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코위츠 내정] 북한인권특사, 무슨 일 하게 되나?

백악관 정책보좌관 출신 제이 레프코위츠((Jay Lefkowitz, 43) 가 ‘북한인권특사(Special Envoy on human rights in North Korea)’에 내정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해 10월 18일 부시 대통령이 ‘북한인권법’에 서명하고 나서 지금껏 7개월. 법안이 빠르게 처리되었던 만큼 곧장 북한인권특사가 지명되어 구체적인 활동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북한인권특사 선정이 예상보다 느리게, 혹은 신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북한인권법에 의하면 법 제정 후 180일 이내에 북한인권담당특사가 임명되어야 한다. 발효 후 7개월이 다 돼가도록 특사가 정식 임명되지 않고 있지만 미 국무부 관계자들은 “임명 시한은 강제조항이 아니기 때문에 상관없으며 여타 준비는 다 되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북한인권특사의 임명 절차와 역할 그리고 북한인권법의 집행 내역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1. 북한과 인권협상, 각국 정부 및 NGO와 국제연대

북한인권특사는 대사(大使)급이지만 인준청문회 없이 바로 활동을 시작한다.

특사는 북한당국자들을 상대로 인권문제를 협상하는데 대표자로 나서게 된다. 또한 각국 정부 및 NGO와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적 연대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며, 북한인권법에 명시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제반 활동을 담당하게 된다. 예산집행을 담당하는 것은 물론이다.

특사는 매년 활동보고서를 상하원 국제관계위원회에 제출하여야 한다. 임기는 특별히 정해져 있지 않지만 도중에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부시 행정부와 임기를 같이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2. 일단 2008년까지 시한부법

북한인권법은 일단 2005년부터 2008년까지의 시한부 법이라고 볼 수 있다. 예산에 대해 “2005-2008년간 매년 ***달러의 지출을 승인”이라는 식으로 표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산이 없으면 북한인권법에 명시된 각종 활동도 어려워지기 때문에 일단 2008년까지만 유효하다.

물론 2008년에 예산 시한이 연장될 수 있고, 그 이전에 북한이 민주화되거나 인권상황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어 북한인권법의 의미가 없어진다면 자동 소멸될 것이다.

3. 난민캠프 건설 등 사업에 매년 2천만 불

북한인권법은 북한주민인권보호, 북한주민지원, 북한난민보호 등 크게 세 부분의 활동영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북한주민인권보호’를 위해서 ▲북한의 인권, 민주주의, 법치주의 및 시장경제와 관련된 단체에 연간 2백만 불을 지원하고, ▲RFA(자유아시아방송)와 VOA(미국의소리) 방송의 대북(對北)방송시간을 하루 12시간으로 늘리게 되며, ▲북한 주민들이 외부 라디오 방송을 들을 수 있도록 하는 활동에 연간 2백만 불을 지원하게 된다.

‘북한주민지원’을 위해서는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관련한 보고서를 USAID(국제개발처 ; 미국의 대외원조 실시기관) 처장이 2년에 한 번씩 의회에 제출하여야 하고, ▲대북지원물자가 투명하게 배분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촉구하고 있다. 강제조항은 아니지만 ▲분배의 투명성과 인권문제의 실질적인 진전 없이 인도적 지원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또한 ▲탈북자, 이주자, 고아 등 ‘북한 이외 지역의 북한 주민’을 위해 난민캠프 건설과 같은 사업에 매년 2천만 불을 사용하게 된다.

‘북한난민보호’를 위해 ▲법 제정 후 120일 이내에 국무장관이 북한난민 현황에 대한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여야 하고, ▲탈북자들의 미국망명을 허용하며, ▲UNHCR에 탈북자들을 난민으로 인정할 것을 촉구하도록 하고 있다.

4. 프리덤하우스, 내년 초 서울서 북한인권 국제대회

▲ 지난 2월 열린 북한인권국제회의 폐막행사에서 국제회의 참가자들이 북한의 인권개선을 촉구하는 ‘평화적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북한인권특사 임명을 제외하고는 북한인권법에 ‘시한이 명시된’ 각종 조항은 착착 이행되고 있는 중이다. 예산에 대한 구체적 집행내역도 정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 제정 후 120일 이내에 미국 ‘방송위원회’는 대북 라디오 방송의 현황과 대북방송을 12시간으로 확대하는 데 따른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미 보고를 완료한 것으로 관계자들은 전한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관련한 보고서는 USAID(미국제개발처) 처장이 지난달 15일 미 의회에 보고했으며, 120일 이내에 국무장관이 북한난민 현황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도록 한 것은 올해 2월 26일에 완료되었다. 이 보고서에서는 미 국무부는 중국 내 탈북자들의 숫자를 3~5만 명으로 추정했으며, 각종 현황을 객관적으로 잘 보고했다고 북한인권단체들은 평가하고 있다.

‘북한인권법’에 명시된 예산이 이미 책정된 사례로는, <프리덤하우스>에서 개최하는 북한인권관련 국제대회에 약 2백만 불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프리덤하우스>는 이 대회를 내년 1월에서 3월 사이 서울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북한인권특사가 임명되면 그 동안 각 부처에서 보고된 내용을 취합하여 구체적인 활동계획을 작성하게 될 것이다. 이미 미 국무부에서 북한인권법 관련 예산을 집행하기 위한 조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사 임명과 동시에 전담부서가 신설될 것이다.

레프코위츠 내정, 다소 의외

이번 북한인권특사는 초대(初代)인 만큼 지명도 있는 인물이 선정되리라는 예측이 많았다. 그 동안 미 정가와 언론을 통해 물망에 오른 후보로는 전 주한 미국대사였던 제임스 릴리,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의장인 잭 랜들러, 유대계 인권단체 <사이먼위젠탈센터>의 에이브러햄 쿠퍼 부소장 등이었다.

이외에도 북한인권법의 통과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디펜스포럼> 대표 수잔 숄티, <미국기업연구소> 연구원 니콜라스 에버슈타트, 전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부국장 척 다운스 등 여러 인물이 거론되었다.

이런 점에서 백악관 정책보좌관 출신의 제이 레프코위츠가 내정되었다는 소식은 약간 의외다. 그는 ‘네오콘(neo con)’으로 알려져 있다. ‘네오콘’의 핵심인물로 평가 받는 폴 울포위츠 전 국방부 부장관이 <세계은행> 총재에 지명되고, 역시 핵심인물인 존 볼튼 국무부 차관이 유엔대사에 내정되는 등 2시 부시 행정부 들어 네오콘의 약진이 두드러진 가운데 나온 소식이라 이해가 되는 측면은 있다.

제이 레프코위츠를 북한인권특사에 임명하여 “지명도 높은 인물을 앉혀 북한인권문제를 정치적 압박수단으로 삼는다”는 비난을 오히려 피해 갈 수 있다는 계산을 했을 수도 있다. 인권문제를 정치적으로 고심하고 계산하면서 움직이는 사람보다는 젊고 패기 있는 인물을 전면에 내세워 곧이곧대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가에서 ‘네오콘’들은 교섭이나 협상력은 떨어지지만 뚝심이나 돌파력은 있는 세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곽대중 기자 big@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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