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NK 도쿄 지국은 일본의 대표적인 북한 문제가인 일본 방위성 산하 방위연구소의 다케사다 히데시(武貞秀士) 총괄연구원을 만나 올 한해 북한의 대남·대외 정책 전망을 들어봤다.
인터뷰는 18일 오후 도쿄(東京) 메구로구(目黒区)에 위치한 방위연구소에서 진행됐다. 두편으로 나눠 연재되는 인터뷰의 첫 편은 북중관계와 김정은 후계체제의 미래를 중심으로 격량에 휩싸이게 될 2011년 한반도 정세를 짚어본다.
-지난해 한국을 대상으로 군사적 도발을 감행했던 북한이 새해가 들어서자마자 대화 공세를 펼치고 있다. 올 한해 북한의 대남정책을 어떻게 예상하고 있나?
공식적으로 우리가 북한의 올해 정책을 파악해볼 수 있는 것은 1월 1일 발표되는 공동사설이다. 그러나 지난해 북한이 보여준 행태를 통해서도 올 한해 방향을 예상해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북한은 올 한 해 和戦両様(화전량양. 일본식 사자성어로 평화와 전쟁을 모두 준비하고 협상에 임하는)자세, 즉 협상과 군사강경책 두 가지 방법을 교대로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이러한 전술이 제대로 통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은 2012년 강성대국을 앞두고 (국내외에) 새로운 지도자를 등장시켜야 한다. 당연히 김정은의 성과와 업적이 필요할 것이고, 이때에도 가장 손쉬운 선택은 협상과 군사 강경 노선을 번갈아 구사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경제 재건 문제가 있다. 국민들의 생활이 어려운 상황에 빠져있다면 새로운 지도자로써의 자질에 의심을 받게 된다.
-확실히 올해 공동사설에는 ‘인민 생활의 향상’이나 ‘경공업’이라는 단어가 자주 언급되고 있다. 북한은 경제 문제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보는가?
경제 문제를 북한 혼자의 힘으로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은 중국에 의지하게 될 것이다. 즉, 중국과 북한간의 관계 긴밀화가 포인트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중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라진항 등에 대한 투자를 받고 이를 계기로 외화 획득, 지원을 추진해 경제를 재건하고 생필품을 증산하려는 목적이다.
또한 공동사설에서는 ‘국방공업부문’을 경제 전반을 견인하는 기관차라고 하고 있다. 흥미로운 표현이다. 이 말은 미사일과 기관총을 생산, 다른 나라에 팔아 외화를 벌겠다는 의미다. 그와 동시에 군사 기술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에 북한으로써는 일석이조일 수 있다.
-중국에 대한 의존은 자력을 내세우는 북한의 슬로건과는 어긋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과의 관계를 긴밀화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인가?
지난해 김정일의 방중을 통해 경제 지원이나 여타 다른 문제에 대해서도 북중간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지만) 틀을 만들어 냈을 것이다. 김정일은 자신이 살아있는 동안에 이 틀을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따라서 올해 북중 관계는 더욱 긴밀화하고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다. 나선항에 대한 임차 사업도 더욱 업그레이드 될 수 있다.
-나선항에 대해서는 최근에 중국군이 주둔해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 보도의 진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북중 국경지역의 소식통을 통해 확인해 봤는데 그런 얘기는 전혀 들어본 적 없다고 부정했다. (중국군의 북한 주둔은) 물론 미얀마와 중국의 관계를 보면 앞으로도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다.
중국에 있어서 미얀마는 내륙의 물자, 식료품, 목재 등을 인도양 밖으로 보내기 위한 중요한 루트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미얀마를 군사적으로 중요시하고 있기 때문에 군항으로도 이용하려고 하고 있다. 이러한 전례를 봤을 때 중국이 북한의 나선항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는 분명하다.
작년 가을에 북중 국경 지역에 갔었는데 창춘에서 훈춘까지 아주 견고한 고속도로가 건설돼 있었다. 중국은 아직 착공이 끝나지는 않았지만 신(新) 압록강 대교의 건설에 대해서도 적극적이다. 단둥과 신의주가 연결되면 양국간 물류 이동은 훨씬 활성화 될 것이다. 어쨌든 올해 여러 형태로 북중간의 경제관계 긴밀화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28일 노동당 대표자회를 통해 김정일의 삼남인 김정은이 후계자로 공식적으로 등장했다. 후계자의 등장에 따라 북한 내 권력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는가?
만일 김정일의 신변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할 경우 김정은이 최고의 자리에 오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당을 중심으로 하는 체제를 구축한 것일 것이다. 한편, 국방위원회의 역할은 끝난 것으로 보인다. 국방위원회는 김정일을 위해 강화해 왔다. 김정일이 없어진다면 국방위원회가 ‘모체’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조선노동당의 역할이 강화되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당을 중심으로 한 김정은 체제를 구축한다 해도 결국 군을 장악하는 사람이 지도자가 될 수밖에 없다. 군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군을 중시하고 군사력을 높였다는 업적이 있어야 한다. 정규전에서는 승산이 없는 북한은 천안함 사건과 같은 어뢰 공격에 의한 ‘게릴라 전’이나 연평도 포격과 같은 ‘기습 공격’을 통해 한국에 대한 군사적 우위를 과시하는 성과를 내지 않으면 안됐을 것이다.
이 외에도 대량살상무기의 완성도를 더욱 높이는 일도 필요하다. 6천km이상 사정거리의 미사일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이란과의 관계를 긴밀하게 할 수도 있다. 이것이 실현되면 군사적으로 매우 큰 업적이 되고 능력있는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김정은은 군사적 업적을 쌓기 위해 이란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완성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