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소달구지부터 외제차까지…교통수단으로 본 北시장화

▲ 데일리NK·국민통일방송은 최근 북한 함경북도 청진시 내부 영상을 단독 입수했다. 영상 무단 사용을 금한다.
/영상=유튜브

최근 북한 평양에선 차량을 소지한 간부나 돈주들이 늘어나면서 출퇴근 시간마다 교통체증 현상까지 목격된다고 한다. 반면 평양 이외 지역은 여전히 ‘차 없는 거리’들 뿐이다. 돈을 모아 자가용을 구매하려고 해도, 아직까지 일반 주민들에겐 차량을 개인 소유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와 같기 때문이다.

실제 북한은 법률상 민법 제59조에서 승용차 소유를 명시하고 있지만, 차량 구매 후 명의는 반드시 해당 차주가 속해 있는 기관 기업소로 등록해야 한다. 이에 따라 차를 구매한 주민은 기관 책임자와 계약조건을 합의한 후, 보안서 교통 운수과에서 해당 기업소와 연관된 차번호를 받게 된다.

최근 써비차(service-car·운임을 받고 물건 등을 날라주는 차량)로 쏠쏠한 돈벌이를 하는 주민이 늘어나면서 너도 나도 돈을 모아 차량 구매에 나서려는 추세지만, ‘법대로’ 하지 않는 당국 탓에 차량 구매가 ‘그림의 떡’처럼 느껴지는 주민도 적지 않다. 때문에 지방 도시의 경우, 텅 빈 대로에는 여전히 승용차보단 자전거가 대부분이다.

이런 사정은 함경북도 청진 역시 마찬가지다. 수남시장 등 대형 종합시장이 위치한 청진은 장사로 돈을 모은 주민들이 많아 형편이 나쁘지 않지만, 데일리NK가 확보한 내부 영상을 보면 승용차보단 자전거가 월등히 많다.

수남1교를 지나는 자전거 행렬에선 흥미로운 장면도 목격된다. 자전거를 탄 채 이동하던 주민들이 수남1교 위에선 약속이나 한 듯 자전거에서 내려 다리를 건너는 모습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청진에선 수남1교 위 자전거 주행이 불법이라고 한다.

영상을 보면, 때마침 교통단속 차량이 수남1교 위를 지나간다. 차량 브랜드는 아우디(Audi)다. 여섯자리로 이뤄진 차량 번호는 ‘17’로 시작하는데, 이는 지방 인민보안국 차량임을 뜻한다. 북한에선 모든 차량의 번호판을 소속 기관에 따라 다르게 붙이는데, 특히 번호의 앞 두 자리를 보고 차량이 어느 기관 소속인지 구별할 수 있다. 주요 소속 기관에 따른 차량 번호는 상단 표에 정리된 바와 같다.

수남1교 위에선 종종 무궤도 전차를 볼 수 있다. 전차 위엔 ‘삼천리 금수강산’이란 글귀가 적혀 있다. 그간 북한 관영매체가 주장해온 바에 따르면, 북한은 1961년 9월 첫 무궤도 전차를 만들었고, 이듬해 4월 30일 평양역 앞 광장에서 첫 무궤도 전차 노선개통식을 진행했다. 청진에선 1970년 10월 노선개통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만성적인 전력난으로 인해 운행 중 갑자기 멈춰서는 일이 잦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청진 시내에선 간혹 노란색으로 도색된 택시도 목격된다. 청진시 송평구역에 위치한 ‘청진택시사업소’에 등록된 것들이지만, 대체로 돈주(신흥부유층) 등 개인들이 차량을 구매해 관리하면서 수익을 얻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중국산 택시를 주로 구입한 뒤, 운수사업소에 의뢰하거나 인맥을 통해 택시 기사를 직접 채용한다는 후문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청진뿐만 아니라 평성이나 순천 등 지방 도시에서 개인택시는 이미 쏠쏠한 돈벌이 수단이 된 지 오래다. 개인택시는 ‘승인번호 지역(평양이나 국경지역 등)’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 갈 수 있고, 기름값을 제외하면 하루 평균 100달러(북한 돈 약 80만원) 정도를 벌 수 있다고 한다.

이들 개인택시를 이용하는 승객은 대체로 일반 주민보단 장사를 위해 물건을 싣고 장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상인들이다. 직접 써비차를 구매하지 못한 상인들이 택시를 이용해 운송에 나서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시간을 다투며 장사를 하러 가야 하는 상인들은 요금에 구애받지 않고 개인택시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처럼 북한에서 개인택시의 성행은 전국적으로 확산된 시장화의 영향인 셈이다. 개인택시가 대중화되면서 차량 판매나 부속품 거래, 기사 채용 등 관련 업종들도 사(私)경제 영역 안에서 활성화되는 추세다.

승용차 대신 화물트럭을 구매하는 상인들도 있다. 이 역시 시장에서 거래할 물건을 유통할 목적이다. 화물트럭을 구매한 주민은 우선 공장기업소나 시당(市黨), 도당(道黨) 등에 찾아가 차량 등록을 신청해야 한다. 검찰이나 보위성, 보안서 등 국가기관에 등록 신청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해당 기관에서 부여한 차량 번호를 달아 감시에서 다소 벗어나려는 계산이다. 실제 마약 등 불법적인 물품을 유통하려는 사람들 중에는 차량 구매 후 일부러 권력기관을 찾아 차량 번호를 부여 받고, 더욱 쉬운 검문 통과를 노린다는 후문이다.

작성한 신청서는 다시 도(道) 설비 감독국에 제출한다. 이후 도 설비 감독국은 국가계획위원회 차 등록과에 해당 문서를 보낸다. 이 과정을 거쳐 차량 등록이 확정되면, 차량 구매자는 본인이 거주하는 행정도시 보안국 차량처에 차 등록문서를 보낸 후 차량 번호를 받게 된다.

이처럼 북한에서 차량의 개인 소유는 여전히 쉬운 일이 아니지만, 시장화의 영향에 따라 어떻게 해서든 차량을 얻고자 하는 주민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을 반영하듯, 청진 수남시장 뒷골목에는 소달구지부터 자전거, 오토바이, 대형 화물트럭이 혼재해 있다. 어느덧 북한 교통수단의 다양화는 시장화의 진전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척도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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