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MB 정부, 초심대로 가면 대북정책 성공한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밑그림이 조금씩 선명해지고 있다.

그동안 새 정부의 대북정책은 ‘비핵 개방 3000’ ‘한미동맹 중시’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서 북한인권 접근’ ‘남북경협은 재검토’ 등의 원칙적이고 개괄적인 범위에서 논의돼 왔다.

대통령직 인수위 활동도 부동산, 세금 등을 포함한 경제살리기가 최우선이고, 그 다음이 교육 분야, 세 번째가 외교안보 분야라고 볼 수 있다. 외교안보는 특히 한미동맹 강화가 최우선 과제였다.

이런 가운데 이명박 당선인은 1일 대북경협 추진 4원칙을 제시, 현재 동북아 및 남북간 관심의 초점이 되어 있는 경협 분야의 향후 전개 방향을 시사했다.

이날 이 당선인은 서울 종로구 통의동 당선자 집무실에서 동아일보-아사히 신문-월스트리트 저널 등 한미일 3언론사 공동 회견에서 남북경협 4대 원칙으로 △북핵 문제의 진전 △경제성 △재정부담 능력과 가치 △국민적 합의를 제시했다.

이 당선인은 “이 4원칙에 따라 현 (노무현)정권이 추진한 대북 경협사업 중 ‘우선 할 것’ ‘나중에 할 것’ ‘못할 것’을 구분하겠다”면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협력사업은 취임 후에도 계속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이 제시한 4대 원칙은 향후 5년간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의 기본적인 방향이다.

무엇보다, 북핵 문제에 진전이 있어야 경협도 활성화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앞으로 핵문제를 진전시키지 않으면 남한의 대북지원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물론 인도주의적 지원은 지속될 수 있겠지만, 이 문제도 국군포로, 납북자, 이산가족 문제 등 남북간에 풀어야 할 기본적인 인권문제 진전과 연계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동서독 사례에서도 나타나듯 서독이 동독에 경제지원을 하는 동방정책을 펼치면서도 기본적인 인권문제는 일관되게 양보하지 않았다.

또 이 당선인은 남북경협에서 경제성과 재정부담 능력과 가치를 제시했다. 이는 남한이 그냥 퍼다주는 경협은 하지 않겠다는 뜻은 물론, 정말 가치 있는 경협인가를 제대로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선 할 것’과 ‘나중에 할 것’ 그리고 ‘못할 것’을 선별해내겠다는 의미이다. 예컨대 10.4 남북정상선언에 등장하는 안변, 남포 조선소 설립, 해주 경제특구가 진짜 경제성이 있는지 면밀히 따져보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이 당선인이 제시한 4가지 원칙은 말 그대로 대북경협에서 실용주의적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민족의 이익, 유무상통, 공리공영 등이 다 말은 좋지만 실질적으로 남북의 이익에 맞아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남북의 이익이란, 구체적으로 남한의 이익과 북한의 이익이며, 북한의 이익은 김정일 정권을 강화해주는 이익이 아니라, 단기적이든 장기적이든 실제로 북한 주민에게 더 많은 이익이 돌아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당선인은 이와 관련, 남북 정상회담도 “정치적 목적으로, 형식적으로 만나는 것은 하지 않겠다”며 “북한 핵문제 해결과 개방에 진전이 있을 수 있다면 (남북 정상이)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만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이는 대북정책에서 실용이 ‘정치효과’보다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기도 하다. 즉 이 발언을 면밀히 따져 들어가면 대북정책을 남한 내 정치에 이용하지 않겠다는 뜻이 숨어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당선자가 제시한 원칙과 지금의 생각을 끝까지 견지할 수 있다면, 향후 5년간의 대북정책은 과거 10년의 총체적 실패를 만회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당선인은 대선 이후 김정일과 북한정권에 대해 일체의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독재자, 인민을 굶게한 자 등의 표현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이는 북한정권을 쓸데없이 자극하지 않는다는 단순한 뜻이 아니라,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는 것이 전술적으로 효과적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북한 관영매체들 역시 이명박 당선인에게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 당선인은 또 “통상 미국과 관계가 나빠지면 북한과 좋아진다고 생각해 왔지만, 다음 정권은 한미관계, 한일관계가 좋아지면 남북관계가 좋아진다고 생각한다”면서 “이것은 근본적인 생각의 전환이며, 북한에도 이를 알리려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이 사회주의적 정당을 통해 신뢰를 맺어온 유럽연합(EU) 국가들이 북한을 설득하는 데 역할을 해야 한다. 6자회담의 틀은 깨지 않되 EU 국가들이 개입하면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며 EU 국가의 개입을 통한 북핵문제 진전 방안을 구상하고 있음도 밝혔다.

이날 이 당선인의 발언 중에는 향후 대북정책이 어떻게 바뀔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그는 지난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에 대해 “지구상에서 뒤떨어진 이념 갈등 속에서 있었다”고 평가하고 “이제는 실용사회로 가겠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남북관계, 대북정책도 전 지구적인 기본적 흐름, 즉 탈민족주의 세계화, 인권 중시, 비핵, 개방 등으로 방향을 잡겠다는 뜻이 내재돼 있다.

특히 그는 북한인권 문제와 관련하여 인류보편적 가치로서 거론하고 국군포로 납북자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1일 이 당선인의 언급이 대외정책 분야, 특히 대북정책에 많이 할애된 이유는 3국 신문 공동인터뷰였고, 월스트리트 저널, 아사히 신문의 질문이 새 정부의 대미, 대일, 대북정책에 많이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이 당선인의 국정운영 철학과 전반적인 정책방향은 2월 25일 17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좀더 상세히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1일 이 당선인의 발언을 모아보면 전반적인 대외, 대북정책의 방향은 좋은 것 같다. 다만 이같은 방향이 부디 초심을 잃지 않고, 또 구체적인 분야에서 제대로 적용되어야 향후 5년간 대북정책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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