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오핸런]지금 이라크에 필요한 건 일자리

(동아일보 2006-02-14)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지난주 공개된 2007 회계연도 예산안에서 이라크 재건에 필요한 예산으로 7억7700만 달러를 편성했다. 결코 많은 규모라고 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다른 나라들도 나중에 돌려받는 대출금 형태로 이라크를 지원할 뿐 무상지원은 꺼리고 있기 때문에 추가로 이라크에 거액이 투입될 것 같지는 않다.

이라크의 사회간접자본은 아직 형편없는 수준이며, 일자리 부족도 심각하다. 집중적인 자금 투입이 무산되면 중대한 전략적 실수가 빚어지게 된다. 일본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은 이라크 지원금을 늘려야 한다.

2003년 이후 이라크에는 최소한 15조 원이 투입됐다. 이 가운데 13조 원은 미국 정부의 돈이다. 미 의회가 21조 원을 승인했으나 아직 8조 원은 집행되지 않고 있다.

이라크의 치안상황이 악화되자 다른 곳에 쓰일 3조 원이 치안 유지에 긴급 투입됐다. 그 바람에 전력 공급 예산에서 1조3000억 원, 상하수도 보급 예산에서 2조 원이 각각 깎였다.

얼핏 생각하면 전 세계가 이라크에 추가로 막대한 돈을 대줄 이유는 없는 것 같다.

실제로 이라크 경제개발을 이끌어 나갈 밑천은 이라크의 석유 자원이다. 이라크는 원유 수출을 바탕으로 지난해까지 3년간 총 50%의 경제성장을 이뤘다. 앞으로 매년 10%대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이라크에 투입된 돈도 인구 비율로 따져 보면 제2차 세계대전 후 마셜플랜을 통해 서유럽 국가들에 제공된 것과 비슷한 규모다.

그러나 세계가 돈만 넉넉히 지원해 주면 이라크 재건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이라크에 주둔 중인 미군과 동맹군의 안위, 테러 제압 및 국가 건설 전략을 성공시키는 것이 정작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세 가지를 주목해야 한다.

첫째, 성공 징후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경제는 온전한 상태가 아니다. 현재 국내총생산(GDP)은 1차 걸프전 이후 2002년까지 10년간의 경제제재 때문에 피폐한 상태다.

둘째, 경제회복이 더뎌지면서 미국에 대한 거부감이 생겼고, 무장 반군을 지지하는 심리가 형성됐다. 무엇보다 평균 35%에 이르는 실업률(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 지지세력이던 수니파의 실업률은 더 높다)로 굶주린 채 인생의 재미를 잃어버린 젊은 청년들은 저항세력의 선전에 쉽게 넘어가고 있다.

셋째, 나자프나 모술 등 일부 도시에서 보이는 성공적인 변화만 제시하면서 만족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학교가 지어지고, 보건소가 문을 다시 열었고, 상하수도가 서서히 갖춰진 것은 사실이다. 미국 정부는 이에 만족해 왔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12월에서야 초기 이라크 재건 정책이 지나치게 대규모 인프라 구축에 집중됐음을 시인했다.

세계는 이라크 재건에 대한 의지를 다시 가다듬어야 한다. 이라크인 가운데 국가의 장래를 낙관하는 사람은 50∼70%다. 하지만 수니파 대다수는 ‘후세인 이후의 자유’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라크 정부와 함께 대규모 일자리 창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일자리를 원하는 이라크인에게 다만 몇 년간이라도 임금이 적어도 좋으니 일자리를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라크인의 지갑에 돈을 채워 주는 이 같은 일의 전략적 목표는 분명하다.

지나가는 경찰관을 향해 총을 쏘고, 군 호송차량의 통행로에 폭탄을 설치하고, 무장세력을 도우려는 이라크 청년의 수를 줄이는 것이다. 즉, 아직 이기지 못했지만 반드시 이겨야하는 전쟁을 위해 꼭 필요한 작업인 것이다.

마이크 오핸런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