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중앙위원회(중앙당) 작전부 산하 ‘중앙당 연락소’의 간부가 성인영화 복제물을 판매한 죄로 최근 비공개 처형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현 북한체제 불안정성을 짙게 반영하고 있다.
함경북도 내부소식통은 19일 ‘데일리엔케이’와 전화통화에서 “6월 초 ‘청진 연락소’로 불리는 459군부대의 마약판매 담당 간부 박근춘(48세)이 외국에서 들여온 성인영화를 복제해서 개인적으로 판매한 죄로 비공개 처형을 당했다”고 전했다.
당 작전부는 김정일이 직접 “나의 친위대”로 명명한 바 있으며 김정일에 대한 충성심이 군부보다 더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번 연락소 간부 처형은 ‘충격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함경북도 청진시 신안구역 가내동 해안가에 위치한 ‘청진 연락소’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작전부에 소속되어 있으며 러시아, 중국, 일본에 대한 정보수집과 전투원 파견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소식통은 “처형당한 박 씨는 김정일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중앙당 39호실’의 외화벌이를 위해 중국, 일본, 러시아의 마약 수출 책임자였다”며 “보위부가 박 씨에게 적용한 죄목은 ‘음란물 유포’였지만, 박 씨가 연락소의 배경으로 개인적인 장사를 벌였을 뿐만 아니라 당 자금까지 건드렸던 것이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에 의하면 박 씨는 함경북도 회령 태생으로 1990년 중반 북한의 식량난이 시작되자 평안남도 지역에서 확보한 골동품을 중국에 밀수해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박씨는 1999년에 밀무역 혐의로 보위부에 구속돼 노동단련대에 보내졌으나 대중(對中) 마약 수출 루트를 찾던 청진역락소 간부들의 눈에 들어 2000년부터 청진연락소의 마약판매책으로 특채됐다.
청진연락소에 들어간 박 씨는 골동품을 거래하던 중국의 밀수조직을 이용해 마약 판매에 두각을 내기 시작했고 수시로 중국을 드나들 만큼 연락소 간부들의 총애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여름부터 청진연락소 간부 중 한 명이 ‘박 씨가 늘 마약에 찌들어 있고, 씀씀이도 헤프다’며 함경북도 보위부에 박 씨의 ‘당자금 횡령’ 여부를 제기했고, 이어 보위부는 박 씨에 대한 내사를 시작했다.
박 씨는 올해 3월 말 함경남도 함흥시에서 마약 550g을 운반하다가 미행 나온 함경북도 보위부에 체포됐다. 보위부가 그의 집에 대한 수색을 벌였을 때, 수많은 달러와 인민폐가 나왔고, CD 복사기와 수백 장의 성인영화 CD가 발견됐다.
보위부 조사과정에 그는 연락소 이름을 빌려 개인적으로 마약 밀수를 했을 뿐만 아니라 청진시 고급 호텔에서 여성들과 달러를 주고 성매매를 벌린 사실도 밝혀졌다. 박 씨의 아내는 CD 복사기를 이용해 청진시내 장사꾼들에게 성인영화들을 복제하여 판매해왔다.
소식통은 “박근춘이 체포되자 외화벌이 부서 책임자 서광희가 서둘러 그를 구원하려고 대책을 세웠으나 함경북도 보위부와 중앙당 비사그루빠를 당해낼 수 없었다”며 “서광희가 거물이긴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손을 쓰지 못했다”고 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박 씨의 가족들은 지난 4월 10일 정치범 수용소에 끌려갔으며 박 씨는 6월 초 함흥교화국에서 청진연락소 간부들의 참관 하에 비공개로 처형됐다. 북한 당국은 박 씨가 청진연락소의 간부였고 마약판매를 담당하던 사람이라 주민들에게는 처형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