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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12일부터 북한은 민간 대북방송인 자유북한방송에 다시 방해전파를 쏘기 시작했다.
2006년 4월 이후 방해전파가 없어서 북한의 외부방송에 대한 정책이 좀더 관대해지나 기대했는데 역시나 방해전파가 다시 찾아왔다. 그동안 방해전파를 쏘지 못한 것은 핵 문제 때문에 정신이 좀 없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무엇이 그렇게도 두려운 것일까? 북한의 선전대로라면 북한은 수백만이 굶어죽은 이른바 ‘고난의 행군’도 수령과 인민대중의 확고한 믿음 아래 극복해 왔다. 그런데 고작 하루에 한 시간 방송하는 라디오 방송이 그렇게 두려운 것일까?
북한의 라디오 방송에 대한 방해 전파는 자유북한방송뿐만이 아니다. 일본의 납북자 방송인 ‘시오카제'(潮風)에 대해서도 방해전파가 날아왔었다. 시오카제 방송은 거의 다 일본어로 진행되는 방송이기 때문에 체제에 큰 위협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과민 반응을 보였었다. 그리고 미국에서 북한으로 방송되는 자유아시아(RFA)방송, 미국의 소리 (VOA)방송에도 간혹 방해전파를 쏘곤 했다.
방해전파 비용 민간대북방송 지원으로 전환하자
그런데 알고 보면 방해전파는 북한만 쏘는 것이 아니다. 남한에서도 북한의 대남방송에 대해 방해전파를 쏜다. 현재 남한의 방해전파는 북한의 중파 방송을 주 타겟으로 한다. 남한으로 송출되는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의 중파(AM) 채널에 강력한 방해전파가 있다. 대신 단파 방송에는 과거 ‘구국의 소리 방송’ 채널이었고 현재는 반제민전 평양지부가 방송한다고 북한이 주장하는 채널에만 방해 전파가 있다. 아마 단파를 듣는 한국 사람들이 별로 없다는 당국자의 판단 때문에 방해전파가 중파에 집중되어 있는 것일 게다.
북한의 방해전파든, 남한의 방해 전파든 둘 다 문제이긴 하다. 그러나 남북한 체제 우열을 비교해볼 때 남한이 쏘는 방해전파는 좀 더 부끄럽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의 대남방송을 들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과거 6,70년대라면 모를까 지금 그런 수준 낮은 방송을 듣고 북한의 선전에 넘어갈 대한민국 사람들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오히려 북한의 대남 방송을 듣도록 내버려두면 자연스럽게 북한 바로알기 교육, 안보교육이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가 방해전파를 쏘는 비용을 민간 대북방송에게 지원하자고 제안하고 싶다. 현재 민간 대북방송은 자유북한방송, 열린북한방송 등 갈수록 많은 방송국들이 세워지고 있다. 이 민간 대북방송들은 한국 정부로부터 주파수 지원,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해 가까스로 해외 송출소를 통해서 어렵게 북한으로 방송하고 있는 실정이다.
만약 남한이 북한의 방송에 쏘는 방해전파 방송을 대승적으로 중단하고 그 남는 예산을 민간 대북방송에 전환하게 되면 남한은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게 된다.
우선 북한은 방해전파를 쏘는데 남한은 더 이상 방해전파를 쏘지 않음으로 해서 체제의 우월감을 과시할 수 있다. 동시에 민간 대북방송을 통해 북한 주민들을 위해 더 많은 지식과 정보를 보낼 수 있게 된다. 남한 당국에게도 좋고 북한 주민에게도 좋으니 일석이조이다.
북한 당국이 방해전파를 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방해전파가 북한 전역에 효과가 있기 위해서는 북한 내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쏘아야 한다. 그렇게 하면 북한으로서는 엄청난 전력 손실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우리가 다양한 주파수로 여러 개의 방송국이 동시에 방송을 하게 된다면 북한은 현실적으로 그 많은 방송에 일일이 방해전파를 쏠 수가 없게 된다. 전파 싸움에서는 남한이 이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북한 주민들에게 있어서 외부 방송은 정신적 양식(糧食)과 같은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대북방송은 북한주민에게 식량을 지원하는 것과 같은 북한 동포돕기운동이라 할 수 있다. 북한에게 지원하는 식량이나 비료 등 몸의 양식은 전용될 가능성이라도 있지만 전파를 타고 가는 마음의 양식은 전용될 가능성도 전혀 없다. 100% 분배 투명성이 보장되는 것이다.
북한 주민의 정신을 배부르게 하고 독재 정권에 전용될 가능성도 없는 이 라디오 방송이야말로 북한 인민들에게 진정한 햇볕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