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장관급회담] 간소해진 만찬…미묘한 기싸움

부산에서 11일 개막된 제19차 남북장관급회담에 참석하고 있는 양측 대표단은 이날 밤 남측 수석대표인 이종석(李鍾奭) 통일부 장관이 주재한 환영만찬에 참석했다.

당초 예정보다 30분 정도 늦은 오후 7시30분께 누리마루APEC하우스에서 시작된 만찬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국내외의 긴장감이 높아진 때문인지 과거 회담 때보다는 한결 간소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통상 환영만찬은 국무총리가 주재해 왔지만 이번에는 장관이 대신했고 장관의 의사를 반영해 외빈 초청도 크게 줄여 이날 만찬 참석 인원은 남북을 합해 60여명에 불과했다.

과거 남측에서 열린 환영만찬에 100여명이 훌쩍 넘는 인원이 참석했던 것에 비하면 규모가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남북 수석대표가 각각 발표한 만찬사에서는 이번 회담의 의제를 둘러싸고 미묘한 신경전도 감지됐다.

특히 남측 만찬사는 의례적으로 있기 마련인 미사여구가 전혀 없이 간결했고 길이도 평소의 절반이 안될 정도로 짧아 회담에 임하는 결연한 의지가 엿보였다.

이종석 장관은 환영 만찬사에서 “최근 조성된 상황으로 인해 지역 정세가 불안정해지고 있으며 남북관계도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해 북측의 미사일 발사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또 “이번 회담은 이러한 어렵고 엄중한 정세속에서 개최되며 어려운 상황일수록 진지한 대화를 통해 타개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북측이 성의있게 회담에 임해줄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북측은 환영만찬 연설에서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은 채 남북 공조만 강조했다.

북측 대표단장인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는 연설에서 “북남 쌍방은 정세가 어떻게 변하건 환경이 어떻게 달라지건 이 궤도에서 절대로 탈선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하지만 “회담의 성과적 보장을 위해 모든 성의와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해 무의미한 설전만 오가는 회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

그는 만찬 중 이 장관에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가야될 길이라 왔다”고 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편 만찬에 앞서 북측 대표단을 기다리던 이 장관은 창 밖의 장맛비를 바라보며 기자들에게 “날씨가 현재의 한반도 정세를 보여주는 것같다. 권 단장이 시종 굳어있더라”라고 말해 회담 전망이 밝지만은 않음을 내비쳤다.

바닷가가 내려다 보이는 만찬장의 헤드테이블에는 남북 수석대표인 이종석 장관과 권호웅 참사가 나란히 앉는 등 남북 대표단이 대체로 번갈아 자리했고 허남식 부산 시장과 조길우 부산시의회 의장도 함께 했다.

메뉴로는 얇게 부친 삼색의 밀전병에 여러 나물과 고기, 겨자소스를 넣어 입맛을 돋운 밀쌈, 삼색전, 전복죽 등이 마련됐고 문배주가 건배주로 사용됐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