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지조(志操)있는 이상규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시민논객에게 북한 3대 세습과 인권유린, 북핵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도 동문서답으로 일관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이상규 통합진보당 당선자가 ‘종북(從北)’의 한길을 꿋꿋이 걷는 지조를 보여줬다.


보통 이정도 논란이 일면 한번쯤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걱정이 된다. 독재정권의 3대 세습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도는 말할 법도 한데 이 당선자는 오히려 ‘북한식 생존전략’이라며 종북주의 낙인이 억울하다고 했다. 


이 당선자는 23일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스무 살부터 민주화운동을 일관되게 해 왔던 진보인사라고 나름 여기고 있었는데 하루아침에 종북주의자로 둔갑돼있었다. 한 순간에 뿔 달린 빨간 악마가 됐다. 너무나 황당했다”고 개탄했다.


그러나 정말 개탄해야할 당사자는 유권자다. 스무 살부터 민주화운동을 일관되게 해 오면서 스무 살의 낡은 생각과 세계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줄 모르고 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스스로 ‘뿔이 달린 빨간 악마’라는 비약적인 표현을 통해 자신이 구시대적 유물인 색깔론에 공격당하고 있는 것처럼 읍소하는 모습이 측은하기까지 하다. 오죽 급했으면.  


국민은 지금 이 당선자를 빨갱이나 뿔달린 악마로 몰고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가 북한 추종주의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알고 싶을 뿐이다. 또한 전체주의적 독재를 추종하는 반민주세력이 아님을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또한 인권이 인류 보편적 가치이자 소중한 유산임을 공유하고 싶어 한다.


이 당선자는 북한 3대 세습과 인권은 남쪽의 시각에서 보면 이해가 안 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다. 참 당연한 말씀이다. 북한 3대 세습과 인권유린은 남쪽의 시각에서도 그렇거니와 전 세계 양심 있는 민주주의자라면 이해가 안 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여기다 북한도 남한 자본주의를 보면 이해가 안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우리는 공통의 시각이 있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시각으로 보면 남한 자본주의와 북한 사회주의(말로만)를 관통하는 잣대를 가질 수 있다.  


북한은 그들 입장에서 봐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왜 한국은 보편적 접근법을 구사하고 여기에 선진국 수준의 제도와 가치를 요구하면서 싸워왔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자기 입으로 자기 활동을 부정하는 모순에 빠진 셈이다.  


또 이 당선자는 북한은 북한대로 전쟁 후 미국과 대치상태인데다 이라크·아프간·리비아 등이 서방 특히 미국에 침략당하는 모습을 보며 나름의 생존방식을 추구하고 있다고 봐야한다고도 했다. 그렇다면 우리의 과거 군사정권도 소련, 중국과 반세기 가까이 대치상태를 이어 왔고 많은 국가들이 소련에 침략당하는 모습을 보며 나름의 생존방식을 추구했기 때문에 이 당선자도 이해해줄 수 없었는지 묻고 싶다. 


이쯤 되면 투스트라이크다. 국민은 국회의원다운 타격감각을 갖추고 종북주의와 이별을 고하라며 똑같은 코스로 돌직구를 던졌을 뿐이다. 그런데도 그는 크게 헛치고 말았다. ‘의리와 소신’을 내세우면서 퇴출위기에 놓인 구단과 운명을 함께 하겠다는 이 당선자의 다짐에 실망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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