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국제회의 참관]“유럽, 한국정부 北인권 진정성 의심”

▲ 국제회의 개막식 ⓒ조선일보

북한인권시민연합과 노르웨이의 라프토 재단이 공동 주최한 ‘제7회 북한인권난민문제국제회의’(국제회의)는 지난 회의와는 또 다른 각별한 의의가 있다.

서울, 동경, 프라하, 바르샤바를 거친 과거 국제회의는 국제사회에 북한 인권의 절박성을 알리는 의미가 컸다. 노르웨이 회의도 마찬가지로 북한 인권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한국 정부의 햇볕 정책이 친(親) 인권 정책인지 반(反) 인권 정책인지를 유럽이 평가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김대중 집권 이후 노르웨이를 포함한 북구 유럽 국가들은 한국 햇볕 정책의 강력한 지지 세력이었다. 김대중의 노벨상 수상도 이와 같은 북유럽 국가들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2003년부터 유엔인권위의 대북한 결의안을 계속해서 불참 내지 기권함으로써 북유럽 국가들은 햇볕 정책의 진정성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일관되지 못한 정부의 北인권 대응 논리

사실 햇볕 정책의 궁극적 목적은 북한의 개혁, 개방을 유도하여 북한이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는 북한의 개혁, 개방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종합적으로 개선하자는 것과 결국 같은 말이다. 때문에 인권 의식이 유독 강한 유럽 사람들의 시각으로는 한국 정부가 연이어 유엔인권위원회 표결에 불참 또는 기권하는 모습은 도저히 이해될 수 없는 일이었다. 급기야 한국 정부는 2005년 유엔총회 대북 인권 결의안에도 기권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 햇볕 정책을 옹호하는 한국 정부와 집권 세력은 북한 인권 문제가 국제적으로 이슈화되자 상당히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대응 논리도 일관되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 정부는 유엔 인권 결의안에 동참하지는 못하지만 “그 내용은 충분히 공감한다”고 이야기 해왔다. 그러나 또 다른 일각에서는 “유엔이 북한 인권을 정치 무기화 하고 있다”며 국제 사회가 북한 인권을 꺼내는 것에 대해 노골적으로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더 나아가 “한국 정부가 북한 인권을 거론하면 모든 남북 대화가 중단될 수 있다”며 오히려 국제 사회를 협박하는 듯한 발언도 하고 있다.

北인권 결의안 기권하는 한국 정부, 국제사회로부터 고립

북한 인권 문제에 소극적이며 나아가 적대적인 한국 정부의 태도는 유엔인권위 같은 정부 간 조직 뿐 아니라 국제 민간 회의에 한번도 참가하지 않은 것으로도 재확인 되었다. 한국 정부는 2005년까지 여섯 차례 열린 국제회의에 한번도 참가하지 않았다. 2005년 말 프리덤 하우스와 한국의 NGO들이 주최한 북한인권대회때도 준비위 측이 한국 정부의 참여를 공식 요청했지만 이를 거절한 바 있다. 심지어 한국 정부는 미국 북한 인권 특사의 면담도 거절했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유엔 표결은 남북 관계에 미치는 정치적 영향 때문에 소극적이지만 그것이 북한 인권 문제에 관심이 없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자신들도 북한 인권 개선에 관심이 많으며, 또 북한 인권의 실질적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단지 방법론이 다를 뿐이라고 한다. 이것이 만약 사실이라면 한국 정부는 북한 인권과 관련한 국제 회의와 대화에 소극적일 이유가 전혀 없다.

한국 정부가 북한인권 단체들 및 국제사회와 북한 인권 개선이란 목적은 같되 방법론이 다르다면, 이는 대화와 토론을 통해 충분히 차이점을 좁히고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여 나갈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여태까지 한국 정부는 이런 인권 관련 대화를 전혀 하지 않았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북한 인권 문제에 있어서 방법론이 다른 것이 아니라 인권 문제 자체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비쳐져 왔고, 북한인권 문제와 관련해 국제 사회에서 점점 고립돼 왔다.

대북정책 신뢰 회복하려면, 北인권 입장 명확히 해야

특히 미국과 유럽은 인권 문제에 있어서는 비타협적일 정도로 강경하다. 때문에 인권 대화에 소극적인 한국 정부에 대한 미국, 유럽의 정부, 비정부 인사들의 실망감은 점점 더 커져 갔다. 그리하여 한 때 햇볕 정책을 강력히 지지하던 사람들도 점점 한국 정부를 비판하는 행렬에 합류하기 시작한 것이다. 노르웨이도 바로 그런 경우이다.

이번 노르웨이 회의에 마침내 한국 정부가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국제 사회에서 심각하게 고립되어 가는 한국 정부가 자신의 처지를 자각한 결과일 것이다. 무척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참여했다는 사실 만으로 한국 정부가 위안을 삼는다면 곤란한 일이다. 참여해서도 또 엉뚱하고 일관되지 못한 이야기를 늘어 놓는다면 오히려 더 신뢰도가 떨어질 수도 있다. 한국 정부, 특히 햇볕 정책에 대한 국제 사회의 실망은 수년 간 누적되어 온 것이다. 한국 정부가 대북 정책에 대한 국제 사회의 지지를 재회복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국제 사회의 정부, 비정부 인사, 단체들과 진지하고 성실한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이번 회의에서 한국 정부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또 어떤 새로운 북한 인권 개선 방법론을 제시할지 우리 모두 주목해 보도록 하자.

하태경/열린북한방송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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