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60년]④선군정치에 위축된 노동당의 앞날

‘선군정치(先軍政治)’

군을 앞세운다는 북한의 정치이념은 환갑을 맞아 흔들리고 있는 조선노동당의 정치적 입지를 우회적으로 보여준다.

사실 고(故) 김일성 주석이 생존하고 있던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노동당은 ‘수령의 혁명사상을 실현하기 위한 노동계급의 정치적 조직’으로 ‘혁명의 참모부’로 평가받았다.

노동당을 ‘전체 근로대중 조직체 중에서 최고형태의 혁명조직’으로 규정한 당규약은 노동당이 북한 내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체임을 암시하고 있다.

하지만 1994년 이후 식량난과 경제난으로 사회질서가 붕괴되는 가운데 노동당은 더 이상 최고권력의 정치체로 역할하지 못하고 있다.

제3차 7개년 경제계획의 실패를 시인한 1993년 12월 전원회의 이후 당중앙위 전원회의가 여태껏 열리지 못하고 있는 점은 정책결정과정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북한 노동당의 위상을 보여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96년 12월 김일성종합대학 창립 50주년 연설에서 “당조직들이 맥을 추지 못하고 당사업이 잘 되지 않다보니 사회주의 건설에서 적지 않은 혼란이 조성되고 있다”고 개탄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국방위원회가 북한 내 최고결정기관으로 자리잡으면서 당의 위상은 더욱 약화되고 있다.

국방위원회는 단순히 국방 관련 사안뿐 아니라 조명록 제1부위원장의 방미, 중소형 발전소 건설로 부각된 연형묵 부위원장, 외교전문 관료인 김양건 전 당 국제부장의 참사 기용 등에서 볼 수 있듯 외교와 경제정책 등 북한 내 각종 현안 해결의 최고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정책결정 과정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당의 기능이 점차 축소되고 군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각종 건설현장에 젊고 싱싱한 노동력을 보유한 군대가 동원되고 있을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는 ‘혁명적 군인정신’이 따라배워야 할 모범으로 자리잡아가고 있고 “모든 당원들과 근로자들은 인민군대가 창조한 정신과 도덕, 투쟁기풍, 문화를 적극 따라 배워야 한다”는 신문사설이 쏟아지고 있다.

여기에다 미국과 대립이 고조되면서 전쟁 억제력으로서 군의 역할은 더욱 중시되고 있을 뿐 아니라 경제분야에서도 국방공업 우선노선이 나오고 있다.

또 경제정책을 추진함에 있어서도 과거 당이 정책결정의 중심에 섰다면 1998년 제10기 1차 최고인민회의 이후에는 내각의 기능이 강조되면서 당의 역할은 축소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노동당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군이 당보다 우위에 있다거나 당의 기능이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은 성급한 판단으로 보인다.

북한군은 당의 군대로 규정되고 있어 군대가 당보다 우위에 설 수 없기 때문이다.

당창건 60주년을 맞아 노동신문 편집국이 4일 발표한 논설도 “혁명투쟁에서 당과 군대는 뗄 수 없이 연결돼 있다”며 “군대는 혁명의 향도적 역량인 당을 받드는 기둥이고 강력한 당은 반드시 강위력한 군대를 전제로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군대의 중요성을 지적하면서도 군대는 노동당을 뒷받침하는 세력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한 것이다.

경제 발전과 체제보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북한의 상황에서 `혁명의 주도세력’ 조선노동당이 군, 내각과 관계에서 어떻게 위상을 정립할지 주목된다.

특히 1980년 제6차 당대회 이후 우리의 전당대회격인 당대회가 열리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당창건 60주년을 계기로 언제쯤 제7차 당대회를 열어 변화된 남북관계를 반영한 당규약 개정, 후계자 결정, 각급 당조직의 권한과 임무 변화 등을 추진할 지 여부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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