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위] 주요 의제와 전망

10개월 만에 열린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협위) 제13차 회의의 핵심 의제로는 대북 쌀 차관과 남북 열차 시험운행, 경공업.지하자원 협력사업 등을 꼽을 수 있다.

쌀 차관과 경공업 협력은 북측 관심사로, 열차 시험운행은 우리측 중점 추진사항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쌀 차관은 북핵 정세와 무관치 않고 열차시험운행은 경공업.지하자원 협력의 전제조건으로 맞물려 있어 상황은 단순하지 않다.

이처럼 외부 요인에 가까운 북핵 6자회담 상황이 남북 간 핵심 의제에 영향을 주면서 이번 회담의 결과를 낙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는 관측이 현재로서는 우세한 편이다.

같은 맥락에서 6자회담 `2.13합의’의 이행조건인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가 이번 회담 기간에 해결될 지 여부는 평양 고려호텔 회담장의 분위기를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우리측의 최대 고민은 쌀 차관이다.

이런 고민은 애초 예상과는 달리 2.13합의의 초기조치 시한인 4월 14일을 넘긴 지금도 북한이 BDA 문제로 국제원자력기구(IAEA) 요원 초청과 영변 핵시설 폐쇄.봉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나온다.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난해 7월 미사일 발사 이후 대북 압박책으로 기능해 온 쌀 차관 유보조치를 풀고 합의할 경우 생길 수 있는 대북 지렛대의 상실과 여론 악화 등이 고민인 셈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회담 초반부터 북측이 쌀 차관 문제를 먼저 매듭짓고 넘어가자고 파고들 경우 이번 회담이 파행을 거듭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쌀 차관 없이는 앞으로 평화체제를 향한 남북 간의 논의는 고사하고 남북관계가 경색될 공산이 크다는 점이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추가로 한반도 정세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불거지지 않는 한 이번에 차관합의서를 만드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지만 북한이 미국의 BDA 해법을 거부할 경우도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측은 이와 관련, 쌀 지원에 합의하더라도 북한의 2.13합의 이행이 없으면 국민 여론상 실제 지원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조속한 합의 이행을 북측에 촉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남측 대표단이 이번에 2.13합의의 조속한 이행을 촉구하는 우리측 입장을 북측에 전달하겠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경협위 합의문에 쌀 지원을 유보할 수 있는 일종의 조건을 담는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에 북측 요구대로 쌀 40만t 제공에 합의하더라도 실제 수송작업은 5월 말은 돼야 가능하기 때문에 북측의 2.13합의 이행을 지켜 볼 시간이 충분하다는 점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열차 시험운행은 작년 6월 제12차 회의에서 합의한 경공업-지하자원 협력사업 합의서의 발효 조건이다. 시험운행을 빨리 할수록 북측이 3대 경공업 품목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8천만달러 어치를 빨리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제20차 장관급회담에서는 상반기 중에 시험운행을 하기로 했고 북측은 지난 달 경협위 실무접촉에서 시험운행 시기를 5월 9일로 제시한 상태다.

문제는 북측이 경공업-지하자원 협력의 개시 시기를 앞당기자고 요구하는데 있어 보인다.

경공업-지하자원 합의서에는 경공업 원자재 제공에 앞서 해야 할 준비작업들이 규정돼 있는데, 북측은 지난달 실무접촉에서 경공업-지하자원협력을 위한 총괄 이행기구 지정, 이행기구 간 세부절차 협의 같은 사전 작업이라도 먼저 하자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시험운행에 필요한 군사보장도 난제로 꼽힌다.

이번에 날짜를 잡더라도 군사보장에 대한 확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5월 시험운행이 하루 전에 무산된 것도 군사보장을 제대로 받지 못한 상태에서 이뤄졌다.

특히 군사보장 문제는 이번 회담의 다른 의제인 한강하구 골재채취사업, 개성공단 통행.통관.통신 개선 문제, 임진강 수해방지사업 등과도 직간접적으로 연결될 정도로 남북관계 발전의 걸림돌이 돼 왔다.

이 때문에 열차 시험운행을 통해 군사보장의 벽을 넘을 수 있다면 앞으로 남북경협이 새로운 차원으로 올라서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군사보장 역시 북측 군부가 움직여야 한다는 점에서 한반도 정세와 궤를 같이할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이런 상황에 비춰 이번 회담은 북핵 상황이 BDA 변수를 넘어 진전될 수 있을지 여부에 따라 합의문의 알맹이가 달라질 공산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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