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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철을 앞두고 배추와 무의 가격이 지난해보다 3배 이상 폭등해 주부들에게서 지갑 열기가 두렵다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북한에서도 배추 가격 폭등으로 김장 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북한 회령에서 장사를 하는 이옥란(45) 씨는 25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올 여름 큰물(홍수) 피해로 파종 시기가 늦어져 배추 수확량이 크게 줄었다”며 “10월 중순이면 김장 준비에 들어가야 하는데 배추 가격이 너무 올라 근심이 크다. 배추값이 금값이란 말은 이럴때 쓰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 씨는 “아직까지 통배추가 거의 수확되지 않아 장마당에는 중국에서 들여온 배추가 많이 팔리고 있다”며 “조선산 풋배추는 한 포기에 450~500원에 팔리고 있고, 중국산 통배추는 1800~2000원씩 한다”고 전했다. 지난해에는 북한산 배추가 한포기에 200~250원씩에 거래됐었다.
그는 “조선산 배추는 벌레가 갉아먹은 흔적도 많고 잎이 질긴 반면 중국산은 품질이 좋아 대체로 2배 이상의 가격 차이를 보인다”면서 “일반 주민들보다는 간부들이 주로 사먹는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북한산 배추 가격이 폭등하며 수입 배추의 가격도 큰 폭으로 오른 것으로 보인다.
이 씨는 “겨울에는 반찬이 김치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반년 양식’이라고 불린다”면서 “지금 시기에 김장을 담그지 못하면 내년 한 해 동안은 김치 구경을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북한 주민들은 매년 밀과 보리, 옥수수를 수확한 직후인 7월 하순부터 배추나 무 종자를 뿌려 10월말부터 수확해 김장을 담궈왔다.
김장 배추의 품귀 현상은 지난 8월 초 파종해 싹이 갓 트기 시작한 배추가 수해로 인해 대부분 유실됐기 때문이다.
한편, 재일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와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지난 10일 “평남 강남권과 강원도 일대 협동농장 농민들이 폭우로 침수됐던 밭을 갈아엎고 재 파종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북한 농민들이 폭우로 쓸려간 밭을 갈아엎고 배추와 무씨를 다시 뿌리기 시작했지만 수확량은 평년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10월 중순부터 시작되는 북한의 ‘김장 전투’도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에서는 중요한 일에 ‘전투’라는 군사 용어를 쓰는 것이 보편화 되어 있다. 봄에는 모내기 전투, 여름에는 풀베기 전투, 가을에는 가을걷이 전투라고 부르듯이 김장철에는 ‘김장전투’란 말을 사용한다.
최북단인 양강도, 함경북도에서는 10월 중순이면 김장이 시작된다. 11월로 접어들면 함경남도, 자강도, 평안북도, 평안남도, 황해도 등 북한 전 지역이 김장전투로 들끓는다.
그러나 올해에는 배추값이 워낙 올랐고 김장철이 되면 고춧가루를 비롯한 조미료 가격도 치솟기 때문에 북한 서민들의 겨울나기 걱정이 한층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