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언론은 10월10일 당창건기념일을 차분히 관찰하자

와병 중인 것으로 알려진 김정일이 축구경기를 관람했다고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4일 중앙통신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일성종합대학 창립 62주년을 맞아 김일성종합대학 팀과 평양철도대학팀간 축구경기를 관람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김 위원장이 “리재일 노동당 제1부부장을 비롯한 당중앙위원회 책임간부들과 관계부문 일꾼들과 함께 축구경기를 관람했다”고 밝혔으나 관람 일시와 장소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밖에도 중앙통신은 김정일이 “김일성종합대학과 평양철도대학에서 혁명과 건설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유능한 민족간부들과 기술인재들을 많이 키워냄으로써 강성대국 건설위업 실현에 적극 기여하고 있는 데 대하여 커다란 만족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또 “우리의 대학생들을 높은 실력과 튼튼한 체력을 갖춘 쓸모있는 인재로 키우는 것은 주체혁명 위업 완성과 부강조국 건설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며 대학의 교육교양과 체육발전을 위한 과제를 제시했다”고도 보도했다.

이 보도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우선 중앙통신의 보도에는 많은 의문이 있다.

첫째, 김일성종합대학 창립 기념일(10월 1일)에 그동안 김정일이 거의 나타난 적이 없다. 96년 50돌 기념식 때 나타났다는 설이 있었으나 이도 완전히 확인된 것은 아니다. 하물며 5주년, 10주년의 ‘꺾어지는 해’도 아닌 62주년에 나타났을 가능성은 더욱 낮다.

둘째, 김일성대와 평양철도대의 축구시합의 경우는 지금까지 거의 없었다고 한다. 김대 출신 탈북자 윤모 씨는 “김책공대와 시합을 하는 경우는 간혹 있었지만, 그런 경우도 김정일이 나타날 일은 없다”며 “더욱이 김대와 평양철도대 시합에 김정일이 참석했다는 보도는 너무 앞뒤가 안 맞다”고 말했다.

셋째, 조선중앙통신의 보도 내용이다. 김일성대 창립일은 10월 1일이고 보도 시점은 4일인 만큼, 김정일이 축구시합에 참석했다면 중앙통신이 ‘10월 1일’을 밝혀도 김정일의 경호문제와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러나 시점과 장소를 밝히지 않았다.

조선중앙통신은 대내, 대외 겸용이다. 중앙통신이 보도하면 이를 노동신문, 중앙방송은 ‘조선중앙통신이 이렇게 보도했다’는 식으로 인용 보도한다. 그래서 조선중앙통신은 비교적 사건의 시간, 장소가 적시되는 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김일성종합대 창립에 즈음하여-’라는 식으로 뭉뚱 그려 놓았다.

그렇다면 이 보도는 없는 사실을 ‘작문’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북한의 관영매체들은 기본적으로 수령과 당을 위한 ‘선전’(프로파간다)을 목적으로 한다. 보도의 목적 자체가 ‘선전’을 위한 것이다. 서방언론처럼 사실관계를 보도하는 것이 주목적이 아니다.

이상의 정황을 볼 때 북한당국이 김정일의 와병설로 인한 대내외적 환경이 매우 좋지 않다는 점에서 서둘러서, 비록 객관적 신빙성은 떨어지지만, 빨리 ‘김정일이 건재하다’고 선전하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 일부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곧 업무에 복귀할 것’이라는 주장은 더 지켜봐야 할 쓸데없는 가설일 뿐이다.

‘김일성대 창립기념 축구시합’은 수령(대리인)인 김정일 입장에서 볼 때 하찮은 행사 중에서도 많이 하찮은 행사일 뿐이다. 이른바 김정일이 참석하는 ‘1호 행사’로는 자격 자체가 미달되는 것이다.

추론컨대, 김정일의 건강이상설이 외부에서 예상하는 것보다 북한 내부에 빨리,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는 점을 반증해주는 대목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중앙통신의 보도를 액면 그대로 믿는 것은 어리석다. 오는 10일이 당창건 기념일이다. 당창건 기념일과 김대 창립 기념일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우리로 치면 대한민국 정부수립일과 서울대 창립 기념일이 같은 무게가 될 수 없는 식이다. 하물며 수령체제인 북한에서 김대 62주년 창립일에 김정일이 움직인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

따라서 한국을 비롯한 미국, 일본 등의 언론은 차분히 10월 10일 당창건 기념일 때, 비록 김정일이 직접 나타날 가능성은 낮지만, 이 시점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어야 할 것이다.

10월 10일 김정일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창립식은 어떻게 거행되는지, 혹시 김정일이 어떤 메시지를 보내는지 등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것이 현 북한 상황을 살피는 데 훨씬 사실에 근접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그것이 언론의 북한관련 기사에서 실수를 줄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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