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북한 핵시설은 지금 안전한가?

일본발(發) 방사능 유출 공포가 확산되면서 북한 핵시설의 안전성 문제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방북,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한 미국의 핵과학자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도 “북한 핵시설의 안정성이 매우 긴급한 문제”라고 경고한 바 있다.


북한 핵시설이 밀집돼 있는 곳은 평안북도 영변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보고에 따르면 영변에는 1986년 건설한 5MW 실험용 원자로와 1965년 구소련이 건설해준 연구용 IRT-2000 원자로(5MW) 등 흑연로 2기와 재처리 방사실험실, 핵연료 가공공장 등이 있다.


이 때문에 영변 지역 주민들이 방사능 피폭 위험성에 노출 돼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곳 출신 여성들이 기형아를 낳는 일이 많다고 탈북자들의 증언도 일부 들려오고 있다. 평안북도 출신 탈북자 김시혁(2009년 탈북) 씨는 데일리NK와 통화에서 “영변 처녀들은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소문이 많았고, 아이가 잘못돼(기형) 나올까봐 자식을 (낳는 것을) 꺼린다는 말도 나돌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평안북도 출신 탈북자는 영변 근처에 살던 자신의 어머니에게 들은 이야기라면서 “영변 연구소 때문에 근처에 살고 있는 처녀들은 모두 그곳을 빠져나가려고 했다. 특히 간염에 걸린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며 “국가에서도 평양과 같이 특별대우를 해줬고, 공급도 좋았는데 모두 나가려고 했다”고 전했다.


북한에서 원자력공업부 남천화학연합기업소 산하 핵폐기물 처리회사 부사장을 지내고 영변 핵시설에서 일하다 1994년 탈북한 김대호(52)씨도 자신의 블로그에 “북한 핵시설에서는 폐기물을 마구 방출해 오염이 심각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북한 영변 지역의 핵시설 안전 문제에 관한 우려가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데일리NK와 통화한 평안북도 출신 탈북자들 중 상당수는 “방사능 피해 관련 소문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핵관련 전문가들도 북한의 핵시설 규모가 작고,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방사능 유출 등의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그동안의 방사능 수치 측정 결과를 봤을 때도 심각한 수준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현재 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는 수시로 영변 지역의 방사능 양을 측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기 중에 방사성 물질이 많아져 새로운 물질이 검출될 때 위험도 등을 분석할 수 있는데 아직은 방사능 물질 자체가 증가하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현재 북한에서 가동 중인 원자로가 없고 규모도 작아 당장 폭발 위험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다만 앞으로 경수로 건설과 가동 여부에 따라 심각한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영변에 있는 두 개의 원자로는 이번에 폭발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500MW)와 비교하면 출력 규모가 100분의 1 수준이어서 폭발 가능성이 낮다고 한다. 다만 재처리 시설에서 소량의 방사능이 누출될 경우 인근 지역을 오염시킬 가능성은 상존한다.


하지만 북한이 영변에 새로 짓고 있는 실험용 경수로는 사정이 다르다. 북한이 2012년까지 건설하겠다고 공언한 이 경수로는 열출력 100MW이며, 이를 전기출력으로 환산할 경우 25∼30MW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이 경수로 건설 과정에서 방사능 누출에 대비한 안전장치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북한의 안전관리 기술이 열악하다는 점에서 방사능 완전한 예방 장담할 수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은철 서울대 교수는 “1994년 영변 핵시설을 위성사진으로 봤을 때 용접기술 등이 떨어져 보였다”며 “안정성 부분에 다소 소홀한 측면이 있는 것 같지만 단시간에 직접적인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북한의 연구용 원자로는 규모가 작기 때문에 폭발이나 발전 사고가 나기 전에는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핵연료 사용량이 많아지면 안전기술이 미흡한 상황에서 방사성 생성물이 많이 발생할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데일리NK와 통화에서 “영변 핵시설은 20년 이상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현재 가동도 안 되고 있어 일본의 상황과 비교할 수는 없다”며 “그러나 앞으로 경수로가 건설돼 본격 가동에 들어갈 경우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북한 내 우라늄 농축시설의 현황도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재처리 시설에 비해 규모가 작고, 숨기기도 용이해 사실상 파악이 불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미국은 영변 외에 최소한 한 곳 이상에서 북한이 우라늄 농축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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