행을 원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탈북자들의 미국행은 철저한 선별작업을 거쳐 소수에 대해서만 이뤄지고 있으며 대량 망명은 아직 허용되지 않고 있다.

북한인권문제를 전담하는 인권특사의 임명도 주목할 대목이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북한인권법이 제정된 지 10개월만인 지난 2005년 8월19일 백악관 국내정책 부보좌관을 지낸 제이 레프코위츠를 북한인권특사로 임명했다.

북한인권특사의 역할은 북한주민의 인권개선을 위해 북한 당국과 교섭을 하고, 국제여론 조성을 위한 국제회의를 개최하며 비정부 기구를 지원하고 북한 주민에게 외부정보 제공을 지원하는 활동 등이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이 북한인권특사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아 그의 가장 중요한 활동이라고 할 수 있는 북한당국과의 교섭은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더욱이 북한인권특사는 `정규직’이 아니라 `임시직’에 불과해 그의 활동은 상당한 제약을 받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북한인권법은 미 의회에서 탈북자 청문회가 개최되는 등 탈북자들의 실상을 알리고 탈북자 문제에 대한 미국 사회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데도 기여했다.

또 부시 대통령이 지난 2006년 4월 백악관에서 탈북자 한미양 가족을 만난 데 이어 지난 7월엔 미국에 정착한 탈북자인 조진혜씨를 만나는 등 북한인권문제에 관심을 보인 것도 북한인권법과 무관치 않다.

그러나 지난 4년간 북한인권법은 당초 기대했던 실질적인 성과보다 상징적인 의미가 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례로 북한인권법은 미국 정부로 하여금 매년 탈북자 망명 및 정착 지원에 2천만달러, 북한 민주화 지원에 400만달러 등 모두 2천400만달러를 지원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지만 제대로 집행되지 않았다.

물론 미국 정부가 지난 2006년 이후 탈북자 망명을 허용했다는 점에서 이들의 정착 지원을 위해 어떤 식으로든 예산을 썼겠지만 탈북자 지원예산으로 편성해 지출되지는 않았으며 대북방송 지원 등 북한 민주화 지원을 위한 예산도 다른 예산항목에서 지원돼왔다.

◇새 북한인권법안 어떤 내용이 추가됐나 = 미 하원 처리를 앞두고 있는 `2008 북한인권 재승인 법안’은 북한인권법을 2012년까지 4년 연장하는 내용 뿐만아니라 현 북한인권법의 미비점을 보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법안은 그동안 임시직이었던 북한인권특사를 정규직(full time position)으로 전환하고 `대사’급으로 위상을 높이도록 함으로써 특사가 탈북자 및 북한인권문제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법안은 탈북자들의 미국 정착을 위해 미국 정부가 외국 정부와 더 많이 협력하고 탈북자의 망명을 더 많이 허용하도록 하는 데 정책의 우선순위를 둘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법안은 고위외교관 및 아태지역파견 대사들에게 외교활동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에 정착하려는 탈북자들에 대한 신원파악과 함께 효율적인 정착지원을 위해 한국정부와의 협력 필요성을 법안은 지적하고 있다.

법안은 또 중국이 탈북자 강제북송을 중단하고 유엔이 정한 인권관련 규약을 준수하며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의 중국내 탈북자 면담을 허용토록 미국 정부가 중국 당국에 촉구할 것도 요구하고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