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 이것이 北 뇌물 대표품목 ‘고양이 담배’

“고양이 담배 한 막대기(보루) 주고 통과했다.”
“고양이 담배 2곽 주니까 면회를 시켜줬다.”
“간부가 되니까 고양이 담배 아니면 거들떠 보지도 않게 되더라.”

북한 주민들과 인터뷰를 할 때 종종 듣는 말이다. 북한에서 가장 흔한 뇌물 품목으로 통하는 고양이 담배. 정식 명칭은 ‘크레이븐(CRAVEN) A’인데 담배 곽에 검정 고양이가 그려져 있어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고양이 담배’로 통한다.

데일리NK는 북한을 드나들며 장사하는 중국인 무역상으로부터 북한에서 판매되는 ‘크레이븐 A’ 담배를 입수했다.

현재 이 담배 한 갑의 장마당 가격은 1천 5백원 가량으로, 북한 노동자들의 월급이 2천~1만원, 쌀 1킬로그램이 8백~9백원인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고가품이다.

이 담배는 영국의 담배회사인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 (BAT)’의 상표로, 중동 아프리카 지역에서 인기 있는 담배다. 지난해 10월 영국 일간 <가디언(Guardian)>은 “BAT가 북한 내에 비밀리에 담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는데, BAT는 그때서야 “2001년 9월 북한의 조선서경무역회사와 합작으로 ‘대성-BAT’를 설립하여 ‘크레이븐 A’와 ‘바이스로이(Viceroy)’를 생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BAT 테레사 라쌩(Teresa La Thangue) 대변인은 “북한 공장의 직원 수는 200여명으로 연간 최대 20억 개피의 담배를 생산하고 있으며 북한에서 생산되는 담배는 전량 북한 내에서만 소비된다”고 밝혔다. 그동안 BAT 북한 공장의 존재여부를 숨겨왔던 것에 대해 라쌩 대변인은 “연간 9000억 개피를 생산 판매하는 BAT의 규모에 비해 북한 공장은 대단히 미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평양 대성담배공장에서 위조 담배 생산”

그런데 탈북자들은 BAT가 북한에 공장을 설립하기 훨씬 전부터 북한 내에서 ‘크레이븐 A’ 담배가 유통되고 있었다고 증언한다.

1996년부터 ‘크레이븐 A’를 피워왔다는 평양 출신 탈북자 조철복(가명, 53세)씨는 “당시 노동자 월급이 100원 미만이었는데 고양이 담배 한 막대기(보루)가 150원 정도였다”면서 “대단히 고가품이어서 그때부터 뇌물로 널리 통용됐다”고 말했다.

조씨는 “2000년을 전후로 고양이 담배 맛이 달라지고 시중에 다량으로 판매되기 시작해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이제 알고 보니 BAT 북한 공장이 생겼기 때문”이라며 “중국에서 수입되는 고양이 담배에 비해 북한산은 맛이 현격히 떨어진다”고 말했다. 북한산 ‘크레이븐 A’ 담배는 아랫면에 알파벳 D로 시작하는 고유번호가 음각으로 찍혀있다.

한편 조씨는 ‘북한에서 생산되는 크레이븐 A는 전량 북한 내에서 소비된다’는 BAT의 주장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간부들이 내수만을 목적으로 외국 기업과 합작한다는 것은 북한 주민들 처지로 볼 때 말도 되지 않는다”며 “합작을 계기로 위조 담배를 당당하게 생산하고 비밀 유통경로를 통해 수출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평양출신 탈북자 김영길(가명, 37세)씨는 “북한에 있을 때부터 대성담배공장에서 위조담배를 생산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서 “북한 주민들은 외국 회사와 합영해 생산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지만 크레이븐 A는 물론이고 던힐, 마일드세븐, 말보로 등 세계 유명상표를 붙인 온갖 담배들이 거기(대성담배공장)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BAT는 평양에 있는 담배공장의 정확한 위치를 밝히지 않았는데, 현지 합자회사의 이름이 ‘대성-BAT’인 것으로 미루어 대성담배공장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성담배공장은 평양시 대성구역 미산동에 위치한 공장으로, 공장 이름은 대외용이며 북한내 정식명칭은 기초과학연구소 담배 1직장과 2직장이다. 기초과학연구소는 과거 ‘김일성장수연구소’로 불리던 연구소로 금수산의사당 경리부 소속이었다가 현재는 노동당 중앙당 소속으로 옮긴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 옌지(延吉) = 김영진 특파원 kyj@dailynk.com
곽대중 기자 big@dailynk.com
한영진 기자 hyj@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