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칼럼] 레프코위츠, 개성공단 임금문제 영 잘못 짚었다

▲ 개성공단 北 근로자

제이 레프코위츠 미국 북한인권 특사가 지난 3월 30일 미국기업연구소(AEI)가 주최한 북한인권 관련 토론회에 참석하여 “개성공단 북한 노동자들이 하루 2달러도 안 되는 돈을 받고 있으며, 노동권에 대해 아무런 보장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는 미국이나 서방의 지도층이 북한에 관해 얼마나 무지한지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다.

개성공단에서 한국 기업들이 주는 월급 57.5달러 – 이것이 최저임금인데 대체로 최저임금과 비슷한 수준에서 주고 있다 – 는 중국의 비숙련 비기술 노동자 평균임금의 50~60% 정도 수준이다. 이는 북한의 경제발전 수준, 소득 수준, 사회간접자본 수준, 노동력의 수요공급 등을 종합해서 고려해볼 때 적정수준보다 훨씬 많이 주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국시장에 가깝다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북한의 적정 월 평균임금은 20~30달러 정도로 보고 있다. 그 때문에 한 달에 57.5달러를 준다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정도 임금은 북한의 일반 노동자 월급의 50~80배 정도나 되는 엄청난 돈이다.

문제는 개성공단에서 주는 임금이 아니라 ‘개성공단 이외의 북한 지역’에서 북한당국이 노동자들에게 엄청나게 낮은 임금을 주고 있다는 것이며 그나마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돈이 있어도 배급소에서 쌀을 구입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레프코위츠가 ‘인권적 견지에서’ 문제제기를 하려면 일단 월 1달러도 되지 않는, 하루 3센트도 되지 않는 북한 일반 노동자의 임금수준을 문제 삼았어야 했다. 적정 임금보다 더 많이 주고 있는 개성공단의 임금 수준을 문제 삼는다는 것은 적절하지도 않고 올바르지도 않다.

임금 97.4% 몰수하면서 ‘세금 없는 나라’인가?

그가 진정으로 문제 삼았어야 할 또 하나의 문제는 개성공단에서 주는 임금 57.5달러가 노동자에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저런 명목으로 공제하고 개성공단 북한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돈은 월 4500원(1.5달러)밖에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월급을 북한당국에 빼앗기고 노동자들은 월급의 2.6%만을 가져간다. 그나마 일반 북한 노동자 월급의 2배 정도 되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아주 만족한다고 한다.

개성공단의 노동자들은 그러한 상황에 대해 별 문제의식이 없을 수도 있다. 그들은 당국에서 시키면 시키는대로 하는 것에 길들여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 당국에서 기업이 주는 임금의 97.4%를 가져간다는 것은 심각한 착취이자 참으로 파렴치한 일이다. 또한 이는 북한당국이 자기 나라를 ‘세금 없는 지상천국’이라고 선전하는 것이 얼마나 뻔뻔한 거짓말인가 하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당국에서 가져가는 돈에 이름을 뭘 붙여 놓았건 그것은 결국 세금이기 때문에 97.4%라는 지구상 최고의 세율을 부과하는 나라에서 세금이 없어졌다고 떠드는 것은 참으로 가증스러운 일이다. 레프코위츠는 이런 심각한 문제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야 하는데 엉뚱한 문제를 짚고 있다.

레프코위츠, 북한 실상에 대해 잘 알아야

레프코위츠는 개성공단 노동자들의 ‘노동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한다. 그가 말한 노동권이라는 것이 뭘 말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근로자-사용자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의 개성공단의 노동권은 북한의 다른 지역과 비교해봐서 거의 천국과 같은 수준이다.

개성공단의 노동자들은 부잣집이나 고위 간부들이나 맛볼 수 있는 최고급 ‘남조선 식품’들을 간식으로 제공받고, 일반 식사도 북한의 다른 지역과 비교해봤을 때 최고급 수준이며, 기업의 간부와 일반 노동자와의 관계도 노동강도가 조금 세다는 것만 제하면 북한의 다른 지역에 비해서는 아주 좋은 편이다.

개성공단의 한국 기업들을 비판할 필요가 있을 때, 그들을 비판대상으로 삼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북한의 극히 열악한 노동상황을 도외시하고 현 시점에서 객관적으로 큰 문제가 없는 개성공단의 임금이나 노동권을 문제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도 않고 사람들에게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미국의 일반 고위층이 북한에 대해 잘 모를 수도 있지만 레프코위츠는 미국의 북한인권 특사이다. 북한인권 특사가 ‘월 1달러’도 되지 않는 북한의 임금 수준에 대해 잘 모르고 ‘하루 2달러’ 정도의 개성공단 임금을 문제 삼는다는 것은 매우 충격적인 일이다. 레프코위츠가 다른 할 일도 많기는 하겠지만 일단 북한인권 특사로 임명 받은 이상 북한에 대해 최소 수준의 공부는 해야 할 것이다.

김영환 논설위원

– 서울대학교 공법학과 졸업
–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조국통일위원회 위원
– <푸른사람들> 회장 역임
– 시대정신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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