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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총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가결됐다. 반면, 대한민국 국회에서는 ‘EU 대북인권결의안 표결참여 촉구결의안’이 관련 상임위에 안건으로 채택되지도 못했다. 사실상 열린우리당이 본회의 상정을 원천봉쇄 한 셈이다.
이번 결의안 통과를 위해 여야 원내 대표단 회의, 한나라당 의총, 관련 상임위 의원들과의 대책회의 현장을 발로 뛰었던 한나라당 나경원(羅卿瑗) 의원은 ‘비통한 심정’이라는 말로 자신의 심경을 표현했다. 박근혜 대표가 ‘기가 막힌 일’이라고 했던 것처럼 한나라당 내부 분위기를 솔직히 보여주는 표현이다. 그러나 나 의원은 ‘북한인권’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한다. 정부와 여당이 하지 않으면 한나라당과 국민이 하겠다고 했다.
그는 최근 각종 언론 방송 프로그램에서 ‘북한인권’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다. 유엔총회 표결을 몇 시간 앞두고 국회 결의안 제출에서 무산까지 상황을 들어봤다.
-EU 25개국은 북한인권결의안을 유엔총회에 제출했다. 통과가 거의 확실시 된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여당이 상임위 상정조차 거부해 결의안을 무산시켰다. 심경이 어떤가?
정말 비통한 일이다. 결국은 우리 정부가 북한 정권 눈치보기로 일관하면서 북한주민의 인권을 무시한 결과를 초래했다. 결국 북한 주민의 인권을 방치한 정부와 여당은 역사적 책임을 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열린우리당이 상임위(통외통위) 상정조차 거부할 것을 예상했나?
사실상 반대는 예상이 됐었다. 그동안 계속해서 결의안 수용을 요구해왔다. 15일 상임위 안건으로는 집어 넣지 않았다. 여당이 반대해 상임위 자체가 열리지 않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당일 상임위가 열리자 한나라당 의원들이 안건 채택을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끝내 이것을 거부했다.
-예상되는 입장에서는 설득이나 정치적 압박이 부족했다는 평가도 있는데.
사실 설득을 많이 했다. 원내 대표단 모임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러나 상정조차 하지 못하게 할 줄은 몰랐다. 예상 보다 훨씬 강경한 조치를 여당 의원들이 취했다. 저의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한 반발이었다. 여당의 태도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 때는 ‘쌀협상 비준동의안’과 연계하는 방안도 고려하지 않았나?
잘못 알려진 것이다. 쌀협상 비준동의안과 연계하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16일 본회의 안건으로 중요하게 여겨진 것이 북한인권결의안과 쌀협상 비준안이었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그러나 두 안건의 성격이 너무 다른 것이어서 연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북한 인권결의안은 다른 것과 딜(거래)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기본적인 인류 보편의 가치문제다. 이것을 다른 것과 연계시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다만, 전략적으로 그럴 수 있느냐의 문제에서도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원칙과 태도의 문제이고 국회의 기본적인 책무다. 다른 것과 연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나라당이 준비하고 있는 북한인권법 통과도 현실적으로 어려워 진 것 아닌가?
굉장히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다. 18∼19일 중에 원내 주요쟁점추진법안을 다루는 원내 수석부대표 회의가 있다. 또한 내주 월요일에는 여야 원내 대표회의가 있을 예정이다. 여기서 국회 합의 정신을 높여가는 차원에서 북한인권법을 집중 거론할 생각이다. 여러 측면에서 노력을 진행하겠다.
-정부는 기권 방침을 발표하면서 ‘순차적인 접근론’을 강조했는데.
인권에 대한 순차론이라고 하는데 과연 순차적 접근이 있는지, 그리고 시작했는지 묻고 싶다. 접근을 시작도하지 않았다. 과연 어떤 면에서 북한인권문제를 순차적으로 접근했는가? 순차적으로 접근하자는 것이 한나라당의 입장이다.
대북인권결의안의 내용은 최소한의 것이다. 이것이 바로 순차적인 접근이다. 정부가 말하고 있는 것은 대북관계의 특수성, 전략적인 접근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인권을 외면하고 있지 않은가? 과연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지, 남북관계가 좋아진다는 막연하고 추상적인 이야기로 넘길 수 있는 문제인지 생각해봤으면 한다.
-열린우리당 임종석 의원이 북미평화협정 체결되고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면 본격적인 인권문제를 거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평화협정이 언제 체결되는가? 최소 수 년이 걸린다. 체결 전망도 불확실하다. 그런 표현은 적절치 않다. 언제까지 눈감을 문제가 아니다.
-유엔인권결의안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있는데.
강제력을 가지지 않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는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있다. 그러나 북한이 작년에 죄형법정주의를 형사소송법에서 넣었다. 국제사회에서 꾸준하게 제기하니까 이러한 형식적인 변화도 오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계속 요구를 해야 북한 정권도 스스로 하는 수 없이 변화를 보여줄 것이라고 본다.
실효성이 없다는 부분에 동의할 수 없다. 다만, 효력이 즉각, 아주 크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계속 제기해야 할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북한은 EU 인권결의안을 항의하는 차원에서 북한 내에 있는 유럽 NGO에게 퇴거 명령을 내렸다. 이것은 결의안의 부작용이 아닌가.
그것은 부작용이 아니다. 북한이 그런 식으로 행동하면 국제사회에서 더욱 고립된다. 인권개선을 거부하면 고립되고 위기를 맞는다. 북한은 스스로 불리한 결과를 자초하고 있다. 인권결의안 수용 등 국제규약 준수하게 함으로서 북한을 국제사회에 끄집어 내야 한다. 북한 스스로도 이런 부분을 잘 알 것이다. 북한인권에 눈감는 것이 분단을 고착화 하는 것이고, 분단을 관리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입을 막고 눈감아서 북한 주민들이 최악의 상황에 처하게 되면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만약, 최악에 상황에 몰린 북한 주민이 최종의 수단을 동원했을 때 김정일 정권 자체도 이를 걷잡을 수 없다. 인권 개선 조치는 김정일 정권에게도 도움이 되는 것이다.
-언제부터 국내외 인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는가?
정계에 입문하기 이전 법조계에 몸담고 있을 때부터 인권 신장을 주요한 사명으로 생각했다. 정치인이 되면서부터 관련 법안 발의와 정치 활동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지난해에도 인신보호법을 대표발의 했다. 인권은 인류보편의 문제이기 때문에 국내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북한 주민도 마찬가지다.
-인권브랜드가 따라다니는 것에 부담스럽지 않은가?
전혀 그렇지 않다. 당연히 해야 될 일이고, 모든 의원들이 나서야 할 일이다. 오히려 이 시대를 살아갈 사람들이라면…
-한나라당이 북한인권 개선에 가시적으로 보여줄 수 잇는 것은?
아직 첫 걸음이다.
-좋은 엄마, 좋은 국회의원 사이에서 갈등은 없는가?
두 개를 같이하기에는 힘들다. 둘 다 잘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좋은 국회의원이 되기 위한 노력은 아이들이 이해해 줄 것이라 믿는다. 열심히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